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의 문제 - 지구온난화 정책 비교
윌리엄 노드하우스 지음, 한정훈 옮김, 박호정 감수 / 교유서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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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후라는 주사위(DICE)를 던지고 있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저자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는 DICE 모델로써 기후변화 문제를 경제학의 중심부로 끌어들였다. 여기서 ‘DICE’라는 모델 명칭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에 관한 논쟁에서, 결국 그가 틀렸음이 증명되었지만,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던 이야기가 떠올라서였다. 모델 정식 명칭은 ‘Dynamic Intergrated Model of Climate and the Economy’인데, 왜 약칭은 DIMCE가 아닌 DICE일까. ‘주사위’로 명명한 이유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일종의 도박처럼 여기는 이들에게 경고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현 시점에서도 기후변화가 불확실한 실체라며 그 영향력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하는 시각이 있음을 상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구가 탄생한 이래 수십 억 년 동안 기후변화는 있어 왔고, 지금의 기후변화 또한 새롭지 않다는 견해도 목도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노드하우스 교수는 우리가 기후라는 주사위를 던진 결과는 심각할 것이고 피해는 치명적일 것이라며 경고한다. 다만, “다행히 우리는 기후 카지노에 방금 입장했다. 아직은 돌아서서 빠져나갈 시간이 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 책은 통합평가모델을 중심으로 지구온난화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온실가스 감축의 대안으로서 탄소세 도입의 필요성을 소개한 저자의 대표작이다.

 


현재 탄소세를 도입한 국가는 핀란드와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다만, 지난 2019년 EU 집행위원회는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유럽 그린딜’을 중장기 경제성장 전략으로 삼아 2050년 탄소중립을 핵심 목표로 세웠다. 이와 같은 핵심 정책은 이듬해 식품분야에서의 그 하위 전략인 'Farm to Fork'에 반영되기도 하였다. 이런 EU의 기조에 대해 미국은 작년만해도 현실 가능한 목표인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동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표출했는데, 과연 지금을 어떨까. ‘탄소배출 제로’를 선언한 바이든 행정부는 탄소 규제가 무역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탄소세 도입을 통해 국제사회의 흐름에 대응하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탄소세 도입은 경제적 부담을 가중한다는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전기요금을 지출하는 독일도 탄소세 도입을 두고 적잖은 갈등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미 독일 산업계와 가계는 녹색에너지 정책으로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녹색에너지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도 못하는 상황에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니 회의가 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현실적인 벽 앞에 친환경에너지 정책은 한계를 보이는 것 같다.

 

탄소세는 산업과 가계에 큰 부담을 안긴다. 따라서 저자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소요되는 추가적 비용과 기후 피해를 줄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확보할 수 있는 추가적 편익의 균형을 핵심 문제로 삼고 있다. 그러면서도 불편한 진실, 즉 탄소가격 인상은 필수적이라는 주장의 정당성을 정면으로 논증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설득될 수 있는지 직접 읽어보며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한 가지만 소개하자면, 세금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기 때문에 국가는 ‘친환경’ 기술에 대한 보조금 활용에 유혹을 느끼지만, 이는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피해야 할 올가미라고 말한다. 한편, 저자가 강조하는 다른 하나는, 이러한 정책은 일부 국가나 일부 부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세계 국가의 참여율이 50%일 때 100% 참여 대비 감축 비용은 250%나 초과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많은 국가가 참여할수록 비용편익 조화의 실현은 더욱 용이해질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급진적 사상과 이반 일리치의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라는 책이 떠올랐다. 에너지와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인데, 자전거로 상징되는 적정 기술과 적정 에너지가 어떻게 사회의 행복에 이바지하는지를 보여준다.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생각했던 자동차라는 것이, 도로라는 것이 어떻게 사회권력과 독점에 영향을 끼치는지 인식케 한 책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당장 환경을 위해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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