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네이드 마마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9
버지니아 외버 울프 지음, 김옥수 옮김 / 비룡소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읽는 내내 조마조마 했다. 어린 두 아이의 어린 엄마, 졸리가 무너져 버릴까봐 말이다. 혼자 맞서기에는 너무나 높고 단단하기만 한 거친 세상이었으니까. 삼십 대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도 힘든데, 십대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졸리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남편도 가족도 없이 말이다. 그냥 열심히 사려는 마음만으로는 마음먹은 대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었다. 위태로운 삶에 빠진 그녀에게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리고 그 도움은 꿈이 있는 어린 소녀, 라본이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졸리는 세상과 홀로 맞서고 싶어 했을 뿐, 자신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도움도 무조건 거부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과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라 여기고 말이다. 그 때문에 처음엔 라본 역시 자신만 도우면 된다고 여기고 졸리의 곁을 지켜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의 도움일 뿐, 졸리가 처한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라본은 졸리에게 사회적인 도움을 받도록 설득하고,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지켜보는 내내 졸리가 너무 걱정되었고, 나 역시 졸리의 삶에 뛰어들고 싶은 욕망이 마구 일었다. 어쩔 땐 졸리네 집에 가서 집을 깨끗하게 청소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 역시 졸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일시적인 도움 뿐 임을 나도 알 수 있었다.

 

세상에 졸리처럼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이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 이겨내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내 눈에는 졸리와 라본만이 보였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졸리가 보였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청할 곳도 없고 도움을 청하는 법도 모르는 안타까운 이들이 말이다.

 

옛날에 아주 가난한 여인이 어린아이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여인은 장님이었습니다. 여인은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오렌지 한 알을 샀습니다. 집에서 굶주린 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말입니다. 오렌지를 사서 집으로 오는데, 나쁜 아이가 여인의 오렌지를 레몬으로 바꿔치기 했습니다. 여인은 집으로 돌아온 다음에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여인은 지혜를 발휘합니다. 레몬즙에 설탕과 물을 타서 레모네이드를 만든 것이지요. 이래서 레모네이드가 이 세상에 처음 나왔다고 합니다.

- <레모네이드 마마> p307 중에서 -

그리고 나 역시 예전의 졸리처럼 지금 오렌지가 아닌 레몬을 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레몬을 레모네이드로 바꾸고 있는 졸리. 나도 어서 빨리 나의 레몬을 나만의 레모네이드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나만의 레모네이드로 바꿀 수 있는지는 내가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듯하다. 두 아이의 엄마에게 필요한 지혜가 나에게도 어서 생겨나길 바라본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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