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그림편지 - (내겐 너무나 소중한 아버지)

아버지의 그림편지 - 스페인 현대 동화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7
곤살로 모우레 지음, 김정하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5년 5월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아버지와 대화는 커녕 짧은 편지조차 주고 받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난 궁금했다. 아버지와 어떤 그림 편지를 주고 받았을지. 얼마나 다정한 아버지이길래 아이와 그림 편지를 그려주는 것일까도 싶었다.

하지만 내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가난한 판자촌에 사는 집시 소년, 마이토. 마이토의 아버지는 갑자기 감옥에 끌려가시게 되고, 엄마와 일곱명의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다행이라고 한다면 마이토에겐 멋진 선생님이 있었고, 예전에 살던 곳에서 그대로 살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이토는 감옥에 있는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글을 쓸 줄 몰랐던 아버지는 마이토에게 그림 편지로 답장을 보내주었다. 아버지의 그림 편지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마이토는 자신도 그림 편지로 답장을 보내었다. 그렇게 시작된 아버지와의 그림 편지는 주고받으면서 마이토는 행복했었다. 비록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고 있었지만. 아버지의 그림 편지가 좋았던 마이토는 오히려 아버지가 힘들게 익혀서 쓴 글자로 채워진 편지를 받고는 실망하게 되었다. 마음껏 상상하고 원하는 대로 꿈꿀 수 있었던 그림 편지가 마이토에겐 훨씬 더 좋았던 것이다.

아버지가 곁에 없어도, 아버지가 감옥에 있어도 마이토에겐 너무나 소중한 아버지.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아버지이기에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이토. 그런 마이토를 보면서 괜히 가슴이 찡해졌다. 부모가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는 것처럼 아이도 자신의 부모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구나 싶었다. 부모만이 자식에게 내리 사랑을 쏟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만은 않은 듯했다. 하긴 아이들은 자기 엄마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멋지다고 생각하니까.

마이토를 보면서, 내가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에서 아이가 나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바꿔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 얘가 왜 이럴까 싶다가도 얘가 어떤 마음으로 이러나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곤 했다. 아직 말도 못하는 아기다 보니 그것은 더 어려웠다. 하지만 아무리 어린 아기라도 이유 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마이토가 아버지와 그림 편지를 주고받는 동안 마이토 곁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준 선생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마이토와 그의 아버지였지만, 어쩌면 이 이야기 속의 실제 주인공은 마이토의 선생님이지 싶다. 가난한 집시이다 보니 언제나 지저분한 마이토를 아이들이 오기 전에 아침마다 씻겨주시던 선생님. 아이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마이토가 그런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정말 다행이었다. 우리 아이도 마이토의 선생님처럼 아이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는 선생님을 만날 수 있길 바래본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