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회와 그 적들 - 그들이 말하지 않는 복지 국가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가오롄쿠이 지음, 김태성 외 옮김 / 부키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이현령비현령...현대미술의 추상적 표현을 감상하면 항상 떠오르는 말이다. 그래서 현대미술 전시를 관람하면 왠지 작품의 의의를 강요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혹은 작가의 의도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서 피곤한 기분이 들기도 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다양한 전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시야도 넓어지고 작품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여유도 생긴다고 믿는다.


경제효과라든지 경제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지표를 놓고 객관적인 자료를 사용하면서도 서로 상반된 해석하고 있으니, 한쪽은 코끼리 코를 만지고 또 다른 한쪽은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코끼리 논쟁을 보는듯 싶다. 마찬가지로 조금은 피곤하고 어려울 수도 있으나 다양한 주장을 펼치는 글들을 적극적으로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미 수년동안 우리나라를 지배했던 화두가 복지인지라, 복지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는듯 싶다. 어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할 지상 최대의 과제가 복지국가 실현이라고 하고, 반대로 어떤 이는 복지는 국가와 국민을 병들게 한다고도 한다. 사실 복지국가를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나태, 저효율, 부채, 세금 등으로 그 논거가 도식화되어 있고 이것은 마치 상식과도 같이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는 복지를 오해하고 있으며 누군가가 복지에 대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복지국가의 실패'라는 꼬리표가 항상 붙어 있는 나라가 바로 그리스인데, 저자는 단언컨대 그리스가 고복지국가였던 때는 없었다고 말한다. 그리스 부채의 원인은 복합적인데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최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90년대 이후 세계 스포츠 대회를 개최해서 부채가 늘지 않은 국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관한 연구들에서도 이제는 국제 스포츠 대회의 경제적 효과는 없다고도 말하는데, 우리도 최근 인천 아시안 게임을 통해서도 확인했고, 앞으로 평창 올림픽도 사실 걱정이 드는 측면이 있다. 한편 그리스의 복지를 말하는 사람들은 공무원의 복지를 언급하는데, 이와 같은 복지는 일부에 불과하고 또 공무원 복지 문제는 궁극적으로는 '극단적인 다당제 형태'의 부작용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그리스 부채는 극단적인 다당제로 인해서 재정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으면서도 새롭지는 않은데, 몇년 전에 읽었던 부메랑(부제 ; 새로운 몰락의 시작, 금융위기와 부채의 복수, 2012)이라는 책에서도 아이슬란드와 그리스와 같은 국가들이 주요 언론에서 말하는 것과는 달리 복지와 같은 문제가 아닌 탐욕으로 몰락했음을 지적하고 있는데, 특히 그리스의 경우 '온 국민이 탈세범인 나라'라며 부패와 탐욕, 부동산 투기 등으로 부도에 몰렸음을 지적하고 있다.


복지는 부유한 국가에서 가능하다는 거짓말에 전면적인 복지 사회를 이룬 북유럽 5개국은 가장 가난한 상태에서 가장 완전한 사회 보장 제도를 만들어 냈음을, 복지 사회는 저효율을 야기한다는 거짓말에는 경제 효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수요'이며 빈부격차가 큰 국가에서 오히려 사회 전체의 수요 부족을 야기하고 있음을, 복지는 국가 부채를 늘린다는 거짓말에는 부채는 재정 규율에 의해 결정될 뿐 복지와는 필연적인 관계가 없음을, 복지 사회는 국민을 나태하게 만든다는 거짓말에는 자원의 재분배와 수요의 안정이 바탕이된 사회에서는 오히려 물질이 아닌 행복을 좇아 일하는 사회가 실현된다는 점 등 몇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누군가의 거짓말에 대한 반박을 하고 있다. 그 누군가는 바로 복지 사회의 실현을 반대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저자는 그 누군가들 가운데 일부는 의도적으로 또 일부는 맹목적으로 반대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복지국가에는 상당한 세금과 그로 인한 고물가 문제가 따른다. 저자는 그 해결 방안으로 '저생존원가형 사회'라는 개념을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소득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세금제도를 통해서 물가를 낮추는 모델인데, 결국 이와 같은 모델의 성공 여부는 세분화되고 정밀한 세금제도와 재정관리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겠다. 사실 우리나라는 복지도 중요하지만 엄격한 재정관리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몇년 전에 검찰 조사로 구속된 어떤 사업가의 비밀장부에 '나랏돈은 먼저 먹는자가 임자'라는 문구가 있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결국 복지는 재정확보가 관건인데, 복지정책 자체를 비판하기 보다는 오히려 어디선가 줄줄 세는 세금을 잘 관리하는지 신경쓰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근대 헌법에 대비하여 현대 헌법을 현대사회국가 헌법 혹은 복지국가 헌법이라고 부른다. 사적 자치와 재산권의 절대적 보장에 기초한 근대헌법 아래서 발생한 경제공황과 실업, 빈부격차 심화 등과 같은 모순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헌법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즉 현대국가는 기본적으고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라는 말 자체를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적이라든지 상충하는 개념으로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수년 전부터 신자유주의 체제의 한계를 절감하며 새로운 경제 모델을 찾기 여념이 없는데, 그러면서 자본주의 4.0이라든지 무슨 따뜻한 자본주의라든지 하는 개념들이 나오는데, 아무튼 신자유주의든 자본주의든 복지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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