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3 - 불의 단련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소설 <모차르트>를 한 권 한 권 읽을수록 점점 궁금해졌다. 프리메이슨이란 단체가 정말 존재했던 것인지. 내가 아는 크리스티앙 자크는 언제나 사실을 바탕으로 글을 썼기에, 그것이 사실일거라 여기면서도 설마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유명한 모차르트가 프리메이슨단체를 위해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다니. 작가는 그런 의구심에 대한 증거자료라도 내밀듯이 책 중간중간엔 상세한 주석들을 적어놓았다. 프리메이슨은 그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작가의 상상 속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스물스물 고개를 내미는 의구심을 쉽게 잠재울 수는 없었다. 결국 인터넷 검색을 한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프리메이슨에 대해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올라와 있었기에. 게다가 백과사전에도 떡 하니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18세기 초 영국에서 시작된 세계시민주의적.인도주의적 우애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고. 그리고 더 놀라웠던 사실은 프리메이슨단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세상을 움직여 왔던 것은 모두 이들의 보이지 않는 손들이었다고 말이다.

 

난 순간 애덤 스미스의 말이 떠올랐다. ‘보이지 않는 손’. 예전엔 그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것이 시장경제 원리를 말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비밀결사대인 프리메이슨의 손이라는 것처럼 들렸다. 그렇다면.. 애덤 스미스도 프리메이슨단이었던 걸까? 그가 속한 단체의 뜻을 경제 원리를 가장해 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이것이야 말로 쓸데없는 음모론이 될지 모르지만.. ^^;;

 

프리메이슨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나는 음모론에 빠져들게 되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국적이 없는 단체는 모두 프리메이슨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이라든지, 세계 유명인사들 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들 대부분은 프리메이슨의 뜻에 반하거나 방해가 되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라든지. 세계적인 질병과 경제난 같은 것도 프리메이슨이 조정하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프리메이슨단이 있다는 것. 등등. 궁금증을 풀려고 했다가 오히려 더 큰 궁금증만 키우게 되었다.

 

그러다 내 의구심을 확신으로 돌린 결정적인 증거 자료를 보게 되었다. 미국 1달러 지폐 뒤에 있는 피라미드와 이집트 신, 호루스의 눈. 나는 바로 내가 갖고 있던 1달러 지폐를 찾아 보았다. 지폐 뒤에는 정말로 피라미드와 호루스의 눈이 있는 것이 아닌가. 다른 데도 아니도 미국 지폐에 왠 피라미드와 호루스의 눈? 이탈리아의 피사의 탑이나 콜로세움도 아니고, 왜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호루스의 눈이란 말인가. 그래서 미국에는 그렇게 많은 이집트 유물들이 들어와 있는 것인가? 피라미드를 통째로 옮겨놓기도 하면서까지 말이다.

 

그렇다면 모차르트와 더불어 프리메이슨에 대해 우호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크리스티앙 자크는 과연 어떤 사람인 것일까? 그 역시도 프리메이슨이었던 것일까? 아무리 프리메이슨에 대한 많은 자료들이 있다고 한들 생생하게 그들의 의식과 사상을 알기란 힘든 일이었을 텐데. 그렇기에 그는 우리에게 친근한 모차르트를 앞세워 그와 모차르트가 속했던 프리메이슨단의 사상을 알려주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꾸준히 이야기 했었다. 프리메이슨은 자유, 평등, 박애를 실천하며 세계를 하나로 모으려는 것일 뿐이라고. 그리고 모차르트와 프리메이슨에 대한 탄압과 박해를 보여주며 그들에 대한 동정심을 갖게 했다. 나 역시도 프리메이슨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 전까지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세력들의 중상모략으로 모차르트와 프리메이슨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래도 일단 황제의 마음부터 움직여, 빈에서도 그들을 쫓아내야 해! 아쉽게도 보른이 명단에 빠져 있는 게 문제지만...”

“요제프 2세는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를 요구할 것이네. 단순한 추정 말고 말이야.”

“그래도 황제의 머릿속에 자꾸 의혹을 심어놓다 보면, 결국 보른의 신임에도 금이 갈 날이 올 것입니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다가가 완전히 파괴해버리는 거죠.”

