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가족 - 책 읽는 가족 책읽는 가족 46
배봉기 지음, 박지영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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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특이한 책이었다. 실험 가족이라니. 하지만 책의 표지를 보면서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재혼 가정이 하나의 가족으로 완성되기 전에 거치게 되는 단계로 거치는 과정을 실험 가족이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혼이 늘어나는 요즘, 그만큼 재혼도 분명 늘어나고 있을 텐데. 재혼 가정을 소재로 한 책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이 책이 참 신선했다. TV 속 드라마처럼 극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소재로서가 아니라, 재혼 가정의 중심에 서게 된 아이들의 심리를 그린 것이어서 더 그랬다.

 

재혼 가정에 있어서 아이들의 선택권은 얼마나 있을까. 아니, 아이들에게 선택권이 있기나 할까. 어른들이 말로는 아이들을 위해 재혼을 한다고는 하지만, 정말 아이들을 위하는 것이 어떤 건지 실제로는 잘 모른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결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전혀 모르던 사람들과 하나의 가족을 이루며 수동적인 가족 구성원이 될 뿐이다. 주변에서 종종 봐 왔었다. 부모님의 재혼으로 힘들어 하는 친구들을. 그 친구들은 부모님의 선택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형성된 가족 안에서 많은 갈등을 겪으며 힘들어 했다. 벗어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 안에 섞일 수도 없어서.

 

이 책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었다. 재혼 가정을 이루게 될 때 아이들이 어떤 심리 상태를 겪게 되는지, 아이들을 어떻게 배려하면 좋을지에 대한 좋은 지침서가 될 듯하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아이들을 위해 단계적으로 관계를 밟아나가는 이들의 모습이 참 대단해 보였다. 재혼 가정을 이루기 전 이들처럼 실험 가족을 이루는 사람들이 얼마다 될 지.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어른들의 결정을 알리기만 하는 통보형 재혼 가정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일방적이지 않은 부모의 노력으로 이들의 아이들은 작은 고비를 넘긴 뒤 온전한 가족을 이루게 되었다. 이들 역시 쉽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에 대한 부모들의 진심어린 노력과 배려는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마음으로 한 가족을 이루게 된 이들. 우리 사회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진짜 가족의 모습일 것이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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