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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 거야 ㅣ 문지아이들 64
브리짓 페스킨 지음, 조현실 옮김, 황성혜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뭐가 괜찮은 걸까 궁금해 하면서 책을 펼쳤다. 주인공은 이제 막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온 열두 살 소녀, 나탈리였다. 나탈리는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아이들과 달리 노인들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파리에 있는 할머니를 특히나 잘 따르고 좋아하는 나탈리는 노인들에 관한 일들을 접할 때마다 자신의 할머니를 생각하며 더 많은 걱정을 하곤 했다. 그런 나탈리를 보면서 나도 노인에 대한 일들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가장 가까이에서 죽음의 순간을 본 것은 나탈리처럼 열두 살 즈음이었다. 친할머니가 치매 때문에 몸이 조금 불편하셨었는데, 우리 집에서 지내시는 동안 하늘나라로 가셨다. 하지만 난 세세한 부분이 모두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단지 내가 딱 하나 기억하는 장면은 할머니를 화장시켜드리기 위해 식구들과 마지막으로 인사드리던 때 뿐이다. 그때 내가 했던 생각은 울지 말자였다. 할머니는 더 좋은 하늘나라로 가신 거니까 웃으면서 보내드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거기까지였지 나탈리처럼 진지하고 심각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죽음은 갑작스럽지만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특히나 주변에 사고나 변환으로 급작스러운 일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도 어렴풋이 언젠가 나도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올 거란 생각은 했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는 못했었다. 죽음은 그저 나랑은 먼 일이라고만 여겨왔다.
그러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죽음에 대해 나탈리와는 달랐다. 죽음을 떠올리며 나탈 리가 할머니를 떠올렸다면 난 내 자신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난 내가 노인이 된다면 난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것도 싫었고,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것도 싫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싫은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더 싫었다. 나이가 들어서 몸이 약해지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지만, 정신까지 흐릿해지는 것은 참기 힘들 것 같았다.
내가 가장 원하는 나의 마지막 모습은 잠들다 조용히 하늘나라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탈리의 말처럼 내가 나의 마지막 순간을 정할 수 있다면 더 좋기는 하겠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순간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자살이라는 방법 밖에 없으니, 난 나의 마지막 순간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결론 밖에 내릴 수 없다. 그래서 내 스스로 생활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양로원 같은 노인 전문 기관에서 나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 되어 있을 경우에야 가능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아마 이 책을 어린 학생들이 읽는다면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듯하다. 그리고 노인 문제에 대해서도.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 본 학생들은 노인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듯 싶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