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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집에는 비밀이 있어 ㅣ 문학의 즐거움 1
앤 M. 마틴.로라 고드윈 지음, 배블링 북스 옮김, 브라이언 셀즈닉 그림 / 개암나무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재미있었다. 모든 집에는 비밀이 있다니. 과연 무슨 비밀일까 싶어서 살짝 들쳐봤더니, 인형의 집에 있는 비밀이었다. 어릴 때 한번쯤은 했던 상상. 인형이 살아 있는 건 아닐까. 잠 잘 때면 눈을 살짝 뜨고 인형들을 몰래 훔쳐봤던 기억이 있다. 때론 무서워서 눈을 다시 꼭 감곤 했지만.
평생을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은 인형들과 살아가는 인형 가족들~ 이 인형 가족의 비밀은 모험심 강한 인형의 미스테리 한 실종이었다. 겁이 많았던 인형 가족들은 이 모든 걸 비밀로 부치고 실종된 인형을 찾지 않았었다. 하지만 비밀이 있으면 자꾸만 파헤쳐보고 싶어지는 법. 모험심 강한 또 다른 인형의 도전으로 실종된 인형의 수색이 시작했다.
수색과 더불어 인형 가족들에게는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새로운 인형 가족과의 만남은 그나마 반가운 일이었지만, 모험을 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위험을 만나게 되었다. 고양이 캡틴의 공격으로 한 인형 역시 실종. 수색 활동은 또 다른 수색 활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용기 있는 새로운 인형 가족의 도움으로 캡틴으로부터 무사히 인형을 구출하게 되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는 말처럼 인형 가족들에게 닥쳤던 위기는 대립되었던 가족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어주고, 더 큰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그 결과 45년 동안이나 실종되었던 인형을 찾아내고, 인형 가족은 오랜만에 모두 모이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은 인형의 집 밖에 있는 세상을 무서워하지도 않았고, 이제 더 이상은 모두 겁쟁이 인형이 아니었다.
인형의 집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향해 모험을 떠났던 인형 가족들. 이들의 모험 이야기는 어릴 때를 생각나게 했다. 어릴 때 가끔 혼자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곤 했는데, 그럴 때면 동네를 돌아다니다 갈림길이 나오면 꼭 모르는 길로만 가곤 했다. 그렇게 모르는 길로 가고가고 가다가도 이상하게 집만은 잘 찾아왔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집에 돌아오면 왠지 굉장한 모험을 끝내고 온 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위험한 일이지만.
그리고 친구들 한 둘이 모이면 우리는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찾곤 했다. 잃어버린 것이 아닌 그냥 무언가를 찾고 싶어 했다. 동네 뒤에 있는 동산에 돌아가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공장에 몰래 들어가기도 하고, 우리는 마냥 즐겁고 재미있기만 했다. 무섭다거나 위험하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모험심이 발동했던 유년시절을 떠올리면서.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