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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이상하게 그가 나의 서울인 것만 같다.'
사랑이 모든 것이고 모든 게 사랑이라 노래하는 한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생각한다. 고작 사람 하나가 이 거대한 도시에 비유될 수 있을까. 늦은 밤, 나 홀로 취한 사람들 사이를 피해 외로움을 숨긴 채 성큼성큼 걸어 본 적 있다면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른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 이 도시에 날 받아줄 사람은 단 하나뿐인 것 같아서, 그 한 사람이 내 세계의 전부가 되어버리는 마음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박상영 소설에는 어딘가 제대로 고장 나버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랑이 모든 것'인 주인공들이 나온다. 그럴듯한 말에 속아 그럴듯하게 시작해, 서로에게 모든 걸 쏟다가, 어느덧 일상으로 스며든 연인에게 나와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실망하고, 시시한 이유로 시비 걸어 다투다가, 결국 헤어지는 뻔한 이야기인 셈이다. 그렇게 쌓인 과거의 연애사를 털어 놓는 술자리에서 사랑은 다시 한번 시작되고...
어차피 망할 걸 알면서 '그러거나 말거나' 사랑을 또 다시 믿는 사람들. 쓸데없이 크면서 내 건 하나도 없어 맘 붙이기 어려운 이 도시에 그나마 믿을 건 사랑 밖에 없어서겠지. 이 불쌍한 바보들의 이야기를 매끈하게 그려낸 덕분에, 외로움으로 가득찬 이 도시가 조금은 괜찮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