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테드 반 리스하우트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아들 둘을 갖게 되고 나니, 확실히 전보다 남자아이들에 대해 관심을 더 갖게 되었다. 특히나 이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형제에 관해서도 말이다. 남매로 자란 나로서는 형제애가 어떤 건지, 형제들은 어떻게 자라는 지 잘 모르기 때문에 더 그랬다. 앞으로 형제를 키워야 하는 엄마로서 형제에 관한 것들이 궁금했다. 그러던 차 보게 된 이 책은 나의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충족시켜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형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1년 전, 14살의 남동생을 윌슨이라는 병으로 잃게 된 16살의 형의 이야기였다. 동생 없이 하게 되는 동생의 15살의 생일잔치 전, 형은 동생의 일기를 통해 동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동생의 일기에 자신의 비밀을 써가며 형제간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이미 동생은 세상에 없지만, 형은 일기장을 통해 그동안 갖지 못했던 형제간의 우애를 다지게 된다.

 

형과 동생, 이 둘이 가졌던 비밀은 서로가 동성애자이다는 것. 형제들 간에 가질 수 있는 수많은 비밀들 중 이들의 비밀은 다른 이들은 웬만해서는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 둘은 같은 비밀을 갖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비밀을 함께 나눌 수 없었다. 형은 자신만이 갖고 있는 비밀이라 여기고 마음을 걸어 잠갔고, 동생은 그 비밀을 형에게 말 할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난 몸을 돌려 집으로 뛰어들어가, 계단을 올라와 내 방으로 들어왔어. 방안을 서성거렸어. 생각의 줄기를 가다듬고,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애썼어. 하지만 당장에 머릿속을 정리하기는 불가능했어. 지금까지 행복해지지 않을 각오로 살아왔다는 사실이 갑자기 날 무겁게 내리눌렀어. 내가 그랬던 건, 엄마 아빠에게 걱정을 덜 끼치려고 했기 때문이야.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인데, 처음부터 난 특별한 아이였다고 말을 꺼냈더라면, 엄마 아빠는 “벌써 오래 전부터 우린 그걸 알고 있었다.”고 대답했을 거야.

그런데 느리긴 했지만, 한 가지 점이 명확하게 드러났어. 그 문제에 대해서 더 오래 생각을 하다가 퍼뜩 깨달은 사실이야. 엄마가 조건을 달거나 결론을 내리지 않고, 나를 지금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었다는 거야. 엄마 처지에서 생각해 보면, 그건 매우 특별한 일이었어. 나를 말로 설득하려고 하지 않았어. 울면서, 내가 엄마를 얼마나 불행하게 만들었는지 보여 주려고 하지 않았어. 앞으로 날 사랑하지 않겠다고 위협하지도 않았어. 날 집에서 쫓아내거나, 지하실에 가두지 않았어. 그야말로 우리 엄마로 있어 주었어. 우리 엄마로. 엄마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원래 하던 일로 되돌아갔어. 솔직히 말하자면, 내 체면을 세워 준 거야. 내 생각에, 이런 일은 처음이야. 내 인생 처음 있는 일이야!

- <형제> p191 중에서 -

하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형이 고민 끝에 부모님에게 그동안 감춰왔던 자신의 비밀을 부모님에게 알렸을 때였다. 선전포고를 하듯 부모님에게 동성애자라는 자신의 비밀을 말했을 때, 부모님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아이의 비밀 공개에도 크게 놀라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우린 네가 행복하면 돼. 그게 제일 중요한 일이야.”라고 말한 것이었다. 하긴 부모라면 자신의 아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테지 싶었다. 모든 걸 알면서도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 하기도 하는 것이 부모니까 말이다.

 

부모님은 자신의 자식이 누구이건 간에,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든지 간에 다 사랑한다, 아니 사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자식이라는 이유 단 한 가지만으로. 단지, 자신의 자식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혼을 내기도 하고 하는 것일 뿐이지. 하지만 자식들은 그걸 모르는 것 같다. 하긴 나도 부모가 되어보기 전에는 그걸 몰랐으니까. 자신의 비밀 때문에 혼자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될 듯하다. 부모님은 아무런 조건 없이 그저 자신의 아이들의 행복을 바란다는 걸 알게 될 테니 말이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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