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세상을 지어라
안도 다다오 지음, 이규원 옮김, 김광현 감수 / 안그라픽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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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건축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이름이다. 지금이야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흔한 것이 되었지만, 60년대부터 콘크리트 하나로 다양한 건물을 선보이고 있는 일은 역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안도 다다오가 자신의 인생을 중간 체크하는 듯한 책을 내놓았다. 그가 처음 건축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해온 도전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안도의 책에서 인상 깊게 살펴본 것은 그가 사무실을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신입사원은 받지 않는다.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을 시켜본 후, 졸업할 때까지 입사 의지가 있다면 사원으로 들인다. 요즘처럼 ‘인턴’이라는 말로 아르바이트를 대량으로 고용하여 청년들을 쓰다 버리는 대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안도 다다오 역시 자신이 ‘오사카 출신’이라는 데에 자부심을 갖고 그것을 쓰는 데 한 장이나 할애하고 있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가려는 회사 내의 제도가 오사카 상인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든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것이든, 이러한 노력이 업계를 건강하게 키우는 데 일조한다는 것은 틀림없다. 

또 한 가지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자신이 고집하는 ‘콘크리트’의 잠재력을 여러 모로 실험해보고 있는 점이었다. 환경 문제가 불거지며 과거에 고마웠던 콘크리트는 이제 미운 자식 취급을 받고 있다. 안도는 여태까지 자신을 있게 한 콘크리트라는 소재에 또 한 장을 할애하여, 콘크리트의 잠재력을 보여주고 자신이 생각하는 친환경적인 대안에 대하여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의 이런 자세가 ‘무엇이든 피하지 않고 대답하려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주며 책에 충실함을 더한다.

그러나 독서를 마친 지금까지도 나는 그의 철학을 납득하기 어렵다. ‘인간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며 지붕이 없는 집을 만들거나 온난방 시설이 없는 주택을 짓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집에 와서도 방을 건너갈 때마다 우산을 써야 한다면 그게 과연 좋은 집일까? 그것을 어떻게 철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단단한 아집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능성만을 생각하여 계산대로 만들어진 집을 혐오한다는 그의 말에는 쉽게 수긍이 간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집은 집이 존재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편안하게 사람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다. 건축에서 말하는 ‘구조’와 내부에서 사람의 활동을 뜻하는 ‘프로그램’ 중 굳이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때가 온다면 ‘프로그램’의 손을 들어주는 게 맞지 않을까?

안도 다다오가 존경한다는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의 아버지로 일컬어진다. 건축가의 수요는 크나 공급은 적었던 시절, 르 코르뷔지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건축물을 남겼다. 지금 대대로 명작으로 전해지는 건축물들의 명성은 실패한 것들을 제치고 기억 속에서 살아남은 것들이다. 제인 제이콥스는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에서 르 코르뷔지에가 꿈꿨던 ‘빛나는 도시’가 가진 문화적 저속함과 인간적 빈곤함을 지적한 바 있다. 르 코르뷔지에가 제시한 Zoning으로 건강한 커뮤니티가 슬럼화되는 아픔을 겪기도 하였다.

안도 다다오를 볼 때마다 르 코르뷔지에가 겹쳐진다. 그는 강하게 반론하겠지만, 여전히 내가 보기에 안도 다다오는 건축을 아트처럼 하는 사람이다. 가까운 사람의 도움을 받아 집을 짓던 시절에는 할 수 없는, 개인적인 철학으로 소재를 조달하고 건물을 쌓아 올려 그곳에 사람을 들이는 방식으로 그는 건축을 한다. 문제는 이러한 건축이 방치할 수 있는 책임감이다. 고베 바다가 내려다보이도록 지은 경사면 아파트의 거주자 절반이 외국인으로 호화로운 아파트로 발전했다는 이야기 역시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건축가는 건물이 선 후의 것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정리하자면 다다오의 책은 단순한 자서전으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살아온 것만큼이나 글도 치열하게 써서, 일본 사람의 글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지탱해온 철학이나 자신이 성장해온 궤적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부분은 상당히 밀도 있게 집필되어 있다. 건축 사무소와 시공사 이야기도 함께 나오며, 일본의 각 지역이 갖고 있는 특징 또한 간간이 언급된다. 그러나 그가 건축철학이라고 고집하며 ‘내 집에 살 사람이라면 나만큼의 각오를 갖고 살아주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건축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저자와 부딪치는 부분이 있었다.

