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재미있게 읽어었다. 제목은 로맨틱하지만 그 내용은 절대 로맨틱하지 않은 책. 그런 그가 얼마전 네번째 창작 동화를 펴냈다. 동물이 주인공인 책에다, 환경 문제를 다루는 책이라 완전 기대를 하고 책을 기다렸다. 사실 동물 이야기를 다룬 책은 끝이 대부분 슬프기에 이 책 읽기를 망설였다. 게다가 자신의 이름을 지켰다는 책 제목에서부터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아닐 거라는 예상을 하게 만드니. 하... 책을 펼치기 전부터 슬프더라고.


아이보느라 긴 호흡의 책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나. 이 책은 107페이지 분량이라 부담 없이 한 자리에 앉아 뚝딱 읽었다. 아이를 재워두고 말이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이 책을 읽을게 잘못이었다. 읽는 내도록 가슴이 아려서 잠시 잠시 책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도 생각나고,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도 생각나더라.

 

 

 

라틴 아메리카의 거장, 칠레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투사이자 환경 운동가인 루이스 세풀베다는 그 동안 환경 문제, 생태학에서부터 사회 비평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 글을 써온 작가다.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는 그의 고국 칠레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의 고향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이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의 손자 손녀들인 다니엘, 가브리엘, 카밀라, 발렌티나, 아우로라, 그리고 사무엘에게, 또한 우리 마푸체족의 꼬마 형제들과 나의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이 책은 이런 글귀로 시작된다. 주인공 개 아프마우 이야기를 하기 전 작가는 '대지의 사람들'이라는 뜻의 '마푸체족' 이야기를 꺼낸다. 마푸체족인 작가는 어린 시절,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던 어른들이 있었기에 자신이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마푸체족은 해질무렵이면 마푸체족 아이들을 모아놓고 마푸체족 언어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작가도 작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졌다고 한다.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도 자신이 어린 시절 들었던 이야기라며 이 동화에 '진실성'을 부여한다. 아프마우, '충직함'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개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마푸체족과 행복했던 개의 삶이 어떻게 한 순간에 짓밝히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마푸체족 사람들과 평화롭게 살던 아프마우의 행복은 쇠덩이를 가진 낯선 외지인들의 들이닥치면서 무참이 짓밝힌다. 자신을 지켜주던 할아버지는 낯선 외지인의 총에 맞아 죽고, 그 마을을 무참히 파고된다. 아프마우는 낯선 외지인에게 끌려가 그들의 사냥개가 되는데.

 

어느날, 아프마우는 새주인에게 자신들이 잡고 있다 탈촐한 '인디오'를 쫓아가라는 명령을 받는다. 아프마우는 탈출한 '인디오'의 냄새를 맡으며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리는데.

 

아프마우가 찾아야될 '인디오'가 알고보니 자신의 '옛주인'이었던 것.


아프마우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마지막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이 이야기는 아메리칸 원주민들이 백인들에 의해 어떻게 자신의 터전을 빼앗기고 짓밝히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비슷하다. 지금까지 무수히 들어온 '원주민'들의 이야기와 비슷한거지. 하지만 이 이야기가 특별한 것은 개의 입으로 전해지는 '마푸체족' 사람들의 일상과 풍습들이 참 따뜻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세계의 주인이 아니다.

모든 것에 감사하라.

대지와 인간은 연결되어 있다.


 

짧은 이야기지만 많은 메세지를 담고 있는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 그 해답을 작가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냈다. 우리 아이가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다면 요 책 꼭 읽어보시길. 물론, 행동이 언제나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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