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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다니엘 튜더 지음, 김재성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평점 :
우리는 아직도 만성적으로 외로운 사람들을 타고난 괴짜거나 사실은 친구가 많은, 그러니 어서 기운을 차려야 할 사람 정도로 간주한다. (중략)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많은 수의 관계를 제공하는 데는 아주 능하지만 질 측면에서는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 그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고립감을 느낀다. 사회는 그 방향으로 우리를 몰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나만 그런 줄 알았다.(중략) 슬프게도 나는 날로 늘어나는 무리의 한 부분일 뿐임을 깨달았다. 189-190
대학시절이었다. 무슨 수업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거나 전공 수업 중 하나였는데 동기 중 한 명이 자신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우울감을 느껴 본 적이 없다고. 그것은 실로 나에게는 충격이었는데, 나는 꽤나 어린 나이부터 우울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의 우울이나 외로움은 이 책의 지은이 다니엘 튜더가 말하는 현대인의 우울과 맥락을 같이 하느냐? 한다면 그것과는 좀 다르지 않나, 싶기도 하다. 책에서 저자는 평소엔 생각지도 않았던 '외로움'을 몇년 전 가족의 극단적인 선택을 마주하면서 인식하게 된다. 우울이라는 것은 왜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생물학적인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인 것인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서 저자는 그전까지는 너무나도 바빠서인지 하지 못했던, 또는 간과하고 지나갔던 그 감정이 사실은 우리 주변에 널려있음을, 자신 또한 그러함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한국 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이나, 한국인들과 어울리며 느꼈던 한국 사회에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외로움도 짚어내긴 하는데(사실 제목 때문에 책 내용이 그럴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었다) 책은 그런 '한국인 너네 그래서 그렇게 외로운 거야'라는 질책이나 경고의 내용이 아니라, 그래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 것이며, 그것은 한국이라는 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고 소소한 격려를 건네며, 이제 우리 모두 각자의 외로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때(190)라고, 외로움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일침하고 있다.
책의 제목을 보고 무작정 감상적인 에세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외려 외로움에 대한 걱정과 고찰을 담은 책이라서 놀랐다. 외로움에 대한 매우 신선한 시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모두가 외로움을 숨기기에 급급한 요즘 같은 때에 대놓고 '우리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라는 제안은 색달랐다. 다니엘 튜더씨, '누구나 고독해도 괜찮은 주점'을 운영하셔야겠어요. 그럼 한번 꼭 가볼게요.
이제 우리 모두 각자의 외로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때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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