참고: cklist의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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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의 안내판이 바뀐 사연 - 잊기 전에 기록해두는 공공디자인의 꼼꼼한 실천 하나
아름지기 지음 / 안그라픽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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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 조각 전시를 보러 덕수궁에 갈 일이 있었다. 평소에 받아보던 사이즈의 팸플릿을 기대하고 손을 뻗었는데, 깔끔하게 잘 정리된 안내 책자가 꽂혀 있어 깜짝 놀랐다. 이후 오랜만에 창경궁에 놀러 갔다 안내판의 정보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200년 전의 궁내 생활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뒷북이겠지만 늦게라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많이 두껍지 않은 책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내용을 충실하게 정리하였을까 싶을 정도로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다. 공공디자인의 사례를 찾다보면 언제나 눈이 외국으로 향하게 되는데, 이제는 소개할 만한 훌륭한 사례집이 하나 생겨 궁궐 관람객이자 한 사람의 독자로서 매우 뿌듯하다.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3년 간의 지난한 프로젝트에 연계되어 있다. 정보디자인, 타이포그래피, 영문 번역, 아이덴티티 디자인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만 모아 놓은 셈이었는데, 어떻게 이들이 3년이나 지치지 않고 꾸준히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것인지 읽고 난 지금도 사실 잘 믿기지가 않는다.

책에는 3년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의 일정들이 깨알같이 성실하게 나와 있고 이전의 안내판에 대한 사전 조사와 지금의 안내 판이 생기기까지의 과정이 사진으로도 잘 실려 있다. 실제로 제작을 하는 과정에서 소재나 안내판 제작, 설치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에게는 생소한 이야기들이 많아 잘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장 열심히 본 부분은 안내판에 들어갈 텍스트를 어떻게 선정하고 작성하였는가, 관람객의 동선과 요구를 고려하여 안내판을 어떻게 배치하였는가, 안내판 모양을 통일시키는 기준이 무엇이었는가, 정보를 위계에 따라 어떻게 나누었는가 였다.

건축적 역사적 지식들이 지루하게 나열되어 있어 오히려 감상에 방해가 되던 기존 안내판 텍스트에서 욕심을 버리고, 실제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였으며 그 건물의 쓰임새는 무엇이었는가에 안내문의 포커스를 맞췄다. 그렇게 다듬어진 텍스트였기 때문에 궁궐의 안내판에서 감정이입을 하고 궁궐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안내판은 약간 뒤로 굽혀진 것, 똑바로 서 있는 것, 낮은 것 등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겠는데 각각 어떠한 정보가 들어가고 어디에 서있느냐에 따라 안내판의 형태를 몇 가지 유형으로 단순화하였다. 궁궐의 경관을 최대한 해치지 않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정보의 위계화 그래프였는데, 사람들이 팸플릿, 안내 방송, 안내판, 책 등에서 기대하는 정보의 수준을 그래프화시키고 많은 정보들이 중복되지 않도록 각각의 매체에 들어갈 내용들을 연계시켜 정리하였다. 기획팀이 만들었던 정보의 위계대로, 이 책에는 독자를 성찰까지 이끄는 각종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 프로젝트의 마지막 마무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관람객의 동선과 시선을 고려하여 안내판을 어디에 배치시켜 최대한 관람을 방해하지 않을 것인지 생각하여 기획하는 것만으로, 한 곳에 여덟 개나 되던 안내판을 세 개로 줄일 수 있었다.

여러 개의 궁궐과 많은 정보를 통일시키기 위해 '권역'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일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관람객의 입장에서 결과물을 더 이해하기 쉽게 한 점 또한 매우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였다. 기존의 것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틀을 만드는 데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

마지막으로 재미있었던 것은 경복궁과 다른 궁들의 차이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경복궁이라고 하면 왕이 살았던 궁, 정도로만 인식했던 것 같다. 경복궁은 태조가 세웠기 때문에 왕권의 정당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중국의 성을 모방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 이후에는 역사책에서 배웠듯이 경복궁의 대부분이 소실되고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복원에 힘을 쏟아 원망을 샀다는 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동궐로 불리던 창덕궁과 창경궁은 왕비, 후궁, 왕세자 등이 생활하던 곳으로 경복궁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능선을 따라 들어선 궁들은 덜 권위적이고 더 자유로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단지 역사적이거나 건축적인 지식일 뿐만 아니라 디자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단서로 쓰인다.

공공디자인을 단지 보고 좋다고 느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과정까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책이다. 정말 유익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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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꿈꾸다
기획회의 편집부 엮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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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권을 함께 읽다가 상당히 오랜 시간을 들이고 드디어 개강날 다 읽고 반납한 책.

