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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골프 - 벤 호건
편집부 / 전원문화사 / 1994년 4월
평점 :
절판
딱 1달 골프 레슨을 끊고, 약 2주 정도 수업을 받았다. 아직 나에게는 내 마음대로 운동을 할 수 있는 여유가 허락되지 않기에, 그 정도라도 골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을 감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난 그 짧은 기간 동안 골프의 매력을 강하게 느꼈다. 다른 스포츠도 그러하겠지만, 골프는 공을 내려치는 짧은 순간 정확한 계산 하에 나의 모든 신경을 집중시켜야 하는 스포츠였다.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그것이 굉장한 매력으로 느껴졌다. 아마도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였기에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짧게 골프의 매력을 느낀 후 1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골프를 다시 배워보고 싶은 마음은 계속 있었지만, 여러 가지 여건들이 여전히 허락하지를 않았다. 그러던 중 업무차라는 변명 아닌 변명으로 골프세계에 입문해 종종 골프를 치는 신랑이 골프 실력자들이 책을 먼저 보라고 했다며 책을 한 권 들고 다녔다. 골프 용어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어렵기만 할 것 같아서 한참 동안 책장에 꽂혀 있는 것만 봤다. 그러다 다시 골프를 배우기 전에 나도 책으로 먼저 이론을 공부하는 게 낫겠다 싶어 책을 펼쳤다.
역시나 쉽지 않았다. 이론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골프를 치는 방법 및 기술이 담긴 책이었기 때문에 눈으로만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었다. 책에 나오는 것들을 한 번씩이라도 직접 따라해 보면서 몸으로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정 안되면 머릿속으로 따라하는 상상이라도 해보면서라도 말이다. 골프를 많이도 오래도 배운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완전 초보자인 내가 읽기에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아마 나처럼 한 번이라도 골프채를 잡아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여져 있었다. 단지 빨리 읽을 수 없을 뿐.
내가 즐겨 사용하는 레슨법이, 골퍼가 바라는 결과를 얻기 위하여 나타내는 동작의 정확한 본능과 감각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어린이에게 문 여는 법을 가르칠 때 당신은 문을 열어 보이고, 문이 열려지는 때의 모양을 그림을 그려 보이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은 다만 어린이에게 문의 손잡이를 돌리는 것을 가르치기만 하면 된다. 그것으로 어린이는 혼자서 문을 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제부터의 레슨에선 당신이 요구하고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해야 할 점을 강조할 것이다. 그 결과를 가져오는 동작-그것이야말로 골프의 참다운 기본이 되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자기의 스타일을 이루는 독특한 터치나 볼을 치는 버릇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플레이어라고 하는 사람이 모두 내가 강조하는 기본을 갖추지 않고는 볼을 칠 수 없다. 그래서 이러한 기본을 갖추지 못하면 명 플레이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 <벤호건 모던 골프> p16 중에서 -
책을 읽으며 왜 모던 골프인지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출간 된지 오래 된 이 책이 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지도 말이다. 책에도 나와 있듯이 골프공을 치는 것은 어린이에게 문 여는 법을 가르치는 것처럼, 가장 기본이 되는 것만 배우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누구나 골프공을 칠 수 있다. 사람마다 문을 여는 스타일은 다 다르지만 문을 열기 위해서는 누구나 손으로 문고리를 잡고 돌리며 문을 밀어야 열 수 있다. 그리고 골프 역시 골프공을 치기 위해서는 누구나 꼭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은 골프의 그러한 것들을 콕 집어서 아주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다시 골프연습장에 가서 골프를 배우기 전에 먼저 이 책과 함께 골프를 익혀보기로 했다. 처음 레슨을 받을 때 답답했던 것이 선생님의 설명이 머릿속으로 잘 그려지지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음 가면 배우는 것이 그립 잡는 법과 스윙 자세인데, 이것은 거울을 보면서 연습하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선생님을 대신 할 수 있는 올바른 교본이 있으니 말이다.
다만, 내가 느끼는 이 책의 단점은 가독성이 너무나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내용이 어려워서 인 줄 알았다. 이 책이 기술서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봐도 내용 때문이 아니었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요즘 책과는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비교해본 결과, 이 책은 요즘 나오는 책에 비해 글자간의 간격이 너무 넓고, 줄 간격이 너무 좁았다. 이 두 가지만 해결되어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골프 실력을 좀 더 빨리 향상시킬 수 있을 텐데, 참 안타까웠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