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 신나는 노빈손 한국사 시리즈 1
남동욱 지음 / 뜨인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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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험을 위해 역사 공부를 하고 있지만, 머리로만 아는 역사 공부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시험만을 위한 공부는 시험이 끝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지만, 아무리 시험을 위한 공부라 하더라도 앎을 위한 공부를 한다면 시험이 끝난 뒤에도 머리뿐 아니라 마음속에 많은 것을 남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역사 공부를 하는 동안 역사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서, 역사를 보다 폭넓게 알고 깊이 이해해보기로 했다. 다양한 역사 서적을 접하는 것은 역사를 느끼는데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게다가 요즘은 재미있으면서도 좋은 역사 서적들이 정말 많이 있었다.

 

전체 역사를 보여주는 책도 좋지만 그런 책을 몇 권 읽다보니, 한 가지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역사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내 눈에 들어온 노빈손 한국사 시리즈. 한 번 읽다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쉽게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책을 읽는 동안 꼭 재미있는 역사 드라마를 보는 듯 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중간중간 역사 공부를 하면서 궁금해 할 만한 것들이나 알면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쉽고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궁궐이 왜 이렇게 많아?

조선시대의 5대 궁궐하면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경운궁(덕수궁)을 가리킨다. 나라의 왕은 한 명뿐인데 왜 궁궐은 여러 개였을까? 그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다. 목조 건물이라 항상 화재의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정조의 경우처럼 왕의 신변에 위협이 생길 경우 피할 곳이 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역병이라 불리는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아무튼 누구는 집 많아서 좋았겠네!

- <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 p18 중에서  

조선시대 기록 문화의 절정, 의궤

왕실의 혼례나 장례와 같은 국가적인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기록한 책이다. 의식의 순서는 물론이고 의식에 참여한 사람들과 그들에게 지급된 임금까지도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자세한 그림도 곁들여져 있어 오늘날 조선시대의 문화를 복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0077<화성성역의궤>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기록유산으로 인정되었다.

- <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 p30 중에서  

피맛골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에 있는 조선시대의 골목길. 서민들이 고관들의 말을 피해 다니던 길이라는 뜻의 피마에서 유래하였다. 당시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종로를 지나다 말을 탄 고관들을 만나면 행차가 끝날 때까지 엎드려 있어야 했기 때문에 좁은 골목길로 피해 다니는 풍습이 생겼는데, 피맛골은 이때 붙여진 이름이다.

- <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 p60 중에서  

정조의 젊은 피, 초계문신

정조는 즉위 후 왕권을 강화시키기 위하여 젊고 재능 있는 관리들을 선발하여 규장각에서 특별 교육을 시켰는데 이들을 초계문신이라고 한다. 정조는 가끔씩 직접 수업을 하거나 시험도 보게 하고 채점까지 하기도 했단다. 그리고 시험을 잘 보면 보너스로 책도 주고 술도 주고, 히히. 정약용, 이가환, 서유구 등이 대표적인 초계문신이다.

- <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 p69 중에서  

가장 오래 산 조선시대 왕은 누구일까?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왕들의 평균 수명은 44세에 불과하다. 21대 영조가 82세로 가장 오래 살았으며, 태조가 73세에 세상을 떠났다. 왕위에 오른 나이와 재위 기간은 수명과는 별개의 문제. 가장 오래 왕 노릇을 한 사람은 역시 영조(52년간). 가장 짧게 한 사람은 인종이다. 겨우 8개월. 즉위 당시 나이가 가장 많았던 사람은 태조였고, 가장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사람은 헌종이었다. 7. 그래도 왕 노릇은 15년이나 했다.

- <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 p105 중에서  

조선의 임금 중에 장남은 몇 명?

유난히 장손을 중시하고 순수혈통을 보존하려고 애썼던 조선시대이지만 장남이 왕위에 오른 것은 27대를 이어온 임금 중 일곱 명뿐이다. 오히려 둘째 아들이 왕이 된 경우가 더 많아 모두 열두 명. 이유는? 조혼으로 인하여 나이 어린 왕비의 몸에서 태어나다보니 신체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 <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 p106 중에서  

왕도 개인 재산이 있었다?

얼핏 생각하면 나라의 모든 것이 전부 왕의 것 같지만 왕도 개인 재산이 있었다. 이를 내탕금이라고 하고 이 돈을 두던 창고를 내탕고라고 했다. 임금은 이 내탕고의 돈으로 천재지변이 있을 때 백성들을 도왔다. 왕자나 공주들의 결혼 비용도 내탕고에서 나왔다. 내탕고를 가장 자주 열었던 임금은 정조다.

- <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 p110 중에서  

환갑 잔치는 왜 하는 것일까?

사람이 태어나서 60년 만에 맞는 생일날을 환갑, 회갑 또는 주갑이라고 한다. 한국 나이로 예순한 살이 되는 생일이 환갑이다. 우리나라에서 환갑을 특별하게 생각했던 이유는 환갑이 되면 태어났던 해의 간지로 다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정해년에 태어났다면 60년 후에야 다시 정해년을 맞게 되는 것이다.

- <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 p160 중에서 -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는 역사의 한 순간을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타임머신을 타고 역사 속으로 빨려 들어가 노빈손과 함께 그 역사의 현장에서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고 역사적 사건을 경험하는 듯 한 느낌이었다. 다른 책들 중에도 역사를 생생하게 묘사해준 책들이 있었지만, 이 책과 같은 느낌을 주지는 못했었다. 이 책은 역사의 어느 한 시기에 간 노빈손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재의 시각으로 과거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바라보게 했다. 그리고 노빈손이 과거의 역사 속에서 직접 경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역사도 그 옛날에는 과거가 아닌 현재였음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정조대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동안은 조선 후기의 왕들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겠지만, 결국엔 정치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식민지 시절을 겪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 후기의 왕들은 무능력하고 무책임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역사에 대해 다시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기는 했지만, 한 번 가졌던 생각이 조금 공부한다고 쉽게 확 바뀌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조대왕을 왕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역사에 남겨진 기록으로서의 왕이 아닌 한 시대의 살았을 왕으로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정조. 그의 묘호의 끝 글자가 조인 것만 봐도 그가 살아생전 나라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정조대왕을 멋진 왕으로 인정할 수는 없었다. 그는 여전히 나에게 조선 시대에 있던 많은 왕 중의 하나였고, 나라를 말아먹은 조선 후기의 왕 중의 하나였을 뿐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정조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가 얼마나 백성을 위하였고, 백성들에게 공명정대하게 대하려 했는지 알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나름대로 나라를 위해 부단히도 많은 노력을 한 훌륭한 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왕이기에 외롭고 고독했을 그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왕임에도 불구하고 왕이기에 시시때때로 목숨을 위협받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부모를 위하는 마음이 지극하나, 아버지를 위하자니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해야 하고, 어머니를 위하자니 아버지의 마음을 풀어드리지 못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을 정조 대왕의 아픔과 고통이 전과 달리 정말 가슴에서부터 뜨겁게 느껴지게 되었다. 역사를 역사로만 알려고 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을 역사를 그 시대의 현재로 보려고 할 때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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