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음을 왜 이렇게 몰라줄까 - 상처투성이 부모-아이 관계를 되돌리는 감정 테라피
조슈아 콜먼 지음, 나선숙 옮김 / 지식너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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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동안 읽어온 많은 육아서들은 항상 그 중심에 아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이 책은 부모를 중심에 두고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앞으로 이렇게 부모를 중심에 두고 부모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책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하지 않나 싶다. 흔히들 말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하다고. 조금 달리 말하면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육아의 중심에 아이들에만 놓고, 아이들의 행복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는 것은 조금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

 

부모가 되고서야 알았다. 부모도 힘들 수 있고, 상처받을 수 있고, 실수할 수 있고, 아파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난 부모가 되면서 참 걱정이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부모란 많은 것을 알고, 많은 이해심과 인내심이 있는 완벽한 존재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나는 아직 그렇게 완벽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런데 부모가 된다니 불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너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부모가 된 것은 아닌지, 과연 내가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부모가 된 지 이제 어언 3년이 되고나니, 이 책에서 말하듯 세상에 완벽한 부모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연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단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뿐이지.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로 하나의 인간관계라고 생각하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고 본다. 자녀도 나와 다른 또 하나의 인격체니 말이다.

 

아직까지는 걱정했던 것에 비해 잘 해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앞으로가 조금 걱정이 되었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서 고비란 자녀의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사춘기를 겪을 때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이 시기에 부모님에게 반항도 하게 되고 불만도 갖게 되고 했던 것만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이나마 생각하게 되었다. 나만 부모님 때문에 속상하고 화가 나고 슬펐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나로 인해 부모님도 마음에 상처를 받으셨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헤아려보게 되었다.

 

자녀에 대한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녀들이 다 큰 후에도 늘 전전긍긍하게 되는 게 우리가 진화론적으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반면 또 한편으로는 자녀에게 해가 되는 범죄를 실제로 저지르는 부모들도 ‘있다’. 아동학대, 근친상간, 방치, 알코올 중독 같은 문제들이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자녀를 키우면서 저지른 실수들이 작은 것이건 심각한 것이건, 진짜건 상상이건 간에, 자녀의 실패와 비난에 당면한 부모들은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녀에 대한 더 많은 조언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지지와 인도다.

- <엄마 마음을 왜 이렇게 몰라줄까> p11 중에서 -

우리 아이들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자녀가 자신을 탓하고 있다면, 부모를 용서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부모의 의도가 얼마나 좋은 것이었든, 자기 스스로 자식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때 용서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 부모로서는, 자신이 아무리 희생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더라도 자신의 무언가가 자녀에게 문제를 일으켰을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자신에게 연민을 갖고, 그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불평하는 자녀에게 연민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엄마 마음을 왜 이렇게 몰라줄까> p61 중에서 -

작은 쪽지에 당신에게 해당되는 긍정적인 단언들을 적어라. 그 쪽지를 갖고 다니며 하루에 두 번씩 읽어라. 우울하거나 죄책감이 느껴질 때, 혹은 후회스러울 때는 더 많이 읽어라. 왜 그래야 할까? 우리의 뇌는 한 번에 생각할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사실이나 기억들을 적극적으로 주입하면, 부정적인 생각을 할 시간과 공간이 줄어든다.

- <엄마 마음을 왜 이렇게 몰라줄까> p79 중에서 -

이전 세대에서는 자녀가 ‘부모의’ 사랑과 존중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오늘날의 부모들은 자신이 ‘충분하지’ 못해서 ‘아이들의’ 사랑과 존중을 얻지 못할까 봐 불안해한다. 심리적으로 충분히 아이를 보듬어주지 못하고, 충분히 민감하게 살펴주지 못하고, 충분히 재밌게 해주지 못하고, 충분히 ‘옆에 있어주지’ 못할까 봐 두려워한다. 자신이 부모로서 저지른 실수 혹은 저질렀으리라 생각하는 실수들이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날아와 그들을 괴롭히게 될까 봐. 그로 인해 문제가 일어나게 될까 봐 걱정한다.

- <엄마 마음을 왜 이렇게 몰라줄까> p108 중에서 -

콩어는 이 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연구에서 형제자매들이 강조하는 핵심은 나이, 성별, 발달 단계, 습득 기술과 관심사, 때로는 부모와 자녀가 공유하는 관심사의 차이 때문에 부모가 형제자매를 모두 ‘동등하게’ 대우할 수 없다는 점을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해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부모가 자신들을 공정하게 대하는지에 관심이 많다! 부모들의 멋진 균형 잡기가 필요하다!” 또한 부모가 아무리 자식들을 똑같이 대하려 노력하더라도 가족 안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자신이 얼마나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에 대한 견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엄마 마음을 왜 이렇게 몰라줄까> p146 중에서 -

이런 심란한 역학들은 사춘기의 아이들이 순수하게 자신의 한계를 알아보려고 노력하다가 생겨나는 결과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훌륭한 판단력은 경험에서 비롯되고, 경험은 부족한 판단력에서 비롯된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반항하고, 규칙을 어기고, 부모를 화나고 속상하게 하는 바로 그 행동들이 잠재적으로는 자신이 부모와 다르다는 것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 행동들을 통해 부모의 반대를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으며, 자신이 한 행동에 결과가 따른다는 사실도 배우게 된다.

