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된 꼬마 아이들 - 미국 대통령들의 진짜 어린 시절 이야기 꼬마 아이들 시리즈
데이비드 스테이블러 지음, 정영수 옮김, 두기 호너 그림 / 레디셋고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아이를 가졌을 때 부모들은 그저 내 아이가 건강하기만을 바란다. , , 입 모두 있고, 손가락과 발가락이 각각 다섯 개씩 있는 정상적인 아이이기만을 바라며 말이다. 그래서 임신했을 때 부모들은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태어났을 때는 아이가 정상적으로 큰 소리로 울면서 태어나기를 바란다. 나 역시도 아이가 태어날 즈음에는 제발 우리 아이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아이이기만을 바랐다. 신랑도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태어나자마자 손가락, 발가락부터 세어봤다고 했다. 그렇게 아이가 태어났을 때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갖는 가장 큰 바람은 단 한 가지다. 그저 내 아이가 건강했으면, 이것 한 가지 뿐이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다른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부모들은 조금씩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늘어났다. 처음에는 그나마 굉장히 일반적인 바람들이다. 밤중 수유를 빨리 끊었으면 좋겠다라든지, 기저귀를 그만 떼었으면 좋겠다든지, 조금 덜 울었으면 좋겠다든지, 잠 좀 쉽게 들면 좋겠다라든지 등등 그저 엄마로서 육아가 조금 쉬워질 수 있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바라게 된다. 그런데 아이들이 어느덧 밤중 수유를 끊는 것은 물론 밤중에도 푹 잘 자고, 화장실에서 용변을 다 하며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 어느 순간 엄마들의 바람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된다. 한글을 빨리 떼었으면 좋겠다든지,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든지, 영어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든지 하는 식으로 점점 교육적인 부분에서 아이에 대한 바람이 커지곤 했다.

 

나도 이제 첫째가 7, 둘째가 6살이 되고 나니, 교육적인 부분에서 점점 아이들에게 바라는 부분이 생겼다. 지금으로써는 두 아이들이 뭘 잘 하고 못하고는 떠나서 그저 한글을 읽고 쓰는 것만 할 줄 알아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아이들의 인생을 길게 보고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찾고 꿈을 향해 달려 나갈 수 있는 열정을 갖게 키우자고 마음을 먹었다. 순간순간 보여 지는 것에 흔들리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앞두고 나니 아이의 교육적인 부분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만큼 아이들에게 교육을 안 시키는 엄마도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흔들리지 말자고 굳게 다짐했던 교육관이 자꾸 흔들리던 때,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제목부터 거창한 <대통령이 된 꼬마 아이들>. 정말 궁금했다. 대통령, 그것도 미국이라는 큰 나라의 대통령이 된 이들의 어린 시절은 과연 어땠을지 말이다.

 

 

엄마는 드와이트가 아이젠하워 집안의 모든 형제들 가운데에서 성격이 가장 고약하며, 화를 자제하기 위해 가장 열심히 노력해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윽고 엄마는 성경에서 한 구절을 인용했습니다.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

,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법을 배우라는 뜻이었습니다. ‘너의 감정이 너를 통제하게 하지 마라.’

드와이트는 후에 엄마와 나눈 그 대화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가운데 하나였다고 회상했습니다. 장군으로서 그리고 이후에 대통령으로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결코 사람들 앞에서 화를 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드와이트는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 버리는신기한 방법을 생각해 내기까지 했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을 할 때마다 드와이트는 종이 조각에 그 사람의 이름을 적어서 책상의 가장 밑에 있는 서랍에 그 종이를 떨어뜨렸습니다. 그러면서 혼잣말을 하고는 했어요. “서랍이 이 종이를 처리해 줄거야!”

- <대통령이 된 꼬마 아이들> p158 중에서 -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아이들 교육에 대해 가졌던 조바심을 조금은 덜어 낼 수 있었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이들이 꼬마 아이들이었을 때, 그들은 모두 학교에서 1등은 아니었다. 어릴 때 모습만 봤을 때 그들은 결코 대통령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어떤 아이들은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는 말썽꾸러기들이기도 했고, 경쟁심이 지나치게 강해서 주변 사람들과 자주 마찰을 빗기도 했고, 겁이 너무 많아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커서 한 나라를 대표하는 단 한 사람인, 대통령이 되었다. 학교에서는 결코 1등이 아니었지만, 사회에서는 1등이 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지금 당장 학교에서 1등을 하지 못한다고,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서 1등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각자 저마다의 타이밍이 있기 마련인데, 엄마들은 내 아이의 타이밍을 보려 하지 않고 다른 아이들의 타이밍에 맞춰서 내 아이를 자꾸 비교하려 하게 된다. 내가 아이들마다 각자의 타이밍이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낀 것은 아이들 돌 때였다. 아이들이 돌이 될 즈음 엄마들의 최대 관심사는 내 아이가 언제부터 혼자 걷기 시작하느냐였다. 하지만 아무리 엄마 마음이 급하다 한들 내 아이의 타이밍이 아니면 동네 아이들이 다 걷는다 하더라도 내 아이를 억지로 혼자 걷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때는 돌전에 걷냐, 돌에 걷냐, 돌후에 걷냐를 보며 내 아이가 생후 몇 일째 되는 날 걷느냐를 굉장히 큰 일처럼 여기며 아이를 지켜보지만, 신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이상 아이들은 다 때가 되면 걷기 마련이고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게 걷는다고 큰일이 나지는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이가 생후 몇 일째 되는 날 걸었느냐는 살면서 절대 큰일이 아닐뿐더러 별 상관없는 일이 된다.

