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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부엌 -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 라이프
김미수 지음 / 콤마 / 2017년 5월
평점 :

20대 후반이던가? 니어링 부부의 삶에 관한 책을 보면서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자급자족하며 사는 삶. 지구에 최손한의 발자국만 남기는 삶. 조화로운 삶. 물론 내가 그렇게 살 수 없으리라는 거 잘 안다. 하짐나 내가 바라는 삶을 가지게 되었다는 게 지금 현재 내 삶에 참 큰 힘이 되더라고. 어쨌거나 꿈이 있는 삶이니까.
그리고 토끼를 키우게 되면서 자연을 바라보는 눈도 꽤나 바뀌게 되었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된 거지. 토끼들 삶을 관찰하며서 자연의 오묘한 이치에 많이 놀랐었다. 토끼 삶을 그렇게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보아온 사람은 드물거라는 생각에 토끼 관련 에세이를 써볼까도 생각했었다. 물론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 당시 우리 토끼들 사진을 많이 남기지 않은게 두고 아쉽다.

<생태부엌> 출간 소식을 듣고 단번에 이책이다 싶었다. 부제-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 라이프. 지금 한국 도시에서 애엄마가 냉장고 없이 살기란 불가능하지만 이런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부부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한거지. 참, 이들 부부는 한국이 아닌 독일에 살고 있긴 하다. 이들 부부가 냉장고 없는 삶이 가능한 게 텃방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이더라. 그때그때 싱싱한 채소를 텃밭에서 데려오면 되니 냉장고에 쟁여놓을 필요가 없는 거지. 저장이 필요하다면 다양한 저장법을 이용하면 되고. 얼마전부터 텃밭 농사 강의를 들으며 내년부터 첫밭 농사 지을 준비를 하고 있던 나에게 딱인 책이 바로 이거였다. 또... 물론이지만... 이들 부부처럼 제래식 화장실을 만들어 텃밭에 거름을 줄 수는 없지만 말이다.

이책은 여러모로 니어링 부부의 책들과 닮아 있다. 그래서 싫은게 아니라 그래서 좋다. 이책은 니어링 부부가 말하는 조화로운 삶 중에 특히 부엌에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책 제일 뒤쪽에 적힌 이 구절이 이 책 전체를 요약한다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책은 생태부엌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생태부엌 만드는 법, 생태적으로 소박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글쓴이가 글만 잘 쓰는게 아니라 사진도 잘 찍더라. 이책에 실린 모든 사진은 글쓴이 김미수씨가 직접 찍은 사진이다. 사진만 봐도 마음이 힐링되는듯한 책이다.

이책엔 글쓴이가 직접 실천하고 있는 생태적으로 소박한 부엌 이야기가 가득하다. 냉장고 없이 살려면 이런 병조림은 필수! 건강한 병조림 만드는 법부터 맛간장 만드는 법까지. 글쓴이가 독일에 살고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 부엌에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요리법이 가득하다.

고기를 포기하고 살순 없지만 눈으로만 봐도 맛나보이는 다양한 채식 요리 레시피도 한가득이다. 조화로운 삶을 위한 첫번째가 먹거리 조절인데 말이지. 아이 임신 전에는 고기가 그리 땡기지 않아서 의도하진 않았지만 거의 채식주의자처럼 살았었다. 그런데 아이 임신하고 입덧이 소고기 먹는 거라 주구장창 소고기만 먹었더랬다. 그때 그런 이야기도 했었다. 요즘 먹는 소고기가 내 평생 먹은 소고기보다 많은거 같다고 말이다. 그 뒤로 소고기 맛을 알아버린 탓인지 아이 낳고도 종종 소고기를 즐기게 되었다. 뭐 모를 때야 소고기 먹는거 그게 어때서 싶겠지만 이런 책들을 읽고 나면 소고기 먹을 때마다 항상 마음 한켠이 찜찜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찜찜함이 싫으면 채식주의자가 되는 거다. 하지만 난 아직은 그런 찜찜함을 내 방식의 합리화로 견뎌내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 어느날... 우리 아이가 소를 보고 "저 소를 우리가 먹는 거야?"라고 심각하게 묻는다면 아이와 함께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이다. 어쨌튼... 우리는 살기 위해 죽음을 먹고 사는 거니까.

'더 나은 삶' 분명 우리는 알고 있다. 언젠가는 이렇게 살아야지 마음 속으로 생각하기보다 조금씩 내 삶의 방식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궈나가는 게 중요한 거 같다. 내가 실천하고 있는 아주 소소한 '더 나은 삶'을 위한 습관들. 전자렌지 없이 살기. 텔레비전 없이 살기. 비닐팩은 사지 않기. 세탁기는 최소한으로 돌리기(내 옷 잘 안빤다... 청바지는 1년에 한번 빨까말까?) 조금은 더럽게 살기. 등...
엄마라면 이 책 강추다. 내 아이를 위해 더 나은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첫걸음. 우리집 부엌에서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아! 그렇다고 냉장고를 없애라는 건 절대 아니다. 첫 한걸음 떼는게 어렵지 시작해보면 나도 지구에게 꽤나 도움 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습관들이 분명히 있다. 우리 모두 조금씩 노력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