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지르고 살기로 했다
제니퍼 매카트니 지음, 김지혜 옮김 / 동아일보사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와! 간만에 책 보면서 빵 터졌다. 제목보면 짐작하겠지만 이책은 '정리' 관련 책들을 대놓고 까는 책이다. 게다가 어떤 책인지 책 제목까지 버넛이 이야기하고 말이다. 나도 그 책을 읽고 정리하고 살아야겠다 생각했는데. 와~ 이런 책이 출간될 수 있다니. 정말 미국이란 나라?가 관대한 건지 아니면 '정리' 관련 그 유명한 책 저자가 관대한 건지 모르겠다.

다들 아시겠지만 난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고 있는 '미니멀리스트'다. 미니멀리즘 관련 책도 나오는 족족 챙겨읽고 있다. 그런데 정말 실천하기 쉽지 않은게 미니멀 라이프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만큼이나 어려운 내 인생의 숙제. 아니 힘들면 안하면 되지 왜 자꾸 미니멀하게 살겠다고 난리냐할 거다. 맞다. 그러게 그냥 살던대로 살면 되지 왜 안하던 짓을 하겠다고 이 난리인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최근 나오고 있는 '정리' 관련 책들이 나에게 이렇게 세뇌시키는듯 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는 인간이 성공할 수 있어.", "정리해야 행복해질 수 있어." 뭐 이런거 말이다. 정리 안하고 사는 인간을 성공과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처럼 몰아가고 있는거지. 그러니 정리되지 않은 집안 꼴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에 초조해지는 거다. 아, 난 정말 게으른 인간인가? 난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인간인가? 우리집이 이렇게 지저분하기 때문에 내 인생이 이런건가? 이런 생각들이 막 든단말이지. 그렇다면 정리하고 살면 되지 않을까 하겠지만. 아오!! 안됩니다. 정리... 힘들다고요.

그런데 이 책은 정리하지 않고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책이다. 미니멀한 삶을 살짝 비꼬면서 말이지. 이책을 읽다가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그래도 물론 언젠가는 정리를 좀 하고 살아야겠지만. 지금 어지르고 살고 있는 내 삶을 좀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단 말이지. 그러니 여러분!! 우리 어지르고 삽시다!


"너저분한 책상이 너저분한 정신 상태를 보여준다면, 텅빈 책상은 대체 무엇을 보여준단 말인가."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이책이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거다. 더 자유롭고 더 창의적인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는 '어질러라!' 이거다. 정리한다고 니 인생이 빛나지는 않는다는 거지. 그리고는 '정리' 책이 이야기하는 반대의 이야기만 쏙쏙하고 있다.



목차만 봐도 웃기는 책. 다시는 정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란다. 진짜 나보고 하는 소리인줄 알았다. 아무것도 버리지 말란다. 정리정돈 유행에 얽매이지 말고 지루한 질서와 단조로움에서 벗어나란다. 저자는 나름 각종 연구를 인용해가며 정리하지 않은 삶이 정리하는 삶보다 낫다는 걸 이야기한다. 많은 물건을 소유한 사람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 잘 받아들이고, 더 창의적이며, 훨씬 더 똑똑하다고 말해주는 연구결과도 있단다. 학술지 <심리과학>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저분한 방에 있던 사람들이 깨끗하게 정리된 방에 있던 다른 피험자보다 매우 창의적인 답을 약 5배 많이 내놓았다고. (p15 발췌)



살기위해서는 먹어야 하고, 먹다보면 어질러지기 마련이란다. 옷장은 문만 닫아두면 오케이!! 묵차만으로도 우리들을 미니멀라이프와는 정반대의 길을 안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책이 단순히 '정리정돈' 책을 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지럽히고 사는 우리가 충분히 정신 건강하며 창조적이라는 걸 계속 강조한다.

사실 이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기도 하다. 내가 워낙 책장 위를 너저분하게 두고 쓰기 때문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봤었거든. 매일 정리를 해도 다음날이면 정리하기 전 상태로 돌아간다. 그러니 매일 정리를 할 필요가 있겠나? 정리해도 결국은 어지러운 상태로 돌아간다면 어쩌면 어지러운 상태가 '정상'인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정리'된 상태가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거지.



그리고 이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기뻤던 구절. 어떤 책이든 사서 쌓아놓으란다. 침대 옆 탁자 위에 쌓아두는 것부터 시작해서 바닥에도, 창문턱에도 의자 위에도 책을 쌓아두란다. 그리고 더 많은 책을 사란다. 그러면서 어떤 집에 놀러갔는데 책이 한구너도 없다면 그 사람을 어떻게 판단하겠냐는 거다. 음... 틀린말은 아니다. 극단적인 정리로 모든 책을 정리한 우리집은 상상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이책 덕분에 책을 쌓아두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좀 덜 수 있을 것 같다. 정리해야겠다는 강박에서 완전 탈출시켜주는 꿀같은 책!



책 마지막 부분에 친절하게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는 곳도 알려준다. 엣시, 서점, 이베이, 온라인 쇼핑몰까지 쓰잘데기 없는 물건을 쟁여놓을 수 있는 꿀팁까지. 정말이지 여기까지 읽으니 이 글쓴이랑 넘 만나고 싶은거지. 그리고 잡동사니 체크리스트! 당신이 잡동사니를 모으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다. 난 첫번째 리스트부터 체크했네. 첫번째가 뭐냐면... '하트, 고양이, 화살표 등 다양한 모양의 포스트잇' 하하하하하하하 나도 특이한 모양의 포스트잇이라면 환장하고 모았다.

이책은 미니멀한 삶을 살고는 싶지만 죽기전가지 절대로 그렇게 살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강추다. 정리하지 않는 삶, 쟁여두고 사는 삶을 살면서도 입버릇처럼 '정리해야지, 그만 사야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강추다. 그런 사람들이 현재 자신의 삶을 충분히 사랑하며 살 수 있도록 해주거든.

그리고 어지럽히고 사는 것에 대한 다양한 핑계거리가 이 책에 많이 담겨 있으니 왜 청소 안하냐고 잔소리하는 신랑님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육아맘들은 요거 꼭 읽어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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