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 이 땅의 한국인, 그 손맛의 기록 대한민국 밥상의 가치를 재해석하는 푸드멘터리
KBS 한국인의 밥상 제작팀 / 시드페이퍼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한국인의밥상/서평] 한국인의 먹거리 그 가치를 찾는 여정..한국인의 밥상


 



 

목요일 저녁이 되면 시어머니와 저는 최불암 아저씨가 진행하시는 '한국인의 밥상'을 즐겨봤습니다.

우리나라든 다른 나라든 다니며 우리 음식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는 따뜻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지요.

 

시청률이 안나와서 이 보물같은 프로그램이 없어지면 어쩌나 괜한 걱정을 했다는 것에 부끄럽네요.

평균 시청률이 12%가 넘는다니 ㅎㅎ 그리고 책으로까지 나왔다니 말입니다.



 

한국인의 밥상에는 고향의 맛, 자연의 맛, 시간의 맛 그리고 시대의 맛이 숨어 있습니다.

[한국인의 밥상] 이 책에는 이 순서대로 음식순례를 끌어가고 있습니다. 

고향의 맛.

벌교 꼬막,흑산도 홍어,서천 주꾸미, 강화도 숭어, 섬진강 참게....

11월 지금은 꼬막을 먹을 시기입니다.

이맘때쯤이면 친정엄마께서

통통하게 살이 오른 꼬막을 칼로 한번씩 도려내어 먹기좋게 빠져 나올 수 있도록 한 뒤,

맛깔나는 간장 양념을 하여 꼬막살 하나하나에 얹혀주셨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태백산맥>에서

[양념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대로도 꼬막은 훌륭한 반찬 노릇을 했다.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막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

라고 했답니다.

 

그래도 저는 엄마의 칼칼하고 달근달근한 꼬막장이 있어야 엄마의 정성이 담뿍담긴 밥상을 연상하게 하여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언젠가 주꾸미 축제를 꼭 가 보고 싶은 정도로 저는 주꾸미를 좋아합니다.

문어,낙지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주꾸미이지요.

 

[한국인의 밥상] 이 책에 의하면

실제로 낙지보다 몇 가지 효능이 더 높다는 결과도 있답니다.

예를 들면, 타우린 함유량이 낙지보다 두 배나 놓다고 합니다.

타우린은 피로 회복을 돕는 기능을 하는데 작년에 병원에 입원을 했다가 나왔을 때 낙지 말고 주꾸미를 먹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꾸미의 수명은 1년이라고 합니다. 3,4월에 산란해 여름,가을,겨울을 바다에서 나고 성장한다고 합니다.

모래를 파고드는 바닷속에서 주꾸미는 보호색을 이용해 감쪽같이 자신을 감추고, 바람이 물살을 일으켜줘야 바닥으로 파고 들어간 주꾸미가

올라올 수 있다고 하네요.

 

이제 주꾸미를 먹으면 서해 바다와 바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님이 기가 막히게 표현을 해 주신 구절을 소개합니다.

 

[문어와 낙지는 제사상에도 오르는데 주꾸미는 작고 못생겨서인지 겨우 철판에서 볶아지거나 여러 재료와 함께 탕에 들어갈 뿐이다.

......

주꾸미는 알을 배었을 때 딱 그때에 문어보다 낙지보다 그 맛이 귀하다.

...

어느 하찮은 것도 한철은 있는 것이다.]

 

정말 음식 하나에서도 인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자연의 맛,

거제 겨울 대구, 대게, 기장 멸치, 태안 꽃게, 추어, 주문진 오징어...

 

얼마 전, 시어머니께서 '오징어포식해'라는 것을 해 주셨습니다.

무생채와 생오징어를 채 썰어 함께 무쳐서 하루 이틀정도 익히는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가자미식해라는 것은 들어봤는데 먹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오징어포식해는 맛이 강하지는 않으면서 쫄깃한 오징어의 맛을 그대로 살린 색다른 음식이었습니다.

 

이 책에 마침 오징어포식해가 소개되어 반가웠습니다.

 

사실 어머니께서 만드신 '오징어포식해'가 생각보다 식탁에서 안 팔리는 반찬이 되고 있는데

저라도 열심히 먹어야겠습니다.

 

시간의 맛,

종가,갯마을 밥상, 지리산 나물, 냉면...

 

여름하면 냉면인데,

나이가 먹을수록 함께 늘어가는 것은 냉면 맛집의 개수인 것 같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 누가 맛집을 더 많이 아는지 내기라도 하듯 맛집 자랑이 끊이지를 않는데 그 중 하나가 냉면집입니다.

냉면은 왠지 맛있으면 후루룩 뚝딱인데 맛 없으면 정말 딱 먹기 싫은 음식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냉면 맛을 제대로 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책에서도 소개되었지만, 냉면의 종류는 정말 다양합니다.

평양냉면,함흥냉면,진주냉면,부산 밀면 등..

 

면을 내는 재료나 육수에 따라 정말 다양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황교익님의 말씀처럼,

[냉면은 잘 만든 것이면 면과 육수만으로 충분히 맛있다.

그 맛에 집중하게 되면 심심한 냉면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왜 생기는지 알게 된다.]

 

저도 이 이유 때문입니다. 조만간 대흥동에 있는 평양냉면집 '을밀대'를 가봐야겠습니다.

 

시대의 맛,

통영 굴,사찰 밥상, 삼계탕...

간혹 굴을 못 먹는 사람들을 보게됩니다.

미끌거리는 감촉과 특유의 향이 사람들이 거부하는 요인인 것 같습니다.

옛날 통영 사람들에게 굴은 구황양식이었다고 합니다.

'흉년에 굴 따러 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먹고살기 힘든 해가 되면 바다에서 흔하게 캐 먹을 수 있는 굴로 주린 배를 채웠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통영 사람들은 굴에 대한 믿음으로 매운탕보다는 굴을 우려낸 맑은 탕을 좋아한다고 하네요.

 

맛 칼럼을 써 주신 황교익선생님께서

굴은 플랑크톤을 먹고 소화시켜 굴의 살을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굴 하나 입에 넣는 것은 서해 하나를 통째로 넣는 것과 같다고 한다면 굴이 조금 못났다고 해서 먹지 못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인의 밥상] 을 보면서

바다가 어느 때에 무엇을 내어주느냐에 따라 바다 사람들의 상차림이 달라지듯 자연이 어느 때에 무엇을 내어주느냐에 따라 우리의 상차림 역시 달라짐을 느꼈습니다.

 

수천 년을 돌고 돌아 내가 만나고 있는 밥상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해 줄지 귀를 귀울여봅니다.

밥을 하고 뜸을 들이고 기다리는 시간속에 더 농익은 풍미가 생기듯

지금 우리의 밥상 또한 길고 긴 시간을 기다려 만난만큼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며 살아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산다는 것은 남의 말을 빌려 타고 긴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는 차마설,(p56)

우리의 밥상도 자연과 시간에게 빌렸으니 잘 쓰고 후세에 잘 돌려줘야 함을 이제는 알아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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