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짜 나일까 -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5
최유정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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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궁금했었다. ‘엽서 속의 이 그림은 뭘까?’하고 말이다. 연필로 그렸음에도 왠지 모르게 삭막하게 느껴지는 그림이기에 더 그랬다. 그림의 삭막함은 나뭇잎 하나 없이 앙상한 나무들 때문이기도 했고, 가는 길이 바빠 얼굴의 정면을 볼 수 없는 사람들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그림을 가장 삭막하게 만드는 것은 한쪽에서 손을 주머니에 푹 넣은 채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보는 어떤 소년이었다. 그런데 엽서 속의 그림이 이 책의 표지였을 줄이야. 이 책을 읽고 난 뒤에야 이 책의 표지를, 그리고 엽서 속의 그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림 속에서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소년은 건주였을 것이다.

 

건주를 보면서 처음엔 왕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건주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왕따가 아니었다. 함께 해주는 친구가 없다는 것은 같았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맞거나 괴롭힘 당하는 힘없는 아이는 아이었다. 오히려 건주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얼마든지 힘으로 친구들을 끌고 다니며 다른 친구들을 때리고 괴롭히면서 왕따를 만들 수도 있는 아이였다. 하지만 건주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건주는 그저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단 한 명의 진정한 친구를 원했을 뿐이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건주는 이미 문제아로 찍혀있어서, 선생님도 친구들도 그를 이해하려 하기는 커녕 가까이 하려고도 않았다. 건주의 성격이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기에 쉽지 않기는 했다. 하지만 건주가 그렇게 된 데에는 은찬이의 간교하고 교활한 음모의 영향이 컸다. 지능적으로 건주를 따돌리며 괴롭히는 은찬이를 상대하기에 건주는 역부족이었다. 은찬이는 반장이라는 자신의 직급과 명성을 이용해 건주를 구석으로 몰아내었다. 그러다 나중엔 건주에게 자신의 잘못까지 덮어씌우기까지 하며 악랄하게 행동을 했다.

 

멀쩡한 사람 하나 바보 만드는 것은 참 쉬워보였다. 은찬이의 행동에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어른들의 행동들을 떠올려 보게 되었다. 아무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지만, 은찬이의 행동은 아이답지 않아 소름이 끼쳤다. 대체 어디서 배웠을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덮어씌우는 것을, 사람들 앞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 하는 것을, 자신이 가진 것을 미끼로 다른 사람을 뒤에서 조종하는 것을,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 사람을 교활하게 괴롭히는 것을..

 

건주와 시우, 그리고 은찬이를 보면서 나는 걱정이 되었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 가려면 아직 몇 년이나 더 있어야 하지만, 벌써부터 바라게 된다. 제발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좋은 선생님을 만났으면 하고.. 그래서 혹시나 우리 아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곁에서 힘을 주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이들 속에서 웃으며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적어도 은찬이처럼 교활한 친구를 만나지 않기를..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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