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 9 : 우리나라 먼나라 이웃나라 9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학교 다닐 때부터 봐왔던 <먼나라 이웃나라>. 어릴 땐 역사를 만화로 재미있게 풀어놓아서 틈틈이 찾았던 책이었다. 특히 화장실에 갈 때 자주 찾았던 책 중 하나였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책이라니, 참 놀라웠다. 후속편도 계속 나오더니 이제는 우리나라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만화로 되어 있지만, 너무나 알차고 유익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보여줄 겸 나도 공부도 할 겸 풀 세트로 장만해두었다. 아직 아이들에게는 어렵지만 이 책은 한 번 읽고 끝낼 책이 아니라, 계속해서 읽어 줄 책이었기 때문에 아깝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서 책장에 꽂아만 놓고는, 이런저런 이유로 바로 읽지는 못했었다. 그러다 심리에 대해 배우면서 오히려 나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고 깨달아가면서, 역사에도 눈을 돌리게 되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우리나라는 나의 뿌리였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나 싶었고,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이번에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이 땅에서 살려면 정치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치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알아야지 싶었다. 알아야지 뭐라고 요구라도 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할 수 있지 싶었다.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했다.

 

우리나라의 역사, 국사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해 내가 처음 고른 책은 <먼나라 이웃나라> 속에 있는 우리나라였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역사가 나열식으로 정리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지에 대한 깊은 분석과 성찰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과 일본도 더 이해하게 되었고, 우리나라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도 어느 정도 보게 되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짧은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을 겪은 우리나라, 그런 우리나라가 참 대견하게도 느껴졌고, 불쌍하게도 느껴졌다.

 

이미 지나간 역사에 대해 아쉬워하면 안 되지만,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너무나 안타깝고 아쉬운 것이 생겼다. 만약 우리나라가 잘만 대처했더라면 우리나라도 스위스나, 타이, 에티오피아처럼 식민 지배를 받지 않고 중립국가로 남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우리 선조들도 당시로서는 최선을 다 한 것이고,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 생각하고 싶지만, 생각할수록 그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마음이 자꾸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랬더라면...

 

백성들이 뼈저리게 느낀 것은 무엇이었을까?

왕과 조정은 나와 내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지 못한다. 나와 내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사람은 나 자신 외엔 아무도 없다. ”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백성들은 낫과 죽창을 들었고, 거대한 침략 세력에 분연히 일어나 맞서 싸웠던 거야.
싸우자. 싸우지 않고 주저앉아 있으면 모든 게 끝장이고,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백성을 지켜야 하는 의무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지배 계급.

정권 유지가 더 급해...”

이들에 대해 백성들이 갖는 심정은 어떠했을까?
저놈들은 더 믿을 수가 없어. 허구한 날 당파 싸움으로 권력 다툼만 하다가, 외적이 쳐들어오면 도망가기 바쁜 무리들. 민심은 천심이라고 떠들면서,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에 눈이 먼 자들이야!”

저런 자들에게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맡겼다간 큰 낭패다. 가족과 재산은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해!”

그러자면 우리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 , 똘똘 뭉쳐 힘을 합해야 한다구!”

끝없이 반복되는 외적의 침fr에 시달려야 했던 한반도의 백성들은 지배 계급에 대한 불신과 냉소주의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이웃과 하나되는 공동체 의식을 지니게 되었지.

내 생명, 내 가족, 내 재산 힘을 합쳐 지키자!”

험난한 역사에서 비롯된 이러한 의식은 지금까지도 한국인들의 기본 정서로 깔려 있어. 이는 곧 한국인들이 지배 계급을 불신하고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 드센 민족성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야.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9 우리나라> p124 중에서  

이처럼 한국인들은 강제로 시키면 할 일도 더 안 하려 드는 오기를 지녔고, 누르면 누를수록 더 세게 반발하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민족이야. 그런 만큼 한국인을 움직이려면 강요나 억압으로는 안 되고, 상전을 섬기듯 설득하고 권유해야 해. 한국인은 모두 스스로 왕이라고 생각하니까.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9 우리나라> p195 중에서  

시스템은 설치 않고 양보심에 호소한다면 모두 급한데 누가 지키겠어? 시스템은 성악설에 의거해 빈틈없이 철저하게 만들어놓아야지. 엉성한 시스템은 얼마든지 거꾸로 악용될 소지가 많고, 선의의 피해자만 생겨나게 돼.

규제는 성선설로 풀고, 시스템은 성악설로 구축하가!”

-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9 우리나라> p243 중에서 -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글로벌 믹스형 의식 구조로 인해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존재들을 이어주고 소통시켜 줄 수 있는 현명한 지도자라고.

우리 국민의 놀라운 잠재력을 일깨워 나라 발전은 물론 사회와 개인의 발전을 위한 에너지로 전환시키고, 반목하고 갈등하는 사회에 소통의 물꼬를 터서 대화하고 타협하며 더불어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현명하게 이끌어줄 수 있는 지도자가 나타나야만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힘찬 도약을 기약할 수 있을거야.

한류로 상징되는 우리 문화,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우리 경제는 모두 세계에서 유일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글로벌 믹스형 문화와 의식 구조에서 그 성장 동력을 찾았지. 그러나 정치 사회적으로 글로벌 믹스형 의식은 심각한 갈등을 빚으며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고, 어쩌면 앞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을지도 몰라. 우리가 소통과 화합의 기회를 얼마나 빨리 잡을 수 있느냐에 우리 국가와 국민의 새로운 도약이 걸려 있다고 하겠지.

-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9 우리나라> p269 중에서 -

 우리에게 현명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말에 자꾸 반기문 UN사무총장님이 생각나는 지.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그 분이라면 우리나라를 소통과 화합으로 하나 되게 해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속한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의 소망이지 싶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더 많은 이들이 정치의 중요함 소중함을 깨닫고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변화가 필요한 요즘, 안정이 필요한 요즘, 인재가 필요한 요즘, 정치가 필요한 요즘 말이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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