 

- <모차르트 3. 불의 단련> 중에서 -

“보른도 연금술을 시행한다는 폭로 때문에 큰 타격을 입은 상태입니다. 밀교에 빠져 집안도 자식도 돌보지 않는다고 말이죠. 청렴한 인간의 이미지가 이제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리 강인한 인간이라도 작정을 하고 온갖 험담을 퍼부어대는 데는 못 당하는 법이지요. 게다가 보른의 권력이라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프리메이슨단 안팎으로 지금처럼 그의 평판에 흠집 내기를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 <모차르트 3. 불의 단련> 중에서 -

“바로 그런 점을 보른은 놓치지 않을 걸세! 언제 닥칠지 모를 공세를 생각해서 가뜩이나 경계의 날을 벼르고 있을 거야. 아직은 그도 모차르트도 폐하의 노여움을 사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앙 하네. 심지어 폐하께서 모차르트에게 쇤브룬 궁에서 연주할 소품 하나를 주문했다더군! 이보게, 가이트란트. 프리메이슨의 영향력은 여전하네. 현재 남은 지부 두 개는 여간해선 무너뜨리기 어려운 요새라는 걸 명심하게.”

 

- <모차르트 3. 불의 단련> 중에서 -

“제가 그자와 관련한 헛소문을 최대한 유포하겠습니다. 방탕한 생활 태도에다 여가수들 가운데 내연의 관계인 이들도 여럿이고, 주정꾼이면서 낭비벽도 이만저만 아니라고 말이죠. 아마 그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상당수 음악 애호가들한테 꽤나 큰 충격을 줄 겁니다.”

 

- <모차르트 3. 불의 단련> 중에서 -

 

단순히 정치적인 의도 때문에 프리메이슨을 제거 하려 했다고 여겼다. 특히 왕권이 바뀌면서 자신의 직무에 타당성을 잃은 요제프 안톤이라는 자가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명분을 위한 명분을 만들어가며 프리메이슨을 공격했다고 생각했었다. 그 역시 모차르트의 뛰어남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명분을 위해 공격했고, 살비에르 역시 자신의 명성과 권력을 지키기 위해 모차르트에게 조금의 기회조차 내주지 않았다. 자신이 살기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상대방의 약점만 쫓아 흠집 내기에 바쁘고.. 이들의 모습이 정치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모차르트는 그들의 피해자일 뿐이라고 여기며.

 

과연 크리스티앙 자크의 의도는 정직한 것이었을까? 프리메이슨단에 대한 무수히 많은 소문들을 조금이라도 잠재우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 프리메이슨단에 대해 긍적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초석이라도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이 소설이 그가 프리메이슨단으로 입단한 후 처음으로 쓴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집트학자가 되었을 때부터 프리메이슨단의 관심을 받다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알린 소설<람세스>를 통해 프리메이슨으로부터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고, 고민 끝에 입단하게 되었고, 모차르트를 통해 프리메이슨단의 입문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닐지. 다양한 음모론을 접하다보니, 나까지 괜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ㅡㅡ;;

 

여러 궁금증이 끊이지 않지만, 모차르트가 프리메이슨단이었든 아니었든지 간에 그는 당대에도 현대에도 천재적인 음악가였음에는 틀림없다. 그런 힘겨운 상황에서도 그는 그의 음악을 인정받았고, 무엇보다 그가 죽은 지 벌써 200여년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그의 음악을 꾸준히 사랑하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그는 수많은 명작들을 남기었다. 음악에 문외한인 많은 이들조차 사랑하는..

 


볼프강은 도제로서 느낀 자신의 심경을 현악 4중주 안에 충실히 쏟아 넣되, 흔히 사용되지 않으나 무척 흥미롭고 독특한 음색을 차용해 표현했다. A음계에 샤프가 세 개나 붙는데, 제1등급에서 3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은근히 암시하는 수법 같은 것이 그것이었다. 처음 두 곡조의 알레그로와 미뉴에트는 각각 신전을 향한 열망과 그 문이 열리길 바라는 갈망에 대한 표현이었다.

