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 - 지구를 사랑한 소설가가 저지른 도보 여행 프로젝트
올리비에 블레이즈 지음, 김혜영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나란 사람. 여행을 즐기진 않지만 걷는건 좋아한다. 동네 구석구석 걸어다니며 온 몸으로 동네를 느끼는 걸 좋아한다. 일부러 먼 길을 돌아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걷가가 다리가 아프면 카페에 들러 잠시 쉬는 것도 좋아한다. 버스를 타면 10분이면 갈 거리를 천천히 걸어 1시간 만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연애할 땐 3~4시간을 연인과 함께 걷기도 했다. 한번은 홍대에서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까지 걸어간 적도 있었네.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유모차를 밀고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게 됐다. 아이가 아직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유모차를 타고, 나와 함께 움직인다는 것만으로도 '걷기'의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고나 할까? 나도 무수히 많은 '걷기 예찬론자' 중에 한명이다. 내 몸을 움직여 걷다보면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더불어 내 머리도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이책은 프랑스 유명 소설가가 일년에 한 달씩 오직 동쪽으로만 걷기 여행을 한 5년간의 기록이다. 프랑스 작은 마을 팡플론을 시작으로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그리고 헝가리까지 5개룰 8개 도시 여행기를 담았다. 나이 마흔이 되어 오로지 걸어서만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이책은 도보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 이야기, 날씨와 체력, 산속의 짐승들같이 여행의 방해꾼 이야기, 기적처럼 다가온 작은 행운, 걸으며 바라본 풍경 등을 소설가 다운 필체로 아름답게 풀어나간다.

 

이책을 읽고 있으니 도보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꿈틀꿈틀 피어올랐지만 이렇게 멋진 여행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더더욱 들더라. 누구나 하는 여행 코스를 따라 누구나 보는 것을 보는게 아니라, '걷기'라는 '나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하는 것. 상상만해도 멋진 여행기가 탄생할 거 같잖아. 물론 누구가 겪지 않을 고생도 더불어 하게 되겠지만.

 

- 걷기만큼 인간이라는 존재를 잘 요약해서 보여주는 활동은 없다. 비록 운동 강도가 매우 세지만 우리의 행동과 생각, 스스로 비참하게 느껴지는 순간, 우리가 전 세계를 품을 수 있는 격정의 순간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따라서 걸으면 걸을수록 삶의 경험은 몇 배로 많아진다. 걷기란,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p94

 

 

 

한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된 걷기 여행. 좋아한다는 것은 정확히 안다는 거라는 생각에 글쓴이가 시작한 '지구 걷기 여행'. 이책을 읽고 있자면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딛을 때마다 내쉬는 글쓴이의 숨결이 바로 내 옆에서 들리는듯 하다. 그 숨결은 방 한켠에서 시원하게 에어컨을 켜고 뒹굴거리고 있는 이 독서자의 심장을 마구마구 뛰게 만든다.

  

여름은 더우니... 가을에 가까운 곳부터 아이와 손잡고 걷기 여행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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