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어린이의 자리를 묻다 아동청소년문학도서관 7
황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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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는 억지로 라도 교과서라는 책을 매일 접해야 했고, 적어도 만화책이라도 읽으며 책이란 것을 가까이에서 접했었다. 헌데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하다 보니, 한 달은 커녕 일 년 동안 책 한권을 읽기도 어려웠다. 그러면서 머리와 가슴은 텅 비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책이라는 걸 접하게 되도 순전히 일적인 이유 때문이었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책 내용만 파악하곤 책을 이용하기만 했다.

 

그러다 잠시 일을 쉬면서 나를 위한 책 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간간이 책을 읽기는 했지만, 그저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던 것뿐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정리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독서 목록을 만들어서 내가 읽은 책, 읽고 싶은 책들을 정리해 놨다. 그렇게 한참동안 목록만 만들다가, 책을 읽었을 때의 그 순간의 내 생각과 감상을 글로 남겨 놓고 싶어졌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독서 일기. 처음 시작했던 독서 일기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책을 읽고 단 한 줄이라도 책에 대한 감상을 글로 남겨 놓자는. 근데 그것이 어느 정도 쌓이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나랑 똑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리고 나누고 싶어졌다. 내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그러면서 이런 저런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독서 목록 만들기와 함께 독서 일기를 써나갔다.

 

그런데 독서와 독서 일기로 활동을 한참 하다 보니, 요즘은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정말 일기처럼 지극히 주관적이고, 너무나 감상적인 독서 일기를 써왔지만, 이제는 조금은 객관적이고 조금은 전문적인 입장에서 책에 대한 감상을 적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러던 차 읽게 된 <디지털 시대의 어린이의 자리를 묻다>라는 책은 내 고민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고 있었다.

 

주관적인 감상을 조금 배재한 채 써 내려간 개인적인 견해와 분석적인 평가.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한 독서 일기에서 이제는 독서 서평으로 내 글쓰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대부분의 비평집이 너무나 전문적이어서 어렵거나 지루한 반면, 이 책은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밝히면서도 객관적이고 폭넓은 시각으로 분석을 하고 있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주관적인 생각과 객관적인 분석의 무게 중심이 잘 잡힌 책이었다. 그래서 나도 이제는 주관적인 생각에 치중하기 보다는 조금은 객관적인 분석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그동안 읽어온 아동 서적에 대해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무작정 내 손에 잡히는 대로만 읽으며 그냥 좋은 책, 별로인 책으로 구분했던 것에서 아동 서적의 시대적 흐름이라든지 소재의 변화 등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아이들을 위한 책이 어떤 건지에 대한 생각 또한 해보게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고전을 읽는 것을 말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쌍둥이도 세대차를 느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가 하루하루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사회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책이란 범위 또한 달라지게 되었다. 아동 서적 역시 이제는 소재나 배경이 현대 사회에 두고, 최근 사회적 이슈나 경향을 담고 있는 것이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출간되는 책의 양 또한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그 중에 정말 좋은 양서는 몇이나 될지는 의문이 들기는 한다. 요즘의 아동 서적이 현대 사회의 가정이나 학교 생활 등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정말 아이들을 위한 현대 아동 서적은 아직 과도기 선상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생각보다 독자들은 똑똑하다는 것이다. 정말 좋은 책은 숨길 래야 숨겨지지 않고, 오히려 독자들이 찾아내 오랫동안 사랑하는 걸 보면 말이다.

 

좋은 독자로서 할 일은 그저 좋은 책이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좋은 독서 일기.. 좋은 서평을 남기는 것이지. 뭔가 대단한 서평을 남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도 이런 것이었다. 뭔가 대단히 분석적이고 전문적인 비평으로 저자의 학식이나 독서량을 과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균형 잡힌 분석으로 좋은 책과 조금 아쉬운 책을 다른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좋은 책으로 꼽은 책들은 이 저자의 평을 믿고 안심하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비평은 이 책처럼 독자에게 좋은 독서 지침서가 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독자 일기나 서평 역시 다른 독자들에게 좋은 독서 지침서가 될 수 있도록 지나치게 주관적인 것보다는 어느 정도는 객관성을 유지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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