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인테리어 집
권은순 지음 / 시공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집 여기저기를 손대고 싶어서 손가락 근질근질 한 요즘. 책장을 둘러보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책 한 권을 발견했다. 결혼을 앞두고 예쁘게 집을 꾸미라며 받았던 인테리어 책. 그 때도 한 번 읽었던 책인데도, 다시 보니 또 새로웠다. 무엇보다 이렇게 저렇게 집을 직접 꾸며 본 뒤라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 귀에 더 쏙쏙 들어왔다.

 

첫 번째 집은 상황상 잠깐 머물렀던 집이라 손을 그렇게 많이 대지는 않았다. 대신 정말 내 취향에 딱 맞게 알록달록하게 꾸몄었다. 어찌보면 유아틱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예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 손 때가 많이 묻은 집이었기 때문에 가끔씩 생각이 나곤한다. 베란다며 화장실이며 내가 직접 자르고 오려서 붙인 그 많은 시트지들. 내 얘기를 듣고 친구가 재료는 어디서 샀냐고 묻길래 ‘문방구에서 샀다’고 하니까. 친구가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인테리어 소품을 생각하고 있었을 친구에게 집 꾸밀 재료를 문방구에서 샀다고 하니 웃길 수 밖에. 그만큼 우리집은 원색 위주의 알록달록한 시트지로 꾸며져 있었다.

 

여행 다니면서 가장 눈여겨봤던 곳 중의 하나는 숙소였다. 간단한 짐만 가지고도 충분히 생활이 되는 깔끔한 숙소. 나중에 우리 집도 이렇게 심플하게 꾸며야겠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그래서 긴 여행으로 한참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고 두 번째 집을 마련했을 때, 우리 집 컨셉은 심플&모던이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신경 썼던 것이 수납공간이었다. 하지만 잠깐 머무는 곳이 아닌 생활하는 곳인 집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테리어의 원칙

 

집은 나의 가족들이 함께 사는 곳이다.

가족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여

모두가 가장 살고 싶은 공간이 어떤 모습인지 생각한다.

 

인테리어 콘셉트를 이해하고 스타일의 방향을 정한다.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시간을 두고 장기 계획을 세운다.

 

완성 이후까지 생각해서 오랜 시간 동안

보존과 유지가 잘 되도록 한다.

 

평상시에는 조금 심플하게 꾸미되 가끔 이벤트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장식이 지나치면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하게 느껴진다.

 

- <이야기가 있는 인테리어 집> 중에서 -

  

 

수납의 원칙

 

수납을 위해서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수납은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에 따라 항상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처분한다.

쌓아놓는 것을 계속하다 보면 해결 방법을 점점 더 멀어진다.

물건을 사기 전에 먼저 수납할 공간을 생각한다.

 

자주 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한다.

물건을 사용하는 빈도에 따라 위치를 정한다.

자주 쓰는 물건은 한눈에 보이고 한 손으로 꺼낼 수 있는 곳에 두자.

 

공간의 여유를 둔다.

모든 공간을 꽉꽉 채우지 않아야 꺼내 쓰기가 쉽다.

용도에 따라 요령 있게 여유 공간을 확보하자.

 

- <이야기가 있는 인테리어 집> 중에서 -

 

 

 

생활하면서 집을 꾸미고 짐을 정리하면서 자꾸자꾸 사게 되었던 건 수납을 위한 제품들이었다. 별로 쓸데는 없지만 버리기는 뭐한 것들을 깔끔하게 정리하자니, 수납 공간이 계속해서 필요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갔던 것은 ‘인테리어는 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말이었다. 버린다는 것이 참 쉬워 보이지만 어찌 보면 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버리는 것이다. 버리고 나면 왠지 꼭 필요한 순간이 생길 것만 같고, 뭣보다 돈 주고 산 것을 버린다는 것은 아깝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사기만 하고 버리지 않다보면 집에는 어느새 작은 창고처럼 여기저기에 필요 없는 물건들이 잔뜩 쌓여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집을 꾸미기 전에 집 정리하다가 시간만 다 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집 정리에 들어갔다. 우선 한 작업은 우리의 가장 큰 수납공간인 책장에서 불필요한 책을 버리는 것이었다. 일순위로 정리대상이 된 책들은 대학 졸업 후 한 번도 보지 않은 전공서적들이었다. 졸업하기 전에 중고서적으로 내놓던지 팔았으면 약간의 돈이라도 되었을 책들이것만 이제는 헌책방에서도 사지 않을 폐품이 되어있었다. 꺼내놓고도 한참을 고민했지만, 역시나 자리만 차지할 책들이란 결론을 내리고 과감하게 버리기로 했다. 그나마 개중에 살아난 몇 권의 책은 박스에 넣어서 베란다에 내놓았다. 박스에 담긴 책들도 10년 동안 박스 안만 지키다 폐품이 되어 버릴지 모르지만, 우선은 베란다에 내놓았다.

 

그런 다음 한 작업은 자료 정리 작업이었다. 박스에 담겨 창고에 있던 자료와 팩에 담겨 책장에 넣어놨던 자료들을 화일로 철하는 것이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이 작업은 상당히 오래 걸렸다. 귀중한 자료들이란 생각에 잘 버려지지가 않았다. 박스와 팩에 담긴 채 1년에 한 두 번 꺼내볼까 말까한 자료들이지만, 추억이 담기고 정보가 있는 자료들은 책보다 더 쉽게 버려지지가 않았다. 그 보다 더 심각한 건 버리기도 뭐하고 놔두기도 뭐한 것들이었다. 화일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쓰레기통에도 들어가지 못한 것들이 바닥 여기저기 놓여진 채 있었다. 여기까지만 작업을 마친 채 나는 잠깐 휴식에 들어갔다.

 

힘든 작업이었지만 여유 공간이 생긴 책장과 화일에 깔끔하게 정리된 자료들을 보고 있자니 흐뭇했다. 그리고 필요 없는 것들을 치운 것만으로도 집이 깨끗해진 듯 했다. 역시 인테리어의 시작은 버리는 것이라는 말이 과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제 나의 다음 작업은 옷장에서 1~2년 동안 안 입은 옷들을 버리는 것. 좀 더 넓어지고 깨끗해질 우리 집을 기대해본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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