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주는 엄마 부모의 성장을 도와주는 심리 치유서 2
수잔 포워드, 도나 프레이지어 지음, 김보경 옮김 / 푸른육아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을 할 때 내가 언젠가는 아이를 갖게 될 것이고, 그러면 나는 당연히 엄마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기 전 나는 여러 종류의 육아 책을 읽으며 엄마가 되기 위한 나름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는 처음으로 맡은 엄마라는 역할이 너무나 힘겹게 느껴졌다. 육아 책도 육아선배들의 이야기도 다 소용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와 내 아이, 그리고 나의 상황과 똑같은 경우는 어디에서고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3개월 터울의 연년생 형제. 그리고 아무리 순한 아이라 하더라도 엄마들은 각자 나름의 고충을 갖고 있었다. 그냥 주변에서 지나가듯 아이를 보는 것과 엄마로서 겪는 아이와의 시간은 달랐기 때문이다. 결혼은 현실, 육아는 전쟁이었다.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고, 엄마라는 역할을 연습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누구나 쉽게 엄마가 되었고, 당연한 듯 엄마가 되면 다 좋은 엄마가 되는 줄로만 알았다. 우리 엄마도, 우리 엄마의 엄마도 다른 누구였던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엄마였다고 여기며 말이다.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처음부터 엄마였던 사람은 없다. 그저 아기를 품에 안은 순간부터 엄마가 되었고, 갖은 실수를 해가며 엄마니까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엄마가 되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세상에는 엄마라는 역할을 유독 버거워 하는 사람도 있었고, 엄마라는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엄마라는 역할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엄마들은 결국 자신의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고, 자신의 아이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과 똑같은 행동을 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아이들에게 똑같은 상처를 안겨주게 만들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완벽할 필요는 없다. 엄마는 자신만의 감정과 상처 그리고 욕구가 있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아이와 보낼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곧바로 후회할 말과 행동을 아이에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엄마의 태도와 행동이 아이의 신념이나 자존감, 자신감, 안정감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엄마는 아이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 조건이 없는 진정한 사랑을 주어야만 한다.

- <상처 주는 엄마> p14 중에서  

이 책은 아이에게 상처 주는 엄마를 크게 다섯 가지 유형의 엄마로 나누고 있었다. 지독한 지기애에 빠진 엄마, 지나치게 집착하는 엄마,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엄마, 보살펴줄 엄마가 필요한 엄마, 아이를 방치하거나 폭력적인 엄마 이렇게 말이다.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엄마들을 보면서 그런 엄마한테 양육을 받은 아이들이 불쌍하게 여겨졌지만, 한편으로는 그렇다면 과연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 책에 나온 엄마들처럼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엄마는 아니라고 나 스스로를 생각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엄마인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아직은 어리면 어리다고 할 수 있는 다섯 살, 여섯 살이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은 많을 걸 알고 기억하고 느꼈다. 좋은 엄마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쁜 엄마는 안 되어야 할 텐데, 나름 노력한다고 하지만 실수투성이에 서툴기만 한 엄마인 나를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조금 두렵기도 하다.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 사람은 나뿐이야. 엄마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착한 행동으로 엄마의 사랑을 얻어야만 해. 거짓말을 해서라도 말이다. 만약 엄마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다 내 잘못이야.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누릴 권리가 없어. 불평할 권리도 없고. 내가 할 일은 엄마를 돌보는 거야.’

자신의 권리, 책임 그리고 정체성과 관련된 이런 믿음은 엄마의 권리, 책임, 정체성에 더해져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면, 엄마의 행복에 대한 책임은 아이에게 없다. 엄마만이 엄마 자신을 바꿀 수 있다. 엄마의 진정한 사랑은 아이가 엄마 말을 잘 듣는, 착한 행동을 하며 살게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자신만의 어린 시절과 어린아이로서의 삶을 가질 권리가 있다. 아무런 불평 없어 자신의 어린 시절과 삶을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이성적이고 옳지 못하다. 한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은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갖고 독립된 삶을 설계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의 역할은 그러한 아이를 돕는 것이다.

- <상처 주는 엄마> p166 중에서  

편지 쓰기는 상처 주는 엄마와의 관계의 중심으로 가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편지를 써내려 가면서 딸은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히 털어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판이나 모순, 방해 없이 감정을 찾아 갈 수 있다.

엄마에게 첫 번째 편지를 썼다면 일단 보내지는 말자. 그러기 전에 믿을 만한 사람과 편지의 내용을 나누는 작업이 아주 중요하다. 이것은 감정적인 짐을 가볍게 하고 진실을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의 힘을 보여주는 과정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대신 손글씨로 쓰는 편지가 더 좋은데, 종이에 글씨를 써내려 가는 동안 깊은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지는 다음과 같이 네 부분으로 이루어지는 게 효과적이다.

