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집 고양이는 열애중
버지니아 브라운 & 린다 햄너 지음, 나채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고양이들이 주인들 몰래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는 재미있는 설정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당연히 그냥 이야기일 뿐이라 여겼다. 헌데 책을 읽다 나도 모르게 고양이들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정도로 이 책은 고양이들의 생활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정말 어쩌면 고양이들이 우리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것만 같은 우리 두 돌쟁이 첫째랑 이제 막 첫 돌이 지난 둘째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몰래 우리 아이들도 이 책 속의 고양이들처럼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우리 엄마는 왜 그럴까?’하며 쑥덕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아이들의 행동을 좀 더 눈 여겨봐야겠다는 생각까지 하며 말이다.
그렇게 나는 책을 읽는 동안 고양이들을 보며 자꾸만 고양이들에게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찾게 되었다. 특히나 아직 두 돌밖에 안 지난 우리 첫째를 떠올리며 말이다. 우리 첫째는 책 속의 고양이들처럼 어린이집에서 같은 반 여자 친구와 연애 아닌 연애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첫째의 담임 선생님이 해주시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 첫째는 진짜 어른들 못지 않은 연애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면 아이를 달래기 위해 종종 양손에 과자를 쥐어준 채 보내곤 했다. 그런데 선생님 말씀이 우리 아이는 과자 하나는 다른 친구들한테는 절대 안 주고 한 여자 친구에게만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우리 아이가 양손에 과자를 들고 있어도 다른 친구들은 달라고도 안하고 그 여자 친구만이 당연하다는 듯이 우리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과자를 달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야외활동을 나갈 때 짝꿍을 지어주면 그 여자 친구는 다른 친구들이랑은 절대 짝꿍을 안 하려 하고, 우리 아이랑만 짝꿍을 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야외 활동을 나가면 둘이서 손을 꼭 잡고 데이트 하듯이 둘이서만 따로 돌아다니며 논다는 것이었다. 참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아직 둘 다 어려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불가능한데, 어떻게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서로의 감정을 전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는 정말 대단했다. 둘이 나란히 앉아서 책을 보다가 서로 고개를 돌려 서로를 마주봤는데, 그만 둘이 입술이 쪽 부딪혔다는 것이다. 근데 그 느낌이 너무 좋았는지 한동안 둘이 웃으면서 서로 뽀뽀를 하더라는 것이다. 이제 두 돌밖에 안 지난 우리 아이, 정말 그 여자 친구를 좋아하는 듯 했다. 그래서 나도 고양이들의 주인들처럼 두 아이들이 따로 만나 데이트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