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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홀릭
권지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길고, 부드럽고, 딱딱하고, 외로운 인생같은 빵

 

프랑스의 소설 미셸 투르니에의 <빵에 관한 전설> 이란 산문에 보면, 옛날 옛적 프랑스의 서쪽 끝 지방에 두 마을이 있었는데 두 마을 주민들은 사사건건 대립하고 반목했다고 한다.

한쪽 마을에서는 입안에 넣으면 살살 녹을 정도로 온통 말랑말랑한 브리오슈를 먹었다면, 또 다른 마을은 말랑말랑한 데라고는 하나도 없는 딱딱한 빵을 특산물로 삼았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두 마을의 빵집 아들과 빵집 딸이 눈이 맞아 온 마을 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두젊은이는 결혼을 결국 허락받았지만 혼인 잔치에 어떤 빵을 올릴까 하는 문제로 사태는 복잡해졌다. 두 연인은 고심끝에 딱딱한 빵과 말랑말랑한 빵을 멋지게 결합시킨 빵을 만들어내기로 했다. 수차례 연구끝에 드디어 바다가재처럼 겉은 딱딱하고 속은 부드러운 빵을 만들어냈으니 그게 바로 바게트였다.

가끔 느끼는 것이었지만, 갓 구워낸 빵은 '제2의 피부다' 따스한 체온과 결이 살아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살처럼 빵이 느껴지니 말이다. 부드러우면 부드러운 대로 딱딱하면 딱딱한 대로 아기나 연인의 살처럼 느껴진다.

 

오늘도 빵을 한봉지 사왔다. 동생의 말처럼 이젠 김밥천국처럼 많아진 파리바게트에서 말이다.파리바게트에서 파는 바게트에선 작가가 도저히 먹지않고 버틸 수 없어 집까지 오다가 반은 다 뜯어먹어버린 파리의 그 바게트맛을 느낄 수 있을까? 파리에 가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파리바게트에서 먹은 바게트맛을 상상하며 읽는다. 말 그대로 심심하면 빵을 먹고 있는 빵중독인 요즘이다. 프랑스 유학시절 배고플때 먹었던 빵이어서 그런지 작가의 빵사랑이 착착 와닿는다. 힘든 요즘.. 나도 좀더 뚱뚱하고 큰빵으로 오늘도 손을 뻗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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