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저승사자 - 집에만 오면 죽는 식물, 어떡하면 좋을까
정수진 지음, 박정은 그림 / 지콜론북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간만에 여유로운 오후다. 비가 와서 그런지 아이는 점심 먹고는 뒹굴거리다 금방 잠이 들었다. 아이도 비가 오는 줄 아는지 밖에 나가자고 보채지 않네. 오전 내도록 그림 그리다 뒹굴거리다 보냈다. 보통 아이가 자면 이런저런 잡일? 하느라 바쁜데... 오늘은 모든걸 두고 신랑이 만들어온 만쥬에 커피 한잔. 그리고 읽고 있던 에세이를 마저 읽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스탄 게츠 앨범이 나만의 시간을 더욱 행복하게 만드네...

결혼 전에 뭐든 키우는걸 넘 좋아했다. 아이들 가르치는 직업도 "육성"이라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달까? 식물 키우기, 동물 키우기... 작은 것들을 보살펴서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 근데 참... 동물, 아이보다 더 힘든게 식물이더라. 바로바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니 내가 지금 잘 보살펴주고 있느게 맞나? 늘 의심하게 됨. 매일 매일 보살피는데 불구하고 하루아침 식물들이 첨 만난날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예쁜 화분만 보면 계속 집에 들임. 그렇게 우리집에서 죽어나간 식물들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건지? 그나마 다육이들을 만나서 몇년을 함께 잘 살았는데... 아이 키우느라 다육이 돌볼틈이 없었는지... 몇년간 함께 했던 다육이들도 다 저승으로 가고 말았다. 그리고 그때 다짐했네... 일단 당분간은 식물을 키우지않기로.

 

 

그러다 이책 제목을 보는 순간!!! 아오!! 내 이야기 아닌가? 싶었다. 그렇다. 바로 내가 <식물 저승사자> 우리집에만 오면 죽는 식물들... 과연 무엇이 문제인건지? 이책은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탈의 에세이다. 특별한 거 같으면서도 특별할 거 같은 소소한 이야기. 식물가게를 운영하는 글쓴이가 식물을 기르면서 느꼈던 감정과 노하우를 담아놓은 책이다. 초록초록한 이쁜 그림까지 곁들여져 소장욕구 뿜뿜!!!

 여기 목차를 보니... 큰 관엽식물 빼고는 내가 한번쯤은 다 길러봤던 식물이더라.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저승으로 내몰았는지... 식물은 운명을 달리하기 전에 충분에 나에게 위급하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식물 문외한인 난 그 신호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거지. 그저 하루아침에 축 쳐져버린 식물만 떠오를 뿐이다. 근데... 참... 사람이 잔인?하다랄까? 만약 동물 키우기에 소질이 없다는 걸 안다면 한번 실패 뒤엔 다시는 시도하지 않을텐데... 식물은... 한번 실패해놓고.. 보란듯이 또 도전한다. 도대체 무슨 깡인건지... 그렇다면 두번째에는 식물에 대해 좀더 공부를 하는가? 그건 또 아닌거지. 그나마 다육이 키울 땐 제대로 해보겠다며 책도 몇권 사고 카페나 블로그 검색하면서 다육이가 좋아하는 환경 열심히 공부했더랬다... 그래놓고... 다른 식물들은 여전히... 첨에 데려올 때가 최고로 이쁜 것!!!

 

애정어린 식물 이야기를 읽으면서 만나는 따뜻한 초록이 그림들. 이글을 읽고 있자니... 이번 주말에 당장 양재동 꽃시장에 가야할 거 같은... 욕심이... 그래! 이번에는 꼭 죽이지 않을거야... 다짐을 하며 말이다.

아직 죽지 않았다.. 기필코 죽이기... 타이틀만으로도 움찔움찔하는 식물 이야기. 식물 키우기에 관한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로울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이거 읽으며... 나만의 식물일지를... 이쁜 그림과 함께 남겨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사 가면... 우리 아이가 좀더 크면... 식물 저승사자라는 별명... 기필코... 버리고 싶네.

- 율마는 본래 캘리포니아의 해안가에서 풍성한 햇빛 아래 소금기 어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매일 같이 맞으며 자라던 식물이다.
p87
 
내가 율마를 키울 때마다 죽인 이유를... 이 한문장으로 깨달았다.

- 아비스는 직사광선이 차단된 밝은 실내부터 반그늘까지 잘 적응하는 편이다. 다만 공기가 순환되지 않는 곳에 두면 식물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으니 매일 한 번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좋다.  p144

내가 아비스도 죽인 이유를 알겠다.

- 카네이션은 최소 4~6시간 동안 햇빛을 받아야 정상적으로 꽃이 피지만 직사광선과 같은 강한 광선을 좋아하지 않으며 통풍 역시 잘돼야 하므로 기르기가 다소 까다로운 식물이다.  p154

매년 카네이션 화분을 사드릴 때마다 금방 죽는 이유를 알겠다.

- 산세베리아는 반그늘부터 햇빛이 잘 드는 양지까지 모두 잘 자라는 식물이다. ... 휴면기인 겨울엔 한 달에 한번만 물을 주어도 된다.p204

그리 키우기 쉽다는 산세베리아도 죽인 이유를 알겠다.

이유를 알고나니... 다시 잘 키워볼 용기가 생긴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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