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1
패트리샤 맥코믹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좀 당황스러웠다. 내가 잘 못 읽었나 싶어서 책을 몇 번이나 다시 첫장으로 넘겨서 읽었는지 모른다. 어느 정도 읽다가 난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캘리가 어떤 아이이고, 어디에 있고,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말이다. 캘리를 알게 되었을 때 역시 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 수록 나는 조금씩 더 캘리에 대해 알아가게 되었고, 캘리를 점점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신기했던 건 내가 캘리에 대해 알아갈 수록 캘리의 마음도 점점 열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캘리도 자신의 마음을 열면서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말이다.

 

캘리에 대해 많은 것 알게 되었을 때, 난 조금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캘리의 가족이 지극히 평범했기 때문이다. 캘리의 동생이 아프고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봐도 캘리의 가족은 지극히 평범했다. 캘리가 갖고 있는 문제를 봤을 때 캘리는 전혀 그런 문제를 가질 필요가 없어 보일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캘리의 문제는 굉장히 컸고, 캘리의 마음은 굳게 닫혀있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더라도 아이들이 큰 문제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겐 조금 충격이었다.

 

지금 우리가 아무리 평범하고 단란한 가족이더라도, 우리의 아이들은 큰 문제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캘리는 집 안 일도 잘 돕고, 동생도 잘 돌보는 착한 딸이자 누나였다. 하지만 캘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가 되어있었다. 그로 인해 큰 문제를 안고 센터에 들어가게 되고 말이다. 그러니, 우리 아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두려워졌다. 아이들을 돌보기만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말이다.

 

캘리의 마음 속 깊은 속에 숨겨져 있던 아픔과 상처를 알게 되었을 때 나도 마음이 참 아팠다.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 데도 스스로를 자책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을 보니 말이다. 책임감이 강하고, 배려심이 많다보면 캘리처럼 스스로를 힘들게 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나로 인해 아이들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큰 부담이 되었다.

 

당신의 목소리가 왠지 슬프게 들린다.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에는 상처 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얼마든지 있단다. 모든 것이 무기로 변할 수 있지. 그것들을 모두 모아 내게 가져다 준다고 해도, 항상 다른 무언가는 남아 있을 거야. 너도 알잖니?”

그건 사실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난 너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없어. 그건 오직 너만이 할 수 있어.”

- <컷> 202p 중에서 -

“캘리, 오늘은 시간이 다 되었구나. 그렇지만 나는 네가 혼자 곰곰이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게 있단다.”

나는 당신을 힐끔 살피곤 고개를 돌린다.

“꼭 말이야. 나는 네가 그날 일어난 일을 다른 관점에서 봐주기를 바라.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깥에서 들여다보듯이 말이지. 그러니까 그날 일어났던 상황을, 열네 살 먹은 어떤 어린 여자 애가 아파 우는 어린 동생을 혼자 돌보는 상황으로 돌려 놓고 생각해 보라는 거야.”

- <컷> 210p 중에서 -

아직 말은 못하지만,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우리 아이들. 내가 놀아주면 웃고, 내가 혼내면 우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끼치고 있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끔 혼낼 일이 아닌데 내가 귀찮아서 아이들을 혼낼 때,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내가 힘들어서 아이들을 혼낼 때, 우리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갖게 될까.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아이들에게 미안해졌다. 아직 말도 못하는 어린 아이인데, 내가 너무 어른의 기준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우리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도록 좀더 지켜봐주고 보듬어줘야겠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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