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유학 이민 사용설명서 - 성공적인 영어, 유학, 그리고 이민을 위한 지침서
박지용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기 전, 나는 종종 목차를 먼저 훑어보기도 하고, 책 뒤에 있는 에필로그를 먼저 훑어보기도 한다. 이번에는 책을 읽기 전에 뒤쪽을 보다가 스페셜 페이지로 나와 있는 ‘2010년 호주의 이민법 개정과 시사점’을 먼저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나는 많은 공감을 했다. 멀리도 아니고, 바로 우리 사촌 오빠네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촌 오빠는 한국에서 결혼하자마자 이민을 가기 위해 부인과 함께 유학생이란 신분으로 호주에 갔다. 하지만 얼마 전 이민법이 바뀌었다는 비보를 접하고는 많은 고민 중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촌 오빠가 선택한 건 제빵사였는데, 책에 나온 것처럼 제빵사가 이민 직종에서 삭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호주로 유학을 통해 이민을 가는 사람들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그들의 고충 역시 접할 수 있는 것이 요즘 추세다. 어디 그뿐이랴. 나 역시도 호주로의 이민을 고려해본 적이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모두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국가이기에 세 나라를 놓고 한참동안 고민을 했었다. 우선 선택한 곳은 미국과 캐나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까지 동양인 이민자를 쉽게 흡수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총기 소지 국가이기 때문에 살기에는 조금 불안했다. 그리고 캐나다는 안전적인 면에 있어서나 적응하는데 있어서는 괜찮았지만, 나라 자체가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건조한 날씨가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 마지막으로 남은 호주. 과연 호주는 어떨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기에 더 궁금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간접적으로나마, 호주에서의 이민 생활을 비롯해 영어권 나라에서 이민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접해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던 생생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이민 생활이 어떤 건지는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저 막연하게만 생각해왔던 이민 생활. 저자는 이민을 위해 호주를 찾는 이들이 어떤 수순을 밟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범하는 실수와 실패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태어나고 자란 한국을 떠나 남은 생을 살기 위해 호주를 찾는 사람들. 그 많은 사람들이 와서 거의 대부분이 같은 행로를 걷는 것을 보면, 이들의 실수와 실패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듯 했다. 저자는 이를 동양적인 사고, 한국적인 사고를 갖고 서양 문화권인 호주에서 생활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걸 달리 말하면 몸만 학교에 와있고, 머리론 게임만 생각하는 아이와 무엇이 다를까. 로마에 갔으면 로마의 법을 따르랬다고, 호주에 왔으면 호주의 사고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다.

 

우리가 고쳐야 할 것은 영어 공부에서부터 있었다. 언어로 배워야 할 영어를 학문으로 배우고 있으니.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영어를 언어로 사용하는데 있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설사 영어는 잘 한다 하더라도, 언어에 담긴 이들의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오는 더 큰 어려움이 있었다. 그것은 호주에서 유학 생활을 하든, 직장 생활을 하든 마찬가지였다. 호주에 적응하며 산다는 것은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었다. 어쩜 한국에서 느끼는 답답함보다 호주에서 느끼는 답답함이 훨씬 더 클지도 모를 일이다.

 

난 무슨 일을 계획하든 최상의 경우와 최악의 경우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어떤 상황이 닥치는 그에 맞게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호주 이민시 닥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말해주고 있었다. 언어적 제약으로 인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일 경우, 호주의 교육 및 문화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 분명 누구나 처음엔 ‘그게 나는 아닐거야’라고 하지만, 그건 정말 모를 일이다. 누구나 나만은 아니길 바라지만 말이다.

 

막연하게나마 한 번쯤 꿈꾸어보는 이민. 자녀들의 교육뿐 아니라, 노후를 생각해서라도 자연 환경 좋고,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로의 이민을 생각해본 적이 누군들 없을까. 하지만 이 책은 이민자들이 겪고 있는 실질적인 현실을 알려주며 어떻게 이민을 원한다면 준비해야 할지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었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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