'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내는 책들이 전부 디자인, 카피, 저자, 기획이 쟁쟁한 터라 이번에도 어느 정도 높아진 기대를 품고 책을 집어들었다. 만만치 않은 두께이지만 무겁지 않고 책표지도 유려하게 잘 빠졌다. 제목도 나쁘지 않고 글씨도 좋음.

무엇보다 제일 좋은 점은(!) 평소에 책을 읽으면서 훑어보던 출판사들 이름이 올라와있다는 것. 잘 구해볼 수 없는 중국소설이나 동유럽소설을 출판했다거나, 같은 책의 여러 판 중에서도 역자의 번역이 특히 뛰어났다거나, 책 자체가 예뻐서 손에 안 쥐고는 집으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거나, 젠장 완전 여기 가서 무슨 일이든 해보고 싶군, 했던 출판사의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다.

분야도 인문사회과학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만화, 장르소설까지 두루 나오고 있고 글을 쓴 편집인들의 경력 자체가 출판 영화 방송 프리 등을 넘나들고 있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기억에 남는 것 or 추천

읽다보니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 부분들도 있었는데, 그것은 저자의 경력과 상관없이 서술방식의 덕을 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짧은 글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 책 한 권을 만든 과정을 전부 서술한 경우: '사장수업'이라는 책은 친구도 보고 있던 것이고 이런 비슷한 컨셉으로 20대를 위한 말랑한 사회데뷔책에 관심이 있던 터라 잘 읽어봤는데, 편집자 자신이 직접 저자로 나서게 되기까지의 기획과정이 회의노트를 정리한 것처럼 나와있다. 이미 취재해서 원고 집필까지 끝낸 필진을 앞에 두고 있더라도, 기획과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없어야 한다는 것. 창조적 작업은 작업량과 결과물의 질이 정비례관계에 있지 않지만서도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무엇을 받아내면 정말 미안해서라도 그걸 써야할 것 같은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역시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 물론 가장 좋은 기획이라면 그런 수고로움을 권하지 않는 것이겠지만.



  • 정말 잘 되었으면, 하고 바랐으나 그렇지 않았던 책에 대해: 휴머니스트 편집주간이 썼던 글 같은데, 인문사회과학분야에서 책을 내는 사람으로서의 고민이 정말 잘 반영되어 있었다. 어학이나 실용서 부분은 '자기계발'과 같이 어느 정도 합의된 이슈에 맞춰, 매우 까다롭게 내용을 구성해내는 것이 관건. 같은 편집이라도 그쪽과 인문사회과학 기획편집의 일은 천차만별인 것 같다. 만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똑같이 '편집, 기획'이라는 말로 묶어낼 수는 없겠지만, 특히나 휴머니스트의 분이 기고한 글에서는 한 개인사를 책으로 담아내는 데 있어 어떠한 자세를 취하는가가 사회적으로 예민한 부분과 너무나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었다.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어 책을 팔아먹는 작전은 이미 오랫동안 많은 기획편집자들이 해왔기 때문에, 그를 영웅이나 시대의 희생물이나 그런 것으로 만들지 않고 온전히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취한 관점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질까, 등을 고민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 마티, 다시 쓰세요: 제목이 좋았다. 편집자들이 글에 붙이는 제목을 보는 재미도 정말 쏠쏠하다. 서술방식도 그렇지만 제목에서도 성향이 드러난다.



  • 대중사회과학서, 대중법률서 관련 저자들의 이야기, 그림책상상: 관심있어 하는 분야들이었기 때문에 특히 술술 읽혔다. 특히 그림책상상은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일들을 완벽하게 재현해내고 있다. 목쌤의 소개로 그림책상상을 처음 읽어보게 되었을 때 어찌나 반갑던지 ... 홍대에 공간이 있고 거기서 창작워크숍을 하고 잡지에 소개했던 그림책의 원서들을 구비해놓는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당장 이번 주에 가야겠다. 서울에 사는 다수로서 복 받는구나. 기획편집에도 자극이 될 만한 내용들을 잡지로 발간해내면서 네트워크를 넓히고 지적 확장을 추구하는 것 역시 무척이나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저런 걸 해야겠다는 생각.

