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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교실에 놀러오세요 - 송언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쓴 1학년 학급일기
송언 지음, 홍승우 그림 / 한겨레출판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나도 얼마 전부터 학부모가 되었다. 2,3살 먹은 두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편하긴 했지만 내심 궁금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적응은 잘 하고 있는지. 그럴 때 선생님이 적어주시는 알림장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알림장에 뭐라고 적어주실지 매일 기대하게 되었다. 때론 잘 지낸다고 적어 보내주시기도 했고, 또 어쩔 땐 친구랑 다퉜다고 보내주시기도 했다. 선생님이 적어주시는 걸 읽다보면 어린이집에서 지내는 우리 아이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져 선생님의 글을 보며 혼자 웃을 때도 많았다.
그렇게 알림장의 재미를 맛보던 때,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으신 어느 선생님의 학급일지로 엮어진 이 책을. 언젠가 우리 아이도 초등학교에 다니게 될 테니, 미리 한번 읽어보자 싶었다. 초등학생 1학년 아이들은 어떻게 학교생활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선생님들이 바라보시는 학생들은 어떤 모습일지도 참 궁금했다. 헌데 이 책을 읽을수록 덜컥 겁이 났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 잘 다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또 좋은 친구들을 만나야 될 텐데 싶어서 말이다.
또래 친구들과 단체 생활을 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이는 친구 몇몇이 있는 교실은 선생님을 비롯해 많은 친구들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기 많이 힘들어보였다. 우리 아이는 과연 학교에서 어떤 학생이 되고, 어떤 선생님과 어떤 친구들을 만나게 될까..? 아직은 머나먼 일이 것만 괜스레 걱정이 되었다. 우리 아이가 선생님 눈 밖에 나지 않고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아야 할 텐데 하는 걱정도 하게 되고 말이다. 어린이집 학부모와 초등학교 학부모는 차원이 다르니까. 어린이집은 많아야 한반에 5~7명 정도지만, 초등학교는 많으면 한반에 30명까지도 될 텐데. 우리 아이가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잘 적응할까 싶었다.
선생님의 학급일지로 선생님의 하루하루를 들여다보니, 선생님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난 아이들 한명과 놀아주기도 힘든데, 선생님 혼자서 30 여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통솔하시려니 얼마나 힘드실까. 성별도, 성격도, 성향도, 가정환경도 다 다른 아이들을 한 교실에 앉혀놓고 가리키시려니 말이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되바라졌는지, 선생님의 학급일지를 보면서 새삼 더 실감하게 되었다. 선생님한테 반말을 하는가 하면, 욕을 하지를 않나, 때리지를 않나. 교권이 추락한 것을 넘어서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사라진 듯 했다. 제발 우리 아이는 그러지 않아야 할 텐데..
<다빈이 가시>
“우리 엄마 아주 나빠요!”
엄마 없는 다빈이 말.
다빈이 엄마는
다빈이가 다섯 살 때 다빈이 곁을 떠났다.
지금 여덟 살 다빈이는
대추나무 가지처럼 옹골차다.
대추나무 가지처럼 옹골찬 다빈이 가슴속엔,
가시 하나 뾰족이 돋아나 있다.
엄마가 떠나면서 심어놓은 것일까?
엄마가 떠나자 제 스스로 심은 것일까?
- <엄마 우리 교실에 놀러오세요> 136p 중에서 -
아이들의 행동도 행동이지만, 아이들의 가정환경에 대해서도 많이 놀라게 되었다. 요즘 편부모, 조부모 가정이 정말 많아졌구나 싶었다. 예전엔 어쩌다 한명 편부모 가정이 있었다면, 요즘은 최소한 한 반에 서너 명은 편부모나 조부모 가정이 있을 정도니..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다양성에 대해서 보다 더 넓은 시각을 가져야 될 듯하다. 아이들에게 주변을 그리고 세상을 넓게 보게 도와주는 것이 또 부모의 몫일 테고 말이다.
<나는>
나는 학교에 다닙니다.
나는 피아노를 다닙니다.
나는 미술을 합니다.
나는 수영장을 다닙니다.
나는 눈높이를 합니다.
나는 일기를 씁니다.
나는 동화책을 읽습니다.
나는 공부를 합니다.
나는 운동을 합니다.
나는 텔레비전을 봅니다.
나는 한약을 먹습니다.
나는 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참 솔직한 시다.
시에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일상이 이렇듯 지루하게 반복된다면 얼마나 끔찍스런 고통일까?
아이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것이 놀이다.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것이 어른들이 할 일인데, 어른들이 가장 하지 않는 일이 또한 이것이다. 그래서 우리 시대 아이들은 모두 불행하다.
- <엄마 우리 교실에 놀러오세요> 188p 중에서 -
초등학교 1학년. 신나게 학교를 다닐 나이 것만,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가 않은 듯했다. 세상이 복잡하고 다양해진 만큼, 배워야할 것이 많은 아이들.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서 ‘나는 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라는 말이 나오다니,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며 하루를 보내지만, 우리 아이들도 초등학교 갈 나이가 되면 저렇게 힘겨운 하루를 보내게 될까? 어쩔 때 나도 곰곰이 따져본다.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뭘 가르쳐야 할지를. 피아노, 태권도는 아주아주 기본이고, 영어에 컴퓨터에 주판에 수영에 가르쳐야할 게 너무나 많다. 좀 크면 우리 아이들도 새벽별 보고 집을 나갔다가 새벽별 보며 집으로 돌아오게 되려나..
문득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를 묻던 광고가 생각난다. 나는 부모가 될까? 학부모가 될까?
학부모와 나누고 싶은 교육에 대한 10가지 생각
1. 바른 생활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2. 공부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3. 칭찬에 귀가 얇으면 아이를 망칩니.
4. 자기 생각을 또렷하게 발표하는 아이로 키워야 합니다.
5.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아이로 키워야 합니다.
6. 촌지 없는 학교를 만들어야 합니다.
7. 다양한 친구를 사귀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8. 남을 배려하는 아이로 키워야 합니다.
9. 아이를 너무 가르치려고 하면 안 됩니다.
10. '대장금 놀이‘를 아시나요?
- < 엄마 우리 교실에 놀러오세요> 232p 중에서 -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