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자사 연구
방병선 / 경인문화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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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라 하면 일반적으로는 잔이나 접시, 병 따위의 그릇을 떠올리겠지만, 진흙으로 빚어서 높은 온도로 구워낸 기물을 총칭한다. 따라서 음식을 담는 식기나 꽃을 담는 화병뿐만 아니라 예식을 위한 예기, 부장용 장례기명 등도 두루 포함하여 이 책은 다루고 있다. 그리하여 신석기 시대부터 등장하는 건축용 수도관부터 시작해서 진시황 병마용, 한나라 시대의 기와, 당나라 시기에 유행한 당삼채의 다양한 진묘수, 송나라 시대의 문방구류, 명청 시대의 인형, 그밖에 악기나 종교 예물 등 다양한 오브제를 다룬다. 그야말로 “중국도자가 모델로 삼지 않은 것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오늘날 유럽제 도자, 이를테면 독일의 마이센과 덴마크의 로얄코펜하겐, 영국의 웨지우드 등의 명성이 높지만, 18세기 이전에는 전세계적으로 오로지 중국의 백자였다. 그리하여 유럽은 중국 백자에 대한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본 차이나(Bone China)'를 탄생시켰다. 여기서 중국의 도자가 전세계적으로 CHINA라는 명칭으로 각인된 파급력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한국도자사의 연구에서 중국도자사는 꼭 넘어야 할 커다란 산이었고, 이것을 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토기는 물론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조선 청화백자에 이르기까지, 중국 도자를 모르고서는 우리 도자의 양식과 제작기법에 대한 의문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게 저자인 방병선 선생님은 정양모 선생님과 윤용이 선생님에 이어 떠오르는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도자 연구자이다. 아무래도 내 전공분야가 아니다보니 그 이외의 연구자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은 출판된 도자 관련 책 가운데서도 압도적인 볼륨을 자랑한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도자는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가진 오브제였기 때문에 각 시대마다의 미감과 정서가 반영되기 마련이고, 그래서 중국의 도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 정치와 경제를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이 방대한 볼륨은 단지 도자의 양식과 제작기법뿐만 아니라 중국 각 시대의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를 바탕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동남아, 이슬람, 유럽과의 도자의 교류사도 담고 있다. 워낙 방대해서 단기간에 소화할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가끔 전시를 보고 온다거나, 혹은 기사에서 관련 소식이 나올 때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찾아보는 그런 책이다.




그러고보니 문득 작년 6월 한 기사가 떠오른다. 국보 제168호였던 ‘백자 동화매국문 병’이 국보의 지위를 잃었던 소식이었다. 이것은 몸통의 매화와 국화가 유리홍으로 표현되어 있는 병이다. 1974년 “조선 초기 드문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국보로 지정되었지만, 원대 경덕진요의 초기 형태라는 지적이 받아들여지면서 결국 국보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무조건 원나라의 도자라서 이런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고, 이런 비슷한 형태의 도자가 중국에 많이 남아 있어 희소성이 없는 탓이라고 했다. 아무튼 유리홍이란 쉽게 말해 산화동이 고온에서 환원되어 ‘붉게 착색’된 것을 말하는데, 이런 도자에 그려진 무늬를 보면 붉은색을 띤다. 유리홍이란 것도 뭔가 싶어서 이 책을 찾아봤다.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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