    대중사회과학서에 관심이 있다 보니 자연히 이제는 스타로 떠버린 저자 이덕일의 책 이야기에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 나 역시 '사도세자의 고백'을 통해 이덕일의 글을 처음 접하게 되었지만 당쟁을 통해 본 조선시대 등 당장 성공하지 않았더라도 그러한 기회를 통해 귀한 필자를 만나 재미있으면서도 뜻 깊은 작업을 해낸 편집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 부산지역출판사 이야기: 동교동-서교동-상수동을 비롯한 홍대 일대, 파주, 어쩌다 충정로 대학로 종로 등 대부분 서울 지역에 있는 출판사들 이야기천지다. 지역색이 강하고 학벌이 개인의 삶을 구속하는 정도가 한국보다는 덜한 일본의 경우에도 도쿄에 출판업의 70%가 집중되어있다는 것에 엄청 놀랐다. 출판업이 인접해있을 때에 이득을 보는 산업이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그렇게 발전한 것이기는 하겠지만, 서울에는 90%이상이니(너무 충격적이라 숫자도 기억 안 남) 더 놀랐다. 한국에서밖에 볼 수 없는 책들은 지역의 저자들을 발굴해내지 않으면 안 나올 텐데. 나무, 곤충, 지역사, 등등 견훤의 무덤에서 미끄럼 타고 놀았다는 엄마 이야기만 들어도 그 지역의 이야기가 무지하게 궁금해지는데 시장이 너무 기형적으로 발전해있는 건 아닌가 한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 같은 사람들이 정말 대부분이니 ... 인구가 두 번째로 많다는 대도시인 부산 - 부산영화제 때 나름 기대한 바가 있어 가보면 정말 척박했다. 보일라와 같이 드물게 문화잡지도 있고, 이 책에서 나온 출판사도 있지만 아직은... 마음 속에서 정말 응원하고 싶어진다. 지역 출판사들에게 건투를 빈다.

아쉬운 점


  • 모든 연재글을 모아놓은 책이 그렇듯이, 단편적인 글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이 책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씩 읽어보는 독서방식이 맞는 것 같다. 지하철 같은 곳에서. 그렇기 때문에 책이 좀더 얇아야한다고 생각한다. 크기가 작으면 금상첨화고! e-book으로 팔거나 RSS로 공개하면 더 좋고! 저자가 여러 명이다 보니 10명 읽으면 2명 밖에 기억 안 나는 상황이 ... 좋은 영화 왕창 봤더니 오히려 띄엄띄엄 본 그저그런 영화들보다 덜 기억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나처럼 RAM 작은 인간들은 힘들다.

    개인적으로 여러 저자의 글을 모은 것은 잘 안 읽게 되는데, 한 저자가 짜놓은 글을 길게 감상하고 또 다른 저자의 글을 읽는 것이 훨씬 더 성찰적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깊이 들어갔다 나와야 바깥이 어두운 걸 알게 되는 것 같다. 짧은 글은 몰입도 짧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이거 못 읽었네.' '아, 이거 읽어야겠다.' 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저자들의 책자랑은 매우 바람직하고 듣기에도 즐거운 것들. 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펴낸 또 다른 책 '취미는 독서'를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내가 좋아하고 쓰다듬고 싶은 책들에 대한 느낌이 잔잔해서 좋다. 그렇지만 자기의 편집 인생을 이력서 쓰듯이 편집한 책과 거쳐간 회사들을 쭉 써놓은 글은 굉장히 별로였다. 기획편집자라기보다는 '그냥 회사원' 느낌?



  • 지난 학기에 문헌정보학과 수업을 들어서 그런 것인지, 출판'업계'로서의 이야기들이 적은 것 같아 좀 아쉽다. 도서정가제라든지 온오프라인 판매에 대한 것이라든지, 기획을 할 때 고려해야하는 객관적인 시장상황에 대해서 글이 좀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물론 연구자가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쓰는 게 힘들기도 하겠지만서도 ... 도서관이 폭발적으로 증가를 한 것이나 독서문화기획 등등과 관련하여 그러한 객관적인 변화들이 기획자로서의 시각에 어떠한 변화를 주었는가, 출판업계에 어떠한 충격이 있었나, 그러한 것들은 현장인으로서 생생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그 많은 편집자들 중에 몇 명은 있지 않았을까? 관련 없는 사람들은 잘 안 가는 도서전 이야기만 좀 자주 나온 것 같다.(그렇다고 그 이야기가 싫었다는 건 아니다.)


상관없는 이야기


  • 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낸 책들 정말 좋군.

