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 거짓말쟁이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2
강숙인 지음, 김미정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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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가 강숙인 작가님인 것을 보고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강숙인 작가님은 역사동화만 쓰시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동안 강숙인 작가님의 역사동화만 만났기 때문에 내 머리 속에는 ‘강숙인 작가님은 역사동화 작가님’이라는 공식이 작용했던 것 같다. 비록 이 책은 강숙인 작가님의 역사동화는 아니었지만, 작가님의 부드러운 문체나 섬세한 묘사는 여전했다. 달랐다면, 그리 멀리 않은 과거를 담았다는 것만 달랐을 뿐.

 

제목처럼 거울은 거짓말쟁이었다. 희주가 꽃집에서 우연히 보게 된 거울은 희주의 얼굴이 아닌 아버지의 얼굴을 비추며 거짓말을 했고, 어린 시절 연극 무대에서 본 거울 역시 희주보다 나래가 더 예쁘다며 거짓말을 했다. 거울의 거짓말은 희주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희주를 한층 더 성장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거울의 거짓말을 처음부터 알았차렸던 것은 아니다. 거울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 희주 아버지가 희주에게 한 말 때문이었다. 희주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던 아버지의 단 한 마디. ‘저런 거울이 또 거짓말을 하는구나.’

 

거짓말쟁이 거울. 하지만 거울은 희주에게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창이 되어주었고,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매개체가 되어주었다. 희주와 함께 희주의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나도 내 거울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 거울은 어떤 걸 보여줄까. 희주를 따라 거울을 봤기 때문일까. 내 거울 속에도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신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의 내 나이셨던 우리 아버지의 옛 모습이. 그리고 어린 오빠와 나를 무척이나 사랑해주셨던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언젠간 우리의 곁을 떠나실 우리 아버지. 아직 그때가 멀기만 한 것 같았는데, 희주의 거울을 본 뒤로 그 때가 그리 멀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계실 것만 같은 우리 아버지. 아버지에게 조금 더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우리 곁에 계실 때. 그럼, 나중에 거울에 아버지가 비쳐지더라도 가슴이 덜 아플 테니 말이다.

 

지은이의 말을 읽으면서, 책 속의 희주가 강숙인 작가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셨던 아버지를 따라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는 작가님의 고백도 고백이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야 아이의 마음을 이렇게 잘 묘사하실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결핍은 동경을 낳는다’는 작가님의 말이 가슴에 팍 와닿았다. 작가님에게 아버지는 진한 그리움이 아니셨을까..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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