아울러 여섯 개의 변주로 전개되는 안단테는 의식의 내용들을 반영하고 있었다. 일부러 절뚝거려야 한다는 규정이라든가, 형제단원 한 명이 반드시 옆에서 도와야 한다는 점, 지부로 들어설 때 반드시 허리를 숙영 한다는 점, 눈가리개로 두 눈을 가리는 따위가 그것이다. 이와 같은 예식이 거행된 후 초심자는 일으켜 세워져, 창조적 정수를 흡수해야 할 공기와 물과 불의 시련이라는 세 가지 위험한 여행길에 나서는 것이다.

결연하고 진실한 분위기로 시작된 음악은 진행될수록 불안하고 주저하는 듯한 느낌이 짙어갔다. 그렇게 여기저기 난관이 속출했지만, 인도자의 손에 자신을 맡긴 채 계속해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어차피 함께한 형제단원이 검의 무딘 부위로 볼프강의 입술을 세 차례 두드리면서, 지부의 과업에 관해 침묵을 요구한 터였다.

엄숙한 서약이 이루어지자, 존자는 형제단원들에게 결정적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은 이 고통 받는 신입 회원이 지금 이 행복한 순간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빛을 바라볼 수 있도록 허락하겠습니까?”

허락이 떨어진 후 눈가리개가 벗겨지면, 더없이 끔찍한 광경이 펼쳐진다! 강렬한 광채도 정갈한 희열도 온화한 우애도 아니요, 오로지 살의를 느끼게 하며 사방에서 들이대는 살의 가득한 칼날들뿐이었다.

그랬다. 배반과 죽음은 입문의식의 시작에서부터 늘 현존했다. 그걸 몰아내는 것은 오로지 결집된 공동체의 힘뿐이었다.

4중주의 마지막 알레그로는 새로운 빛의 아들을 세상에 내놓는 입문자들의 단합을 표현하고 있었다.

 

- <모차르트 3. 불의 단련> 중에서 -


'지혜‘와 ’힘‘ ’조화‘를 융합하는 이 작품이 연주되는 내내 타모스는 마치 이집트로 날아가 자신이 거쳤던 가장 강렬한 수행의 순간들을 다시 체험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드디어 대마법사가 도저히 표현 불가능한 실체를 전파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첫 악장의 고요한 선율은 입문한 자들이 신전을 세우고 의식을 마음껏 거행하던 행복한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행동거지는 진중하지만, 삶 자체는 경쾌하던 시절. 아직은 신들이 돌을 통해서 말을 하고, 깨달음의 주문을 베풀어주던 시절. 정당한 때에 정당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깊은 내면적 희열이 매일같이 솟아나던 시절.

이어서 흐르는 두 번째 악장은 모차르트가 지금까지 써낸 느린 악장 중 가장 독특하다. F샤프 단조의 이 명상적인 아다지오는, 세상에 진정한 희망의 메시지를 베풀기까지 입문자들이 언젠가는 부닥쳐야 할 절망과 슬픔, 향수를 저만치 초월하고 있다. 그렇다. 캄캄한 어둠의 한가운데에서 빛을 발하며 입문의식이 그 어둠을 흩어버리는 것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순수한 이 음악은 다름 아닌 천상의 사랑을, 즉 인간의 저열함을 뛰어넘는 정신적 창조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살아 있는 동안 그처럼 드높은 경지에 머물 수는 없다. 마지막 론도는, 가시적 세계 너머의 체험에 대한 기억을 버리지 않아도 입문자를 구체적인 속세로 돌아오게 해주는 어마어마한 에내르기를 담고 있다. 모차르트는 이제 천재적인 작곡가일 뿐 아니라, 우주의 대건축가가 행하는 작업을 언어를 통해 속세에까지 닿게 해주는 정신적 스승이 되어 있었다.

 

- <모차르트 3. 불의 단련> 중에서 -

 

모차르트 3권은 앞서 읽은 책보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며,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까지. 특히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식>와 오페라 <돈 조반니>에 대한 설명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그동안 작품의 이해는 보면서 해야 한다고 여겼었는데, 보기 전에 작품에 대한 공부를 어느 정도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에는 숨겨진 의미와 의도가 참 많았기에 더더욱.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식>와 <돈 조반니>를 접하려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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