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작은도서관 1
이금이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잔잔하게 스며드는 이야기에 책장을 넘기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엄마 없이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사는 큰돌이와 영미, 두 남매의 가슴 찡한 이야기에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은 자극적이지도 않고, 상황이 긴박하지도 않다. 그리고 표현이 세밀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난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참 놀라웠다. 이렇게 잔잔한 이야기가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말이다.

 

엄마가 되어 직접 내 아이들 키우다 보니, 확실히 느껴지는 것이 달랐다. 엄마가 보고 싶어 남몰래 눈물짓는 아이들, 엄마 품에 한번 꼬옥 안겨보고 싶은 아이들. 큰돌이와 영미 두 남매를 보며 나는 엄마 없는 아이들의 서글픔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들이 이 두 남매에게는 간절하고 그리운 것들이었다.

 

가끔 아이들을 돌보다가도 나는 이 아이들한테 뭘까 싶은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는데, 만약 내가 없다면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나를 그리워하며 지낼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지기까지 했다. 항상 엄마랑 같이 지내는데도, 다치거나 아프거나 하면 나한테 달려와 품에 쏙 안기곤 하는데. 동생인 영미에게 엄마가 안아 주면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고 말해준 큰돌이를 보며, 우리 아이들을 안아 줄 때 좀 더 따뜻하게 안아줘야겠다는 생각했다.

 

나도 분명 아이였던 적이 있었고, 엄마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훌쩍 커버려 정작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였던 때의 마음이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런데 큰돌이와 영미, 두 남매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엄마란 어떤 존재인지 다시금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크면 분명 달라지겠지만,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에게는 엄마인 내가 정말 세상의 전부라는 생각에 어깨가 조금 무거워졌다.

 

그리고 큰돌이와 영미에게 생긴 엄마를 보면서 한 집안에서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 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새엄마이긴 하지만 엄마가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큰돌이네 집은 달라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예쁘지도 않고 살갑지도 않은 엄마이지만, 깊고 넓은 마음으로 아이를 보듬어주는 엄마를 보며 참 대단하게 여겨졌다. 억지로 아이의 마음을 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아이에게 다가간 엄마.

 

“몰라요..... 집에 엄마 왔다구 돌아오라구 했는데....”

큰돌이의 이마에 새 물수건을 올려놓던 팥쥐 엄마의 손길이 멈칫했습니다.

큰돌이는 멋쩍어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얼마 후에 눈을 뜬 큰돌이가 입을 열었어요.

“만약에 영미가 돌아오면, 영미네 새엄마보다 더 잘해 줄 거죠?”

데리러 온다는 엄마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했어요.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오더라도 엄마를 따라 낯선 곳에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영미는 엄마 얼굴 기억 못하니까 진짜 엄마인 줄 알 거예요. 그러니까 새엄마라구 하면 안 돼요. 알았죠?”

팥쥐 엄마는 아무런 대답 없이 큰돌이의 얼굴을 가만가만히 닦았습니다. 하지만 큰돌이는 팥쥐 엄마가 마음속으로 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어요. 팥쥐 엄마 얼굴에 물살처럼 번지는 기쁨을 볼 수 있었어요.

-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p134중에서 -

사실 처음에 큰돌이네 새엄마가 오는 부분의 소제목이 팥쥐 엄마여서 큰돌이를 잘 보듬어주지 않는 나쁜 새엄마면 어쩌나 싶어 걱정했었다. 근데 웬만한 엄마보다도 더 잘 해주는 좋은 새엄마였다. 그리고 그런 새엄마의 마음과 정성을 결국 큰돌이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저 항목을 읽을 때 나는 혼자 눈물을 펑펑 쏟게 되었다. 새엄마의 마음과 큰돌이의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끼게 돼서 말이다.

 

우리 어머니는 항상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이를 갖고 엄마가 되면 새로운 시각이 생긴다고, 그런 시각이 전보다 더 폭넓은 생각을 하게 해줄 거라고 말이다. 어머니 말씀은 정말 맞았다. 엄마가 된 지금. 난 아이들을 보는 눈도, 사람들을 보는 눈도, 세상을 보는 눈도 전과는 달라지게 되었다.

 

 

 

- 연필과 지우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