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빵호돌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3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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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사람 일수록 무언가에서 자신과 같은 점을 찾으면서 동질감을 갖으려는 습성이 있는 듯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가깝게 느끼며 친근감을 더하고 싶은 것일 터. 나 역시 나약한 사람인지라, 책 제목을 보면서 괜히 나와의 연관성을 찾아가며 날 위한 책이라 여기며 책을 펼쳤다.

 

호랑이띠 해인 2010년. 특히나 백호 띠라고 해서 괜히 더 특별함이 느껴져 기분 좋은 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2세가 태어난 해이기에 이제 호랑이는 나에게 고양이만큼이나 귀여운 동물이었다. 근데 책 제목에 호랑이를 뜻하는 호돌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었으니, 빵호돌을 만나기 전부터 난 이미 빵호돌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국민학교.. 초등학교에 다닐 적만 해도 연탄을 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던 것이 급격한 경제성장 덕분에 이젠 연탄을 뗀다는 것은 옛말이 되어버렸지만. 그런데도 가끔씩 텔레비전을 보면 아직도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이들의 모습을 보게 되곤 한다. 요즘 같은 때 연탄으로 겨울을 날 정도면 얼마나 열악한 형편인지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아직 연탄 떼야 하는 집에 살고 있는 호돌이가 안 쓰러웠다. 연탄을 떼는 집에선 겨울이 오면, 집집마다 김장김치 담그는 것만큼이나 연탄을 창고에 채워놓는 것이 큰 연례 행사였다. 우리 어머니도 창고에 연탄이 가득하면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그리고 밤중이건 새벽이건 연탄불을 꺼트리지 않기 위해 시간 맞춰서 연탄을 갈기 위해 밖으로 나가곤 하시고 말이다.

 

연탄을 떼는 산골 마을에 살고, 지하 단칸방에서 엄마와 단둘이 지내는 호돌이였지만, 아직 어린 호돌이에겐 그런 건 별로 큰 문제가 아니었다. 호돌이에게 가장 큰 문제는 동네 친구들과 같이 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얻게 된 빵호돌이라는 별명이 호돌이에겐 가장 치욕적이었다.

 

그런 호돌이에게 흥미진진한 일이 생겼다. 모래밭 학교 1학년이 되고, 호돌이만의 할아버지 선생님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모래밭 학교에 다니면서 호돌이는 어디서도 배우지 못할 소중한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건 바로, 베푸는 기쁨이었다. 없는 이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작은 것을 베풀고 그 작은 것을 받고 너무나 행복해하는 이를 보며 자신 또한 행복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 호돌이.

 

너무나 소중한 경험을 하고 스스로 깨달아가는 호돌이를 보면서 나 또한 한 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아이는 경험을 통해 얼마든지 스스로 깨달아 갈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억지로 배움을 강요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충분한 환경과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참을 인자’를 그리게 된다는 말을 종종 들었었는데, 정말 그랬다. 아직 말도 못하는 아기를 키우면서도 하루에 몇 번씩 ‘참을 인자’를 그리는 지.. 화르르 화가 났다가도 참아지게 되는 건, 내 아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얀 도화지 같이 맑고 깨끗한 아기의 마음에 예쁜 것만 그려주고 싶다면 부모의 인내는 정말 커야한다. 아이는 부모의 인내 정도에 따라 스스로 깨우치는 정도가 달라지게 된다고 나 할까. 난 얼마나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 련지. 가끔씩 한발 뒤로 물러서서 아이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져야지만 가능할 듯하다. 그리고 엄마의 발걸음에 맞춰서 걷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발걸음에 맞춰서 한발 한발 천천히 걷는 법을 엄마도 배워야 할 듯하다.

우리 아이도 호돌이처럼 마음이 씩씩한 아이로 자랄 수 있기를 바래본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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