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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바이올린 ㅣ 시소 10
야엘 아쌍 지음, 양진희 옮김, 세르주 블록 그림 / 시소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시몽의 고백이 있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었다. 이 책의 제목이 왜 <아우슈비츠의 바이올린>인지. 하지만 시몽의 고백을 듣게 되자 왠지 모르게 아우슈비츠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소년의 모습을 어디에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에서 일까. 아마도 영화이지 싶은데 어떤 영화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저 시몽이 고백했던 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본 듯한 느낌만이 계속 들 뿐. 어쩌면 이 책의 이야기는 실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잔혹했던 아우슈비츠. 당시의 생존자였던 벨라와 시몽은 아픔과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 아픔을 돌보려 하지도 상처를 치유하려고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덮어두려고만 했다. 특히나 시몽은 자신을 버려둔 채,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자신을 내맡기기만 했다. 그러다보니 그의 상처는 곪을 대로 곪아, 터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실은 시몽 자신조차 모르고 있었지만.
시몽의 고백은 마지막에서야 짤막하게 나올 뿐이지만, 그의 고백이 주는 충격은 컸다. 겉모습만 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음악 선생님이었지만, 그가 어린 시절 겪었던 일들은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개구쟁이에 장난꾸러기였던 어린 그를 소심하고 내성적인 어른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단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음악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에게 음악이란 그저 소파에 앉아서 즐기기만 하는 것이었지, 더 이상 직접 연주하는 음악이 아니었다.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는 소년, 말릭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릭은 시몽이 자신의 상처를 마주대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해주었다. 아우슈비츠에서의 끔찍한 기억 때문에, 그곳에서 굳게 한 다짐 때문에 바이올린을 내려놓았던 시몽. 절대 바이올린 연주를 하지 않겠다던 시몽이었지만, 말릭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게 되면서 다시 바이올린 연주를 하게 되었다. 말릭 역시 시몽 덕분에 자신이 좋아하는 바이올린을 배울 수 있게 되고 말이다.
이 둘의 아름다운 만남은 뒤에서 묵묵히 이 두 사람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주었던 벨라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바이올린에 얽힌 상처를 가슴에만 묻어 둔 남편을 위해, 바이올린에 대한 열정을 가슴에 안고 지내야만 했던 소년을 위해, 용기를 냈던 벨라. 벨라를 보면서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벨라의 사랑은 믿고, 참고, 기다리고, 따르고, 도와주는 사랑이었다. 바라고, 요구하는 사랑이 아니라. 그런 그녀가 곁에 있었기에 시몽은 자신과 싸워야했던 그 긴 시간을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