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오서방 책읽는 가족 10
박재형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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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눈에 들어왔던 건 책 제목보다 책 한쪽 모서리에 적혀 있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동화 ’해맞이‘ 수록”이라는 마크였다. 그것만 보고도 이 책이 단편 모음집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요즘 초등학생들이 읽는 책이라는 걸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그걸 보면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난 벌써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어언.. 20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기에 더 그랬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접하고 경험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어떤 책을 읽고 감동을 받는지 궁금해졌다.

 

작가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글을 썼다는 서두로 이야기를 하나 둘 들려주었다. 나이가 서른이 넘었지만, 아직 제주도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더욱 기대가 되었다. 관광지인 제주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생생한 생활이 담긴 이야기가 그리고 그들만의 삶에서 묻어나오는 감동이.

 

제주도에서의 삶은 내가 예전에 시골을 떠올렸던 것과 많이 닮아있었다. 서울에서만 살아온 나로서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서 산다는 것은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에서 산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시골 사람들이 밭에 나가 일을 하듯 제주도 사람들은 바다에 나가 일을 한다는 것에 조금 차이가 있을 뿐.

 

맑은 영혼이 느껴지는 제주도의 이야기. 이 이야기들은 이제 막 자라나고 배워가는 아이들이 읽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쉬운 책이었지만, 이젠 훌쩍 커버린 나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읽다가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훔쳤는지 모른다. 세대를 뛰어넘어, 지역을 뛰어넘어, 또 나이를 뛰어넘어 좋은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는 걸 새삼 다시 느꼈다.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이었지만, 감동 안에는 작은 교훈까지도 담고 있었다. ‘까마귀 오서방’ 이야기에서는 어떤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는 착한 마음을, ‘기복이’ 이야기에서는 약한 이를 배려하는 따뜻함을, ‘해맞이’ 이야기에서는 곁에 있는 이의 소중함을, ‘할머니 댁’ 이야기에서는 없는 중에도 자신의 것을 나눌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강씨 아씨’ 이야기에서는 옳다고 믿는 것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코스모스 꽃다발’ 이야기에서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것을 줄 수 있는 희생을, ‘삼백원’ 이야기에서는 자신에게 없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어머니 손’ 이야기에서는 가족을 위한 부모님의 크나큰 희생을, ‘잃어버린 마을’ 이야기에서는 집에서 쫓겨난 이들의 아픔을, ‘피서지에서 온 소포’ 이야기에서는 내가 실천해야 하는 환경 보호를, ‘어미소’ 이야기에서는 부모님의 깊은 사랑을, ‘실거리꽃’ 이야기에서는 내 모국에 대한 애국을, ‘갈옷’ 이야기에서는 조국이 잃었던 과거의 아픔을 통해 조국이 있음에 대한 감사를... 알게 했다.

 

각각의 이야기를 읽은 때는 그냥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었지만, 곰곰이 생각 할수록 더 많은 생각을 하게하고 더 많은 걸 느끼게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만이 아니라 어른을 위한 동화이기도 했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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