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이박 현후 - (우리는 한가족)

나는 김이박 현후 ㅣ 작은도서관 9
오시은 지음, 유기훈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6월

이 책은 김이박 현후. 김현후도, 이현후도, 박현후도 될 수 없었던 현후의 아픔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아픔을 이겨낸 현후는 김현후도, 이현후도, 박현후도 될 수 있다며 웃는 강한 아이가 되어있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바로 현후를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재혼가정, 편부모가정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가정 안에 있는 아이들의 혼란과 아픔은 여전히 깊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어릴수록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어릴 때는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놀리고 장난치기 마련이니 말이다. 어릴수록 놀림거리를 찾아서 놀리기 때문에 더 그렇다. 나 역시 피부가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검다는 이유로 깜둥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고, 또 성이 흔하지 않은 신씨라는 이유로 종종 신라면이라고 놀림을 받곤 했다. 그게 마음의 상처가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나를 놀리는 놀림거리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아버지와 성이 다른 현후는 어땠을까. 아이들에게 그것은 완벽한 놀림거리였다. 아이들이 나쁘다기보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에게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별하는 시기이고, 나와 너를 구분하는 시기이기에 더 그렇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있어 현후는 나와 달리 아버지와 성이 다른 아이, 나와 달리 재혼 가정에 있는 아이, 그렇기 때문에 나와는 다른 아이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처음에는 단순히 가벼운 놀림거리였다가, 그것은 점점 현후와 경계를 긋는 구분선이 되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친구들이 그은 구분선 밖에 서버리게 된 현후. 현후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그런 현후를 보며 또 아파했을 현후의 부모님. 여러 가지 상황을 이해는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현후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서류처리를 해주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랬더라면 현후가 받을 상처는 훨씬 더 적었을 텐데 말이다. 아니면 나중에 현후가 아버지와 다른 성 때문에 아파하는 것을 알았을 때라도 서류처리를 해줬더라면 어땠을까 싶었다. 어머니를 두고 아이들을 데리고 이민을 갈 생각을 할 정도였다면,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현후의 성을 김씨로 바꿔주었다면 어땠을까.

마음 아파하는 현후를 보며 나도 내내 마음이 아팠다. 어린 현후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까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덕분에 현후는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기르게 되었다.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현후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현후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 현후를 찾아 현후네 친가에 오신 현후 아버지. 차갑게 내치는 현후의 친할머니에게 가서 살갑게 굴며 정말 자신의 어머니를 대하듯이 하던 현후 아버지. 난 현후 아버지를 보며 바로 이런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싶었다. 말로만이 아니라 몸소 보여주는 것.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자라고 부모를 보며 배운다. 현후 아버지는 현후에게 어떻게 하면 지금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지 몸소 보여준 것이었다.

현후를 가슴으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보듬어준 현후 아버지. 재혼가정에서 잘 친구들로부터 큰 상처를 받은 현후였지만, 그래도 현후는 참 행복한 아이였다. 비록 어머니의 재혼으로 새아버지를 얻게 되었지만, 친아버지 못지않게 헌후를 보듬어주시는 새아버지를 만났으니 말이다. 책 속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세계에서도 현후 아버지 같이 아이의 마음을 깊고 넓게 헤아려주시는 새아버지, 새어머니들이 많아지시길 바래본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