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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진짜진짜 모르는 미운 일곱 살의 심리 - 초등학교 입학 준비, 6.7세 취학기 아이 속마음 읽기
박은진.박현정.최해훈 지음 / 푸른육아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찾았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골라 읽고 몇 권을 빌려가려고 도서 대출기 앞에 섰다. 어린이 도서관이기도 하고 아이들 이름으로 된 도서 대출증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직접 해볼 수 있게 했다. 어린이 도서관 도서 대출기라 귀엽게 생기기도 했고, 방법만 알려주면 아이들이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게다가 터치스크린으로 되어 있으니 아이들도 자기들이 직접 해보고 싶어 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해보고 싶어 하면 버튼만 몇 번 누르게 하고 비밀번호 입력 같은 것은 내가 다 했었다. 헌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직접 다 해보게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도서 대출기에 책을 올려놓고 도서 대출증의 바코드를 읽게 한 뒤, 화면의 지시에 따라 스크린을 터치만 하면 되었다. 첫째는 어느 정도 커서 내가 뒤에서 알려만 주어도 어느 정도 잘 했다. 그런데 문제는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에서 발생했다. 평소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나 별도의 전자기기를 주지 않다보니, 첫째는 스크린을 터치하는 것이 많이 서툴렀다. 게다가 이제 어느 정도 숫자를 알고 있음에도 내가 불러주는 숫자를 빨리 찾지를 못했다. 그래서 비밀번호를 틀리거나 찾는데 시간을 많이 소모해서 자꾸만 도서 대출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만 했다.
처음 한두 번은 아직 아이니까, 많이 해보지 않았으니까 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그래서 화면을 어떻게 터치해야 하는지 설명도 해주며 괜찮으니까 다시 해보자고 친절하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런데 아이는 아무리 설명을 해주어도 자꾸 이상하게 스크린을 터치했고, 비밀번호를 빨리 입력하지 못해 도서 대출을 계속해서 다시 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아이가 장난치는 것도 아니었고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었기에 멀어져 가려하는 나의 인내심을 다시 붙잡아가며 아이에게 설명해주고 기다리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아이의 어쩔 수 없는 실수가 10번이 넘어가자 나는 아이에게 힘을 실어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러자 아이는 자기도 답답한지 두 손으로 자기의 머리를 북북 긁으며 난감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나는 뒤늦게 ‘아...’ 싶었다. 아직 어리구나. 아직 익숙하지 않구나. 아직 많이 해보지 않았구나... 아직 터치 스크린 작동이 미숙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아이를 보며 답답해했던 것이 너무나 미안해졌다. 내가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하고, 아이에게 실수 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지 못한 것이 말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컸다고 아직 어린 아이한테 너무 많은 것을 바랐구나 싶었다.
내가 요즘 가끔씩 힘이 드는 것도 어쩌면 아이의 마음을 잘 몰라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의 속마음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고자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다른 육아서적들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단순히 각 상황에 대한 육아 지식이나 방법을 얻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마음까지도 헤아려보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도 분명 생각이 있고 느낌이 있고 할 텐데, 내가 어른이라는 이유로 너무 아이들의 그러한 것을 묵살하고 무시해온 것은 아닌지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특히 요즘 내가 가장 신경 쓰는 것 중의 하나인 첫째의 한글 공부. 그래도 그동안은 아이들이 둘 다 생일이 늦은 편이라 아이들에게 재촉하지 않아 왔는데, 첫째가 이제 조금 있으면 7살이 된다고 생각하니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조금 조급해졌다. 게다가 요즘은 한글을 초등학교 가기 전이 아니라, 6살에 다 뗀다고들 하니 더 그랬다. 다른 건 몰라도 초등학교 가기 전에는 한글을 떼어야 하지 싶어서 말이다. 그래서 요즘 첫째에게 한글 쓰기를 시키고 있는데, 어떤 식으로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던 터였다. 내가 제대로 해주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이 책은 말해주고 있었다. 아이마다 한글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는 다르다고, 아이마다 맞는 한글 공부법이 따로 있다고 말이다. 결국 또 이 모든 것은 다시 엄마의 몫이었다. 하지만 아이에 대해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엄마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는 하다.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은 첫째가 한글쓰기를 너무 힘들어 해서 매일매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줄씩만 쓰게 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한글쓰기를 어렵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동안은 힘들다고 해도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혼내기도 하면서 많이 쓰게 했는데, 어린 아이에게 많이 쓰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아이는 더 이상 글씨 쓰기를 힘들어하지 않았고, 이 책을 읽으며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덜 미안해 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의 시기로는 절대 늦은 것이 아닌데, 괜히 주변을 둘러보고 그렇게 여겨 우리 아이의 시기에 맞추지 못 한 채 서두르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아이도 한글을 잘 쓰지 못해 속상해 하고 있을 수도 있고, 한글을 잘 읽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긴 누구에게나 남들보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마련인데, 아이들에게도 그런 마음이 당연히 있겠지 싶었다. 단지 우리 아이에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일 뿐이고 말이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