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아이들 - 개정판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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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 관련된 책도 종종 찾아보게 되었고, 이 책도 아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읽게 되었다. 여러 아이들의 진솔한 모습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의 정치와 사회적인 문제를 배경으로 일본인들의 아픔과 힘겨움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가난과 차별에 시달렸던 저자는 자라 교사가 되지만, 어린 시절 형의 죽음으로 받았던 충격을 쉽게 잊지 못하고 질문 없는 답을 찾기 위해 방황을 시작하게 된다. 방황 전에도, 방황 중에도, 방황 후에도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였던 그.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질문과 답을 모두 아이들에게서 찾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다시금 아이들에게 다가고 있었다.

 

 

 

어린이는 작은 거인이다. 어마어마한 힘을 지닌 인간으로서의 어린이, 스스로 성장하려는 한없는 에너지를 지닌 인간으로서의 어린이, 내가 어린이를 이런 존재로 보게 된 바탕에 오키나와가 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어린이가 어떻게 낙천적일 수 있는가. 고통스러운 인생을 사는 어린이의 내면이 어떻게 상냥함으로 가득할 수 있는가. 오키나와의 마음을 몰랐다면, 나는 영원히 여기에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생명에 대한 경외감도, ‘치무구리사’도 내 속을 그냥 지나쳐 버렸을 것이다.

진정한 거인은 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이며 그러기 위해서 싸울 수 있는 인간이리라.

- <내가 만난 아이들> p154 중에서 -

이 책을 통해 만난 아이들에게는 모두 아픔과 상처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로선 그것들을 짊어진 그 아이들의 삶이 참 힘겹게만 보였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작은 거인인 아이들은 자신의 아픔과 상처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인해 그 아이들의 마음은 더 단단해졌고 강인해졌으며, 그 누구보다 따뜻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픔을 알기에 다른 이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힘겨움을 알기에 작은 것에도 기뻐할 수 있었다. 가진 것이 없기에 오히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더 감사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종이 한 장이 아이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힌다는 사실을 교사는 깨닫지 못한다.

“아이들의 불행은 교사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만 변화를 요구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 아닐까요?”

“아이들의 생활과 교사들의 생활이 분리된 지점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게 문제예요.”

“교사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차별에는 민감하지만, 교사 자신이 일상 생활 속에서 만들어 내는 차별에는 너무나 둔감해요.”

- <내가 만난 아이들> p194 중에서 -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그 아이들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런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행동들이었다. 그 어른들 중에서도 아이들이 믿고 의지하고 싶어 하는 선생님들의 행동이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더 큰 고통을 안겨준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특히나 힘겨운 삶 속에 있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더 깨닫게 되었다. 집에서도 사회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보호받기가 쉽지 않았다.

 

 

간혹 이 책의 저자처럼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 하더라도, 선생님은 여린 아이들의 마음에 생각지도 못한 상처를 입히기 십상이니 말이다. 본인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요즘은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주는 혜택들 때문에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인기 직종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 정말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이 되려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우리 아이들이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자꾸 따져보게 된다. 그리고 바라본다. 우리 아이들이 제발 좋은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기를. 적어도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을 만나기를 말이다.

 

 

 

특히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선의 관한 무지’에는 일종의 특별한 성질이 있어요. 비행기를 조종할 줄 모르는 사람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비행기를 조종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지만, ‘선’의 지식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무지를 깨닫지 못하고 거짓 지식, 즉 독사가 이르는 대로 행동하게 됩니다. 참된 지식이 없는 사람은 결국 독사의 지배를 받아 행동합니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지도 않는, 따라서 그것을 손에 넣어도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을 정신없이 좇게 되지요. 소크라테스가 생각하는 현명한 사람은 오직 하나, 선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그 지식이 이르는 대로 행동하며 사는 사람인 것입니다.

- <내가 만난 아이들> p216 중에서 -

이 책은 선생님이 되려고 하는 이들이나, 선생님이 된 이들이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힘겨운 삶 속에서도 우뚝 서려는 작은 거인인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으며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

 

 

 

- 연필과 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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