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주스 가게 -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49
유하순.강미.신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나도 청소년이었던 때가 있었다. 한참 예민하고 한참 반항했던 청소년기가. 나도 이미 겪었지만 청소년기를 괜히 질충노도의 시기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얌전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란 나도 사춘기를 겪으면서 청소년기를 보낸 것을 보면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 같다. 날 생각해서 밥 먹으라고 하는 엄마의 말도 듣기 싫었고, 날 걱정해서 집에 일찍 들어오라는 아빠의 말도 듣기 싫었다. 모든 것이 나의 자유를 가로막는 방해물로만 여겨졌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내 몸은 이미 어른과 같았지만 정신은 몸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했던 것처럼, 나 자신은 내가 컸다고 생각하지만 부모님은 아직도 어린 아이로만 대해주시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 같다.

 

<불량한 주스가게>의 주인공 건호는 단순한 사춘기의 반항을 넘어서서 불량한 청소년이 되어있었다. 흔히 말하는 날라리 같은 학생이었다. 하지만 건호는 점점 더 불량해지는 자신이 무서우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멈추고 싶지만 멈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흘러가는 상황에 자신을 맡긴 채 그래도 두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친구들과 몰래 담배 피던 것에서 어린 학생들한테 돈을 뺏는 것으로, 그리고 나중엔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것으로 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다행히 건호는 절도에 해당하는 일을 하기 전에 자신의 불량한 삶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었다. 그의 마음을 동요시킨 건 먼저 불량한 삶의 브레이크를 건 친구 중현이의 단호한 행동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무리 친구들과 함께 정학까지 받게 되었지만, 그것은 건호에게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건호를 멈추게 해준 것은 그의 어머니였다. 건호가 걱정할까봐 여행 간다고 거짓말을 하시고 몰래 수술을 받으신 것.

 

사춘기 때는 무조건 반항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반항을 위한 반항을 한다고나 할까. 그런 때에 부모님이 아무리 바른 말이라 할지라도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의 귀에는 그것이 절대 들어오지 않는다. 아마 건호 역시 그랬을 것이다. 만약 건호의 어머니가 건호를 말로 타이르려고 했다면 건호는 더 엇나갔을지도 모른다. 자신도 어머니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건호 어머니는 건호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깨닫기를 바라셨고, 건호에게 강요하지 않으셨다.

 

나도 이제 곧 두 아들의 어머니가 된다. 아무래도 딸들보다는 거칠 아들들. 이 두 아이들에게도 사춘기가 올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건호 어머니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를.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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