 

지금 나에게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한글을 다 떼고 가냐 마냐가 굉장히 큰일처럼 여겨지지만, 특별히 큰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 결국엔 한글을 읽게 될 테고 그러고 나면 분명 이때 내가 한 고민은 별 일이 아닌 게 될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대통령이 된 꼬마 아이들이 어렸을 때 그 아이들을 볼 때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커서 대통령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부모들도 나처럼 자신의 꼬마 아이들을 보며 그 순간순간 고민하고 걱정하며 아이들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우리 아이들이 훌쩍 커서 성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떠올려 보게 되었다. 몸도, 마음도 훌쩍 커버려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말이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과연 무언인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보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결코 완성이 아니라 어른이 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아이들 교육도 단기가 아닌 장기전임을 되새겨야겠다 싶다.

 

 

어느 날, 특별히 제럴드가 심하게 화를 낸 뒤 엄마는 제럴드를 데리고 가서 러디어드 키플링이라는 영국 작가가 쓴 시를 주었습니다. “이 시를 읽어보렴.” 엄마가 말했습니다. “네 화를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제럴드는 의심스러워하며 그 시를 봤습니다. “만약에라는 제목의 그 시는 이런 구절로 시작했습니다.

만약에 모두 너에 대해서 이성을 잃고 비난할 때 네가 냉정할 수 있다면...“

흐음, 그 시는 제럴드에게 주는 개인적인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제럴드는 계속 시를 읽었습니다.

만약에 모두 너를 의심할 때 그래도 그들의 의심마저 이해해 주고 네 자신을 믿을 수 있다면...“

제럴드는 엄마가 자신에게 뭔가를 전하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나쁜 일이 벌어졌을 때 아주 훌륭한 사람들은 흥분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지요. 이제 이해가 됐습니다.

- <대통령이 된 꼬마 아이들> p184 중에서 -

한 가지 부담이 되는 것은,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내 아이를 학교에서 1등인 아이로 만들기도 어렵지만, 사회에서 1등인 사람으로 만드는 것 또한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사회에서 1등인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머리에 지식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지혜를 심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 스스로 깨닫고 느끼게 해야 하는데,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엄마이기는 하지만 나 역시 아직도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나 역시 아이들 못지않게 아직 완성이 아닌 과정 중에 있는 사람인데 말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제럴드 R. 포드 대통령의 어머니를 보면서 역시 훌륭한 사람 뒤에는 훌륭한 부모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면 나 역시 아이들에게 훌륭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겠구나 싶었다. 요즘 들어 아이들에게 화를 주체하지 못할 때가 많은 나 자신을 떠올리며, 나는 제럴드 R. 포드의 어머니가 들려주었다던 러디어드 키플링의 만약에라는 시를 가슴 속에 깊이 세겨지도록 되뇌였다.


만약에” - 러디어드 키플링

 

만약에 네 곁의 모두가 이성을 잃고

네 탓이라 비난해도 네가 여전히 냉정할 수 있다면

만약에 너를 모두가 의심해도 자신을 믿고

그 의심마저 감싸 안을 수 있다면

만약에 기다리면서도 그 기다림에 지치지 않고

거짓에 속더라도 거짓으로 속이지 않고,

미움을 받더라도 미움으로 되갚지 않는다면,

지나치게 선한 척 꾸미지도, 지혜로운 척 말하지도 않는다면

 

만약에 네가 꿈을 꾼다면-꿈의 노예가 되지 않고

만약에 네가 생각한다면-생각이 목적이 되지 않고

만약에 네가 승리를 만나도 재앙을 만나도

이 두 사기꾼 앞에서 똑같이 의연할 수 있다면

만약에 네가 말한 진실을 거짓 무리가

무지한 자들을 사로잡아 왜곡해도 참아낼 수 있다면,

네 인생을 건 일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도

허리 굽혀 낡은 연장을 들고 다시 세우고자 한다면

만약에 네가 이룬 모든 것을

단 한 번의 모험에 걸었다가

다 잃고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실패 때문에 한 숨의 탄식도 내지 않는다면

만약에 네 심장과 감각과 힘이 쇠할지라도

네 몫을 다하고자 강해질 수 있다면

네 안에 남은 것이 "그래도 버티라"고 외치는

의지밖에 없을 때에도 네가 견뎌낼 수 있다면

 

만약에 네가 미덕을 잃지 않고 군중과 대화할 수 있다면

왕들과 나란히 걸으면서도 본래의 네 자신을 잃지 않는다면,

만약에 적도 사랑하는 친구도 네게 상처를 주지 않고,

만약에 모두가 너를 있는 그대로의 너로 받아들이고

만약에 무심한 1분을 네가

의미 있는 60초로 가득 채울 수 있다면,

이 세상과 그 안에 담긴 모든 것은 네 것이 되고,

그러면, 너는 비로소 어른이 되리라!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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