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의 알을 찾아라 책읽는 가족 51
백은영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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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가 나온 후 참 많은 판타지 소설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도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들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읽었던 소설들은 뭔가 억지스럽고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배경만 국내로 옮겼을 뿐 서구적인 판타지를 따라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의 인기가 거세지자, 해리포터랑 비슷한 스토리를 만들어 포장한 한국 포장지로 한 느낌.

 

그래서 이 책을 펼칠 때 가슴이 조금 조마조마했다. 혹시나 소재만 한국인 그런 어리숙한 판타지가 아닐까 싶어서. 헌데 다행히도 아니었다. 이 책은 소재도, 내용도, 이야기도, 모두 한국적인 판타지였다. 겉만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 겉도 속도 모두 한국적인 판타지 소설. <주몽의 알을 찾아라>. 주몽 신화에 상상을 조금 덧붙여 재미있는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거기에 남북통일의 염원까지 담아서.  

 

“주몽의 알과 해밝녀의 알은 어느 문헌에도 나와 있지 않았시요. 하지만 어떤 역사학자가 써 놓은 글을 보니, ‘신화란 비밀을 담은 가장 쉬운 형태의 이야기다.’라고 하더라고요. 즉 반드시 전해야 할 비밀을 신화 속에 담아 전달하는 거지요.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그 신화는 보다 전하기 쉬운 형태로 변화한다고도 했어요. (중략)”

- <주몽의 알을 찾아서> 중에서 -

 

이제는 조금 가물가물해진 국사. 학교 다닐 때 암기식 공부만 하다 보니, 시험 볼 때만 머리 속에 들어왔다가 시험만 끝나면 스물스물 머리를 빠져나가곤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나마 머리 속에 국사에 대한 기억의 자국이 남아 있어 주몽신화를 좀더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는 거다. 근데 국사가 선택 과목이 되면서 요즘 친구들은 머리만으로 기억하는 것마저도 힘들게 되었으니, 이런 역사 소설이 더 많아져야하지 않을까.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은 역사적 사실 뿐 아니라 역사에 대한 흥미까지도 일으켜주니 말이다.

 

역사 소설을 읽을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내가 이 책을 학창시절에 읽었더라면, 국사에 그리고 역사에 더 흥미를 갖지 않았을까. 그랬더라면 머리로만 겨우 기억하는 국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국사를 간직하지 않았을까. 이 책에서처럼 역사 속에 내가 직접 들어가 보는 상상을 하며, 역사에 숨겨진 비밀을 내 나름대로 파헤쳐 보는 시도를 하지 않았을까. 나 또한 역사의 일부로 느끼며 말이다.

 

특히나 이 책은 신화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신화가 단순히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의 비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걸.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난 신화에 대한 나만의 해석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신화 뿐 아니라, 서구 사상의 바탕이 되는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도 말이다. 이제 신화는 나에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의 숨은 이야기가 담긴 비밀지도처럼 느껴졌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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