- <엄마 마음을 왜 이렇게 몰라줄까> p186 중에서 -

얼마 전 나와 같은 연년생 형제를 청년으로 기르신 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 어머니는 나의 고충을 충분히 공감해주셨다. 그리고 많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중 딱 한 가지 내 가슴에 딱 박힌 말이 있었다. 아이들이 유아기 때는 엄마가 자신에게 한 행동을 보며 많은 것들을 배운다고, 그리고 사춘기 때가서는 유아기 때 엄마가 보여준 방식 그대로 한다는 것이었다. 그 어머니는 아이들이 어릴 때 너무 힘드니까 소리도 자주 지르고, 조금씩 때리기도 하셨다고 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그때는 어쩔 수가 없었다고. 그런데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고서는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그대로 나에게 돌아온다고.

 

정말 간담이 서늘해지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한 대로 나중에 아이들이 나에게 한다고 생각해보라. 재빨리 그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은 아니가 싶다. 아무리 아이들이라도 분명 하나의 인격체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그동안 어리다고 너무 함부로 대한 것은 아닌가 반성해보게 되는 말이었다.

 

아무튼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만났던 어느 어머니와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 아이들과 쌓고 만들어가는 관계에 따라 내가 걱정하는 아이들의 청소년시기를 잘 넘길 수 있느냐 없느냐가 어느 정도는 결정지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이들을 사랑과 존중으로 대할 때 아이들은 그것을 가슴에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것을 기억해야지 싶다. 진심은 통한다고 아이들은 아무리 주체할 수 없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오더라도 부모의 사랑과 존중은 기억할 테니 말이다.

 

지금 잠깐 답답한 속을 풀기 위해 화를 참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고 때리며 혼내기 보다는, 나중의 행복을 위해 아이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대화를 통해 아이들을 가르쳐야지 싶다. 그것이 결국엔 부모인 나의 행복이 되고, 또 아이들의 행복이 될 테니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컸을 때 우리 아이들이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줄까 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되지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에게 사랑과 존중을 주기 위해선 우선 먼저 부모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해야지 싶다. 그래야만이 그것이 가능하고 말이다. 아이들이 소중하다면 부모인 자기 자신부터 소중히 여기며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길 바란다. 부모도 자신의 부모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아이들이니까.

 

부부관계 전문가 존 고트먼은 부정적인 대화 하나당 긍정적인 대화 다섯 개가 주어지면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가끔씩 시끄럽게 싸우는 커플이 가장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간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즉, 부부관계의 좋고 나쁨을 구분하는 기준은 갈들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부정적인 상호작용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의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기르는 일이 결혼생활과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이의 행복을 가늠하는 면에서도 비슷한 비율이 작용하는 것 같다. 평소에 헌신적이고, 애정을 잘 보여주었다면 부모가 어느 정도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더라도 아이들은 견딜 수 있다.

- <엄마 마음을 왜 이렇게 몰라줄까> p262 중에서 -

“당신은 헌신적인 엄마인 것 같아. 당신이 아이한테 ‘이렇게 저렇게’ 하는 건 잘하는 일이야.” 상대방의 공을 인정하면서 대화를 시작하면, 당신이 추구하는 게 싸움이 아니라 소통이라는 뜻을 알릴 수 있다. 애런의 경우, 그는 아내가 완벽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아내가 잘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내가 가끔 아이한테 휘둘린다는 거 알아. 나도 아이에 대한 내 반응이 항상 마음에 드는 건 아니야.” 자신의 부족함과 불완전함을 인정하라. 이런 식으로 그는 자신이 성인군자가 아니며 아내에게도 성인군자처럼 행동하길 기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다. 아내가 상처받기 쉬운 사람인 만큼, 아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얘기하는 게 창피를 주려는 뜻이 아니라는 점도 은근히 전달할 수 있다.

“내가 당신을 잘 도와주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때로는 우리 아들 녀석이 꽤 고집불통이잖아. 오늘 아침만 해도 당신이 화가 많이 났었는데, 내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여기서 애런은 아내의 행동이 비합리적이었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표현하고 있다. 아이 문제든 부부 사이의 다른 어떤 문제에 대해서든, 이것이 배우자와의 대화에 접근하는 이상적인 방법이다.

- <엄마 마음을 왜 이렇게 몰라줄까> p272 중에서 -

이 책을 읽은 뒤 달라진 내 행동 중의 하나는 아이들을 혼내더라도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 전에 아이가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 해주고, 상대방이 느낄 감정도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야기 해주고 말이다. 물론 아이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서도 이해를 해주었지만, 그럴 때 엄마인 나의 마음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었다. 그렇게 한 지 불과 몇 일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저녁, 아이들을 재우고 나도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제 5살이 된 우리 첫째가 자다 말고 뜬금없이 훌쩍거리며 엄마 미안해 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낮에 했던 자신의 어떤 행동 때문에 엄마인 나에게 미안했던 감정이 남아있었던 듯 했다. 물어도 자세히 답은 해주지 않았지만, 아이는 미안하다며 몇 번 말하고는 다시 잠들었다.

 

그런 아이를 보며 이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인격체라는 생각을 더 깊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노력해서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관계라는 것에도 더욱더 깊이 공감하게 되었고 말이다. 어른들 뿐 아이라 아이들도 사랑과 존중, 그리고 이해를 바란다는 것을 기억해야지 싶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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