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 - 건축 커뮤니케이터 조원용 건축사가 들려주는 쉽고 재미있는 생활 속 건축이야기
조원용 지음 / 씽크스마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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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다양한 분야와 관련되어 있고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술가, 철학자, 정치가 등 수많은 사람들이 건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저자의 경우는 '건축은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라는 표현에 동의하며 이 관점에서 일관하여 서술하고 있다.

 

사실 그러한 관점에서는 건축(建築)이라는 단어 보다는 조영(造營)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 현대 이전까지 사용되었던 造營을 풀어서 해석해보면 '짓고 경영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우선 '짓다'라는 것은 농사를 짓다, 시를 짓다와 같은 용례에서 이해할 수 있듯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만들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즉 시간, 노력, 과정이 함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재료가 유기적으로 반응하여 성질이 변하는 화학적 변화도 포함하고 있다. 경영도 마찬가지로 내재적으로 사람과 시간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어쩌면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현재 우리나라 도시의 모습에는 재료를 세우고 쌓는 建築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수도 있겠다.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단어는 프랑스의 학자가 쓴 책이 이 제목으로 번역되면서 우리나라 도시 문제를 함축적으로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여기에는 집을 사는(living) 곳이 아닌 사는(buying) 것으로 여기는 세태라든지 획일적인 도시 풍경과 삶의 양식 등의 문제를 담고 있다. 참고로 프랑스에서 출판되었을 때 원래의 책 제목은 '서울, 거대한 도시, 빛나는 도시'였다고 한다. 출판사 편집자의 능력이 대단했던듯 하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아파트는 단지화된 주거환경이 조금씩 해체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

 

책 서두에서 인문학적 측면에서 접근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생활 속에서 건축물을 바라본다. 음향과 관련된 건축물의 구조, 안여닫이문과 바깥여닫이문, 계단의 올라가는 방향과 내려가는 방향 등 평소 쉽게 접할 수 있는 건축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특징적인 점이 저자가 천장(天障)과 천정(天井)의 구분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천정을 검색해보면 천장의 잘못된 표현이라고 나온다. 비슷한 발음의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중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그 한 형태만 표준어로 삼는다는 표준어 규정에 의해 천장만을 표준어로 삼기 때문이다. 천정이란 일반적으로 하늘을 가리는 시설인 천장과는 달리, 특히 방과 마루의 천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시설인 반자(ceiling)를 뜻하며 게다가 전통 건축물에는 천장과 천정의 높이도 다르기 때문에 양자는 구분된다는 것이다. 궁이나 한옥, 사찰 같은 옛 건축물의 방과 마루 윗부분을 보면 가로와 세로 격자로 되어 있어 마치 우물(井)처럼 보이는데 이것을 우물 반자라고 부른다. 문화 파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천정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각주로 표시를 하는걸 보니 저자는 이 부분에 관해서 매우 안타까워 하는듯 싶다.
 

평소 어렵게만 느껴지는 건축이 평소 쉽게 접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어느 공간 혹은 건축 구조에 대해 평소와는 달리 보일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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