1. 이것이 엄마가 나에게 한 일이에요.

2. 이것이 그때 그 일에 대해 내가 느꼈던 감정이에요.

3. 이것이 그 일이 내 삶에 끼친 영향이에요.

4. 이것이 지금 엄마에게 원하는 거예요.

- <상처 주는 엄마> p182 중에서  

편지를 쓰는 것은 삶의 기억과 감정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그것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역할을 한다. 편지 쓰는 것 자체만으로도 치유가 되지만, 편지를 쓴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편지를 큰 소리로 읽어야만 한다. 자신이 쓴 편지를 자신의 귀로 듣고 더불어 진실을 들을 수 있도록 공기 중에 날려 보내야 하는 것이다.

- <상처 주는 엄마> p200 중에서 -

육아에 대해 심리에 대해 깊이 알아갈수록 내가 깨달은 것은 가정에서의 엄마가 아이들을 비롯한 가족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었다. 특히 심리에 대해 공부하며 접한 다양한 사례들 속에서 가정에서의 엄마들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문제를 보이는 아이의 경우 잘 살펴보면 문제를 안고 있는 엄마로부터 양육 받고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엄마가 안고 있는 문제는 여러 가지였지만, 그런 엄마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아이들에게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를 보이는 아이들의 경우 아이들의 변화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아이들의 엄마를 아이들의 문제 해결에 동참을 시켜야 했고, 엄마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엄마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했다. 아이만 변해서는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엄마만 변해도 아이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많았다.

 

그리고 문제를 안고 있는 엄마들의 경우 자신의 엄마들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고 있었다. 엄마들도 자신의 엄마들로부터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었다. 지독히도 아프고 괴로운 상처의 대물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대물림의 고리는 끊을 수 있는 것이었다. 힘겹고 괴롭지만 자신을 위해 또 자신의 아이를 위해 이러한 대물림의 고리는 끊어야만 했다. 이 책은 상처 주는 엄마를 둔 엄마들에게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해주고 있었는데, 그저 좋고 뻔 한 말로만 설명해놓고 있지 않았다. 이 책에는 실제 상황에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보여주며 정말 실질적으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게 해주고 있었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엄마들이 스스로의 문제를 자각하고는 있지만 그 문제를 들고 직접 상담실에 찾아가기는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이 방법을 찾고 싶을 때 보기 좋은 책이었다.

 

 

나는 그녀 앞에 빈 의자 하나를 놓고 엄마가 거기에 앉아 있다고 상상해 보라고 하며 말했다.

눈을 감으세요. 그리고 당신에게 무언가를 늘 요구하고 고집부리는 엄마를 그려보세요. 당신이 편지에서 묘사한, 사랑 받지 못할 행동을 하는 아이로 자신을 온전히 상상해 보세요. 당신은 안전해요. 괜찮아요. 화를 밀어내지 않고 그냥 말로 그 화를 내뱉는 거니까요. 시작할 때는 어떻게 감히라는 표현이 있는 몇 개의 문장으로 하고, 끝낼 때는 엄마가 당신의 어린 시절을 비틀어놓았던 그 어떤 것으로 하고, 끝낼 때는 엄마가 당신의 어린 시절을 비틀어놓았던 그 어떤 것으로 하세요. 힘없는 어린아이였던 당신과, 좌절감을 느끼는 성인으로서의 당신에게 목소리를 내게 합시다. 그녀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두는 거예요.”

- <상처 주는 엄마> p207 중에서 - 

아무리 화를 쏟아내도 이 세상은 끝나지 않는다.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를 때조차도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건강한 방법으로 화가 흘러가게 하는 것을 편하게 느껴야만 한다. 억압당해 왔던 것을 말하고, 항상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면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분노의 감정을 털어놓는 순간 몸과 마음이 한결 가볍게 느껴진다. 화가 제공하는 소중한 신호를 들을 때 자신의 감정이 어떻게 생기고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이해할 수 있다.

- <상처 주는 엄마> p208 중에서  

무의식은 스펀지와 같다. 당신이 보내는 그 모든 것을 흡수한다. 그리고 좋은 엄마 연습을 무의식으로 보낼수록 너는 정말 최악이야. 너는 아무것도 제대로 하는 게 없어.”와 같은, 마음 상하게 하는 부정적 메시지가 들어설 만한 공간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당신의 무의식은 이것은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야.”라고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무의식은 그저 경험을 흡수한다. 본질적으로 당신은 엄마의 사랑을 자신에게 주면서 내면 아이를 다시 키워가고 있는 셈이다.

- <상처 주는 엄마> p314 중에서 -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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