  • '출판업계 회사원'이 아니라 '기획편집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고 그래서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책을 만들어 팔아야되니 기획해야지, 라는 이상한 spirit을 발산하는 사람들보다는 출판도 하고 무슨 모임도 하고 공간도 꾸며보고 등등 필드에 상관없이 자신의 '기획'이라는 창조적 작업을 전개시켜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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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생각위를 걷다
나가오카 겐메이 지음, 이정환 옮김 / 안그라픽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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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

-- D&DEPARTMENT PROJECT에 대한 좀더 많은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일본의 어느 디자이너의 이야기, 하라 켄야 '디자인의 디자인'과 비슷한 책 표지, 안그라픽스 - 라는 이유로 선택한 책이지만, 저자의 짧은 글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배경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보여주니까, 그의 디자인에 대한 서두 없이는 어설픈 자기 감상이나 자기 계발론으로 보일 수 있는 것 같다. 방대한 내용을 연도별로 뽑아내 적은 것이라면, 그 사람이 그 해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보여줬어야 한다. 내 친구들 일기가 훨씬 더 재미있고 교훈적인데 왜 이 책을 읽어야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이 책에서 바랐던 것은 '일본의 디자인 직업 현장이라는 객관적 현실을 바탕으로 형성된 어떠한 디자이너의 업계 철학'이었다. 그러니 이 사람이 처해있는 객관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있어야 비로소 이 사람의 철학이라는 게 납득/반박/참고/격려 가능한 것 아닐까?

-- 책이 두껍다. 내용은 그렇지 않다. : 이건 장점이 아닌 것 같다. 독서하는 사람은 다양한 환경에서 책을 읽는데, 이 책의 내용은 정말 가벼워서 지하철에서 읽고 싶은 책이었다. 그런데 매우 두꺼워서 집에 놔둬야했고, 독서 경험이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짧은 쪽글들은 하나의 긴 글보다 소화하는 데 오래 걸리기도 하는데, 자기 전에 쪽글들을 몇 개씩 몰아서 읽게 되니. 게다가 두께를 고려하여 매우 얇고 가벼워진 종이는 갱지 같아서 가방에 넣고 다닐 때에도 책이 상할 것 같았다. 나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었는데 거의 가제본처럼 표지가 얇았다.

-- 치명적인 오류: 한 꼭지마다 손글씨로 노트에 적은 한 문장이 들어있었는데, 뒷쪽에서 같은 손글씨의 페이지가 두 글 앞에 연달아 들어가 있었다. 손글씨 문장의 내용이 꼭지에서 발췌한 것이 아니라, 그 꼭지의 얼굴 격으로 새로 쓰인 것이었기 때문에 그한 문장을 원문장으로 못 본 게 아직도 아쉽다. 별 것 아닌 실수 아닌가, 생각하다가도 아는 사람이 보면 마치 책을 거꾸로 들고 읽다가 들킨 것 같은 일이라 별 것 아닌 실수가 아니라고 판단. 오자는 2자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이건 별 것 아님.

손글씨로 써넣은 페이지를 각 꼭지마다 넣어놓은 것이 이 괜찮은 시도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손글씨의 짧은 문장의 한국어 번역은 좀 어색한 곳도 있었다. 짧은 문장을 음미하려면 쏙쏙 스며드는 한국어로 되어 있어야 하는데. 긴 글은 맥락으로 짚어낼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짧은 문장의 번역이 더 중요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메모해두지 않아 정확하게 짚어낼 수는 없지만 몇몇은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이는 한자어를 그대로 써서 '읽으면 이해는 되지만 나중에는 뭐였는지 기억 안 나는' 문장도 있었다.

-- 제목 - 나쁘지 않으나 '디자인의 디자인'이 있었기 때문에 통일성이 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 종합하자면, 더 단단한 표지종이 + 더 얇은 두께 + 저자의 경력에 대한 내용 보충 + 저자의 경력이나 특정한 테마에 맞춰, 글의 길이는 좀더 늘리고 글 수는 줄였어야 한다.

상관없는 이야기

-- 일기를 이렇게 빡빡하게 쓰다니 ... 타자의 시선이 참 많이 내재화된 사람이구나. 왜 일기를 이렇게 쓰는 걸까? 일중독자들은 정말 도처에서 발견되는데, 그것이 '일'이기 때문에 격려받기도 하는 것 같다.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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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클럽 반올림 6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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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와 완전한 세계에서는 스토리로 치고 나가는 힘도 있고 간결했는데, 섬세한 감정을 드러내려고 하다 보니 문장이 툭툭 끊기고 이미지가 과잉되어 읽다가 집중력이 자꾸 흐트러져 결국 덮었습니다. 건조한 문체를 좋아하시는 문들은 읽기 힘드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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