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자존감 - 부모에게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치유서
댄 뉴하스 지음, 안진희 옮김 / 양철북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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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심리에 대한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것은 마음이란 것이 우리 몸 어딘가에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감정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 몸을 반응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반응을 어떤 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사랑을 줄 수 있다. 왜 어떤 사람은 상처를 주고, 어떤 사람은 사랑을 주는 것일까. 그것도 자신의 소중한 자녀들에게 말이다. 상처를 주기 위해 자녀를 가진 것은 아닐 텐데, 왜 어떤 부모는 자신의 소중한 자녀에게 사랑이 아닌 상처를 주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자신의 자녀에게 상처를 주는 부모는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았다.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가정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가까이 들여다보면 각각 나름의 문제를 갖고 있었고,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가정에서 아이들은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고, 부모는 절대적인 권력자일 수밖에 없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당연하게 갖게 되는 절대 권력. 처음 가져보는 절대 권력을 어떤 부모는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오용하고 남용함으로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권력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한 채 그저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기만 할 뿐이었다. 또 어떤 부모는 처음으로 가져보는 절대 권력을 어떻게 할 줄 몰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임과 유보로 자신의 아이들이 상처 받게 하기도 했다. 권력에는 의무가 동반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 채 자신의 권력을 갖고만 있을 뿐이었다. 절대 권력이 주어졌을 때 어떤 이들은 이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좋지 않은 방법으로 자신의 권력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상처는 고스란히 어리고 약한 아이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부모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자신을 낳아주고 키워준 사람에게 고마워하고 충성하고 인정하고 존경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들은 당연한 것일 뿐이지 빚은 아니다. 존재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을 감정적 화폐로 지불하는 것은 아이의 책무가 아니다.

모든 부모는 선택해서 부모가 되었다. 완벽하게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선택일 수도,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그것은 하나의 선택이다. 반면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수많은 보상이 따른다. 부모는 깊이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사랑을 받고, 애정을 표현하고, 자신과 인생 그리고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부모는 무에서 나온 존재가 한 인간으로 성공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그 자체가 보상이다. 아이에게 사랑받는 것은 세상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선물이다. 하지만 부모가 되겠다는 선택에는 아이를 잘 키우는 법을 배워야 하는 책임이 뒤따른다.

- <부모의 자존감> p181 중에서   

전에 어딘가에서 문제아는 없다. 다만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다.’는 글을 보고 한참 생각에 빠진 적이 있는데, 얼마 전 수업 중에 착한 아이, 나쁜 아니는 어른들이 만드는 거다.’는 말을 듣고는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내가 부모가 되었기 때문에 이런 말들이 쉽게 지워지지 않고 가슴에 남아 마음의 부담이 커지는 거는 걸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미술심리 수업을 받으면서 느낀 것은 이런 말들이 전혀 없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모들로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고 속상할 수도 있겠지만, 자녀 문제에 있어서 부모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부모가 아이를 낳아서 길렀는데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프로이드가 왜 자녀의 성장발달과정에 있어서 어머니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봤는지 세삼 더 이해가 되기도 했다. 단지 이제는 어머니가 아닌 부모의 역할도 보는 것이 더 맞고, 단순히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만 볼 것이 아니라 부모의 부모들과 부모와의 관계도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 다를 뿐 말이다.

 

한동안 육아 서적을 찾아보면 아이에게 언제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가 대부분이었다. 또 그것이 엄마들이, 부모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이기도 했고 말이다. 부모가 되는 것에는 연습이 없었다.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해도 부모가 되는 것은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어렵고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은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고, 몰랐기 때문에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 지에 관한 것만 신경 쓰기만 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정작 자신을 돌볼 시간도 돌아볼 시간도 없고 말이다. 그런데 육아를 담당하는 엄마들을 보면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없어 보이고 잘 해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이 황폐해져 있는 경우가 참 많았다. 그리고 그랬을 때 아이들은 엄마의 마음 못지않게 더 황폐해진 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미술심리 수업을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 자신이 치유되고 내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치유되니 내 아이들이나 가정이 한결 더 평안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또 그것은 다시 나에게도 돌아와 나 역시 평온해질 수 있게 해주었고 말이다. 나 자신을 보면서도 나는 가정 내에서의 엄마의 역할이,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정말 많이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그동안 부모가 되는데 급급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될 지만 생각하고, 아이들을 위해 어떤 부모가 될 지는 잘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돌보느라 내 마음을 돌보지 못 했구나 싶었다. 내 마음을 돌보고 내 자신을 돌보는 것이 아이들을 위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책은 내 아이의 자존감이 아니라 부모의 자존감을 다루고 있었다. 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싶다면 부모인 나의 자존감을 먼저 높여주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건강하지 않은 통제를 받으며 자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세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1단계 양육 과정, 부모, 가정 내 역할 등 상처를 주는 것에서 분리해 정서적으로 집에서 독립하기

