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놓친 날 사거리의 거북이 2
장 뤽 루시아니 지음, 김동찬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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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봤을 때 나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제목 그대로 버스를 놓친 날 일어나는 재미있는 일에 관해서 말이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버스를 놓친 날에 관한 이야기임은 분명했지만, 재미보다는 걱정과 염려가 많이 되는 이야기였다. 주인공인 벵자멩에게는 신나고 흥미진진한 하루였지만, 그런 벵자멩을 지켜보는 나와 벵자멩의 가족과 주변사람들은 모두 가슴조리며 걱정했던 하루였다.

 

“벵자멩, 네 계획표는 악보 같은 거고, 네 생활은 그 악보를 연주하는 것과 똑같아.”

- <버스 놓친 날> p56 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벵자멩이 특별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벵자멩은 신체 나이에 비해 정신 연령이 조금 낮고,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이 조금 원활하지 않은 조금 특별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런 벵자멩이 학교 가는 버스를 놓친 날. 벵자멩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세상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고, 새로운 악보를 만들어 새로운 연주를 하게 되었다.

 

보통 아이들도 세상 밖에 내놓기 무서운 세상인데, 벵자멩처럼 특별한 아이가 갑자기 혼자 세상 밖으로 나갔으니. 그의 부모님은 벵자멩이 얼마나 걱정되었을까. 도저히 상상이 안 되었다. 가끔씩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이가 잠깐이라도 안 보이면 걱정이 되는데, 아무리 찾아도 아이가 안 보인다면 말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이의 실종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아이를 잃어버리면 부모 없이 무서울 아이 생각에, 또 고생할 생각에 하루하루 가슴이 타들어갈 것 같다. 그리고 부모에게 받을 사랑을 못 받고 자랄 것에 미안하고 불쌍해서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정말 TV에 나오는 부모들처럼 잃어버린 아이를 몇 년이고, 몇 십년이고 찾게 될 듯 하다. 벵자멩처럼 특별한 아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아이가 없을 때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직접 내 아이를 갖기 전에는 잘 알 수 없는 마음이었다.

 

다그리에 부인의 불타는 시선이 파브르 경감에게 벼락처럼 떨어졌다. 파브르 경감이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왜... 왜그러세요? 말씀하신 대로 해 드렸습니다. 저는.. 무, 무전 날리는 것 보셨잖아요.”

“벵자멩은 저능아가 아니에요.”

벵자멩의 엄마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보통 아이들과 조금 다를 뿐이죠.”

- <버스 놓친 날> p53 중에서 -

벵자멩과 그의 가족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가 되어서 그런지 더 그랬다. 난 보통 아이들을 기르고 있음에도 육아가 가끔씩 참 힘겹게 느껴지곤 한다. 그런데 벵자멩처럼 특별한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은 어떨까 싶었다. 만약, 정말 만약 내 아이가 특별한 아이라면 난 어땠을까.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벵자멩의 가족을 보면서 그의 가족이 참 대단하게 여겨졌다. 다른 보통 아이들이 있는 가족만큼, 어쩌면 더 단란하고 행복해보였기 때문이다.

 

또 이 책을 보면서 특수아동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나랑 우리랑 다르다고만 여겼던 이들이었는데, 어쩌면 우리와 같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단지 표현하는 것이 조금 서툴러서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선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뿐이지. 이들이 갇혀 있는 자신들만의 세상에서 나오게 조금만 도와준다면,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세상에 잘 적응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고. 우리와 다른 이라고 구분 지을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이다.

 

갑자기 다그리에 부인은 필로나 박사의 말을 끊었다.

“선생님은 아이가 있나요?”

“아니오, 없습니다. 왜 그런 걸 묻는 거죠?”

필로나 박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다그리에 부인을 쳐다보았다. 다그리에 부인은 입을 꽉 다물었다. 그리고 남편의 손목을 잡고 박사의 방을 빠져나왔다.

다그리에 부인은 박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만약 당신이 아빠라면 일단 부모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 것이고, 전문가의 복잡한 견해가 아니라, 인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조언임을 알 것이다.‘라고. 하지만 그녀는 그럴 힘이 없었다. 아니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거나.

(중략)

다그리에 부인은 궁금해졌다. 도대체 ‘자기 세계 안’에 자기 자신밖에 없는 사람은 누구일까? 벵자멩일까? 필로나 박사일까?

- <버스 놓친 날> p75 중에서 -

13개월 터울의 연년생 형제를 기르며, 육아로 한참 힘들어 하던 때 읽게 된 이 책. 이 책을 읽고 나서 난 힘들었던 육아로 한껏 찢겨 올라갔던 눈꼬리를 내리고, 한결 부드러워진 눈으로 우리 아이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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