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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절대 내 마음 몰라
파트릭 코뱅 지음, 김이소 옮김 / 달리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절대 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부자의 관계. 아빠와 아들의 관계가 참 궁금했다. 그래서 제목만 보고 바로 집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조금 실망하게 되었다. 이 책 속의 가정은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평범한 가정 속에서의 부자 관계에 대해 알고 싶었었는데, 이 가정은 엄마 아빠는 별거 상태고 엄마 아빠에겐 각각 이성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인 열한 살의 소년, 로랑은 평일엔 아빠와 일요일엔 엄마랑 지내며 엄마 아빠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지내고 있었다.
다소 복잡한 부모님의 관계와 달리 로랑은 부모님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그 상황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로랑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과 잘 맞는 아빠와 있는 것이 그저 좋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아빠가 자신을 귀찮아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정작 자신의 마음을 아빠에게는 털어놓지 못했다. 그리고 아빠와 함께 있기 위해 위험한 일들을 계획하고 실제로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그런 로랑을 보면서 나는 점점 책 속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쉽지는 않았지만 로랑을 조금씩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로랑을 절대 이해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 책은 나중에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안 되겠다 싶었다. 열한 살이면 옮고 그름을 알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위험천만한 강도짓을 하는 것을 보면서 로랑이 비행 소년처럼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이 책을 중간에 그냥 덮어버렸다면 난 절대 로랑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끝까지 읽어야만 로랑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로랑 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도.
아직도 로랑이 강도짓을 한 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지만, 로랑의 강도짓은 아빠와 함께 방학을 보내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로랑의 생각은 어린 만큼 단순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아빠와 함께 방학을 보내려면 아빠가 가는 방콕에 따라가야 했고, 방콕에 가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빠에겐 자신의 비용까지 부담할 수 있는 여유는 없으니까, 자신이 따라가려면 자신의 여행비용은 자신이 직접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친것이다. 하지만 열한 살의 소년이 갑자기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보니, 결국 선택하게 된 것이 강도짓이었다.
아빠를 따라 여행을 가기 위해 비용까지 마련하지만, 정작 아빠에게는 아빠를 따가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말을 못한 로랑.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엄마한테도 자신이 좋아하는 아빠한테도 가기가 싫어진 로랑은 가출을 하기에 이른다. 그 덕분에 로랑의 마음을 알게 된 아빠. 하지만 엄마를 반대로 로랑은 여행 비용도 마련하고 아빠도 허락했지만, 아빠를 따라 여행을 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자 로랑은 더 극단적인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죽음을 선택한 것. 난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야기는 로랑이 죽음을 선택하고 유서까지 써놓은 채 집을 떠나는 것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다행이도 에필로그를 통해 뒷이야기를 들려주어서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로랑은 아빠와 여행을 갈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로랑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전보다 더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었지만, 아빠와 엄마가 로랑의 마음을 이해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책을 덮으면서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아이들의 행동이나 말이 전부가 아님을 새삼 깊이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로랑이 조금 더 어렸다면 아마 마구마구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아빠한테 자기도 데려가라고 투정을 부렸을 것이고, 조금 더 컸다면 자신은 엄마보다 아빠가 좋다고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아이 같고 조금은 어른 같은, 조금 철이 들고 조금 조숙한 로랑은 자신의 마음을 아빠나 엄마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언뜻 결핍되어 보이는 가정의 아버지와 아들이 그 모자람을 메우려는 듯 벽돌을 쌓듯 튼튼하게 우정과 애정을 쌓아 가는 과정이 웃음과 눈물로 번져 무한한 감동을 일으킨다. 바로 이 감동 때문에 이 책은 1976년에 나왔지만 그 시절 자신의 부모들로부터 선물받아 이 책을 읽었던 아이들이 부모가 되어 다시 자신의 아이들에게 권하는 책으로 프랑스에서는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있다.
- <아빠는 절대 내 마음 몰라> 중에서 -
로랑을 통해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속마음. 나는 이 책을 덮고도 한참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뒤 이 책의 옮긴이가 마지막에 남긴 글을 읽으면서 이 책이 오래오래 사랑받는 이유 알 듯 했다. 단지 난 이 책을 아이들보다 부모에게 더 권하고 싶다.
- 연필과 지우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