2단계 부모와의 관계에 균형 찾기

3단계 자신의 인생을 재정립하기

- <부모의 자존감> p213중에서 - 

가족 문제 전문 심리 치료사인 머레이 보웬은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정서적 분리의 수준이 정서적 건강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분화라고 일컬었다. 보웬이 지적했듯이 당신은 분화에 대한 선택권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성인이 된 당신은 부모보다 더 높은 수준의 분화와 정서적 분리를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 정서적 분리는 다음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1. 관찰

2. 독립선언

3. 분리 문제 해결

건강한 가정에서는 정서적 분리가 자연스럽게 서서히 진행되고 아이들이 십대가 되면서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 하지만 통제적 가정에서는 이러한 정서적 분리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다. 통제적 부모들은 아이가 가정에서 분리하도록 돕는 시굴이 부족하다. 통제적 가정 출신의 청소년들은 엄청난 정서적 부담을 안고서 집을 떠날 때가 많다. 자연스러운 분리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 <부모의 자존감> p215중에서 -

    

이 책에 나온 사례들은 조금 극단적으로 보이는 가정들이 많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정에서 이 사례들 속 가정들을 봤을 때 공감은 조금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자녀는 부모의 영향을 받고, 부모는 또 자신의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은 자녀는 나중에 자신이 부모가 되었을 때 그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않으면 자신이 받은 상처를 자신의 자녀에게 그대로든 다른 형태로든 대물려 주고 있었다. 이러한 대물림은 부모인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나의 소중한 자녀들을 위해서도 어서 빨리 끊어야 했다. 그것이야 말로 내가 건강해질 수 있고 모두 살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동안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는 왜 저렇지? 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어떻게 해야 아이가 괜찮아질지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미술심리 수업을 듣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제 다르게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를 가끔 이해할 수 없거나 우리 아이가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느껴질 때 내가 아이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나는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이만 바꾸려 해서는 안 되었다. 아이가 달라지게 하고 싶다면 부모가 달라져야 했다. 한 때 인기를 끌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가만히 떠올려 봐도 그랬다. 아이를 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달라져야 했다. 그리고 부모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부모의 마음이 건강해야 했다. 이제는 부모인 나를 돌아보고, 부모인 나의 자존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감정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신체적 신호를 보낸다. 화가 나면 귀안이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고 두려울 때면 턱이나 가슴이 조이는 느낌이 날 것이다. 걱정이 들 때는 호흡이 빨라지거나 느려진다. 이러한 신호를 이용해 매 순간 느껴지는 감정을 예민하게 포착하라. 감정을 차단하지 말고 관심을 기울이라.

- <부모의 자존감> p299 중에서  

짐승들은 자기 새끼들을 돌보고 싶지 않으면 그냥 죽여 버린다. 하지만 오랫동안 고문하지는 않는다. - 앨리스 밀러

만약 당신이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데 실패한다면, 인새에서 그 어떤 것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된다. -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당신은 나를 너무나 사랑하죠. 당신은 나를 당신의 주머니 안에 넣고 싶어 하죠.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숨이 막혀 죽어가겠죠. - D.H. 로렌스

완벽은 그 자체에 결함이 있다. - 블레이스 파스칼

무지가 클수록 독단도 커진다. - 윌리엄 오슬러 경

약자들은 자칫하면 괴물이 될 수 있다. 강해 보이기 위해 광적으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힘이 커질수록, 남용할 위험도 커진다. - 에드먼드 버크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 그리고 교육과 예의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아이들을 위협하고, 질식시키고, 구속하고, 올가미에 가두고, 매수하고, 속여서 결국 우리와 똑같은 길을 걷게 만든다. - 준 조단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은 우리를 슬프고, 무력하고, 분노하고, 분개하게 만들지언정 아프게 만들지 않는다. 우리를 아프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이다. - 앨리스 밀러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괴롭힘 당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괴롭히며 인생을 살아간다. - 말로 토마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 요한복음 832

과거를 이상화하며 어린 시절의 고통을 인정하지 않을수록 무의식적으로 더 많은 고통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게 될 것이다. - 앨리스 밀러

권력은 만성적인 공포와 결합할 때 무시무시하게 변한다 - 에릭 호퍼

너의 자녀를 잘 섬겨라아니면 최소한 너의 자녀를 학대하지 말라고 하는 계명은 없는 것인가? - 버벌리 엔젤

- <부모의 자존감> 중에서 -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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