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역시 사람의 시선을 끄는 건 시각적인 요소가 크다. 일러스트로 그려진 존와 요코 그리고 그들의 아들. 그들의 특징이 잘 잡혀 있어 표지만 봐도 그들인 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만화책 표지 같은 느낌은 이 책이 지루하지 않을 거란 믿음을 주었다. 작가가 눈에 들어온 건 그 다음이었다. 오쿠다 히데오. 내가 작가의 이름을 잘 기억하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친숙했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이 작가의 작품 중 내가 이미 읽은 책이 있었던 것. <공중그네> 이 책을 읽고 독특한 시각을 지닌 작가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아졌다. 독특한 작가가 마흔 살에 내놓은 그의 데뷔작이라니.

 

이 책에는 팝스타 존이 아닌 인간 존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일 하는 부인을 위해 가정 일을 신경 쓰는 주부 존,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 존, 아내를 존중하는 남편 존, 복통과 변비로 고통 받는 환자 존. 그리고 우리는 미처 몰랐던 내면의 아픔과 회한을 갖고 있는 존을 그리고 있었다.

 

40년의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많은 겪고, 또 많은 걸 남기고 간 존. 그는 생을 마감하기 전 4년의 긴 휴가를 떠났다. 팝스타 존이 아닌 인간 존이 모습으로. 이 책은 그의 긴 휴가 중 단 며칠만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존은 치료를 받는다. 신체적인 치료를 넘어선 심리적인 치료를. 모든 것을 다 가졌을 것 같고 뭐하나 부족한 것 없을 것 같은 대스타 존이지만, 그에게도 아픔은 있었고 상처는 있었다.

 

치료 과정은 힘들었지만, 그의 치료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존의 치료법은 그저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것뿐이었다. 과연 그게 다 사실일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이 모든 게 사실일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가 긴 휴가 기간 동안 그의 고민들이 어떠한 방법으로든 이 소설처럼 치유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번도 정상적인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 본 적이 없는 그가 긴긴 휴가 기간 동안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면서 많은 치유가 되지 않았을까. 그를 믿고 지지해주는 아내와 그를 최고로 생각하는 아들과 함께 지내면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존 레논의 죽음에 관한 음모설을 어느 정도 믿고 있었다. 그의 아내 요코 오노가 그의 죽음에 관여했을 것이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음모설을 떠나서 그녀에게 퍼부어졌던 비난처럼 그녀가 존을 사랑한 게 아니라 이용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왔었다. 존이 요코를 만고 비틀즈를 떠난 뒤의 행보는 비틀즈의 존이 아니라 존 레논의 행보이기도 했지만, 어떤 면에선 요코의 꼭두각시처럼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은 정말 서로를 많이 사랑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존의 숨겨진 아픔을 치유하는데 요코와 이뤘던 가정 생활은 많은 치유가 되었을 거라 여겨졌다. 요코는 존에게서 그런 점을 끄집어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뮤지션 존이기 이전에 인간 존으로 먼저 살아가는 법을 말이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상상은 자유니까. 책을 읽으며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해주는 작가. 그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

 

 

 

- 연필과 지우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