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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 두려운 엄마들에게 - 정신분석가 위니코트의 육아 강연집
도널드 위니코트 지음, 김건종 옮김 / 펜연필독약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두렵고 어려웠던 건 단연 육아이다.
아이를 키우는 건 미지의 영역속에 들어가서 혼돈을 헤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이가 말을 못했던 시기는 물론이고 자라나서 훈육을 해야 할 때도 "이렇게 하면 아이 마음이 어떨까? 아이는 받아들일까? 이게 옳은건가?"라는 불안의 연속이다. 그래서 답을 찾아 육아서를 펴 보고 그대로 따라해 보지만 결과는 책 대로 되지 않는다. 물론 육아서에 나온 대로 하지도 못한다. "아이가 ~ 할때는 ~ 게 해라"라고 하지만 시키는대로 할 수 있는게 육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하고... 쌓여가는 육아서만큼 나의 죄책감도 쌓여갔다.
이 책은 "~ 하세요"라고 하지는 않는다(물론 일부 조언을 하기는 하지만 굉장히 부드럽고 조심스럽다). 다만, 아이들이 왜 그런지, 그런 행동의 의미를 알려줄 뿐이다.
애착인형은 막무가내로 뺏으면 안된다는 상식은 알고 있지만 왜 그런지는 잘 몰랐다. 그래서 어느날, 아이의 애착인형에 달려있는 코가 너무 헐어서 자르고 헝겊을 덧대어 주었는데 그 뒤로 며칠간 아이는 패닉이었다. 이 책은 그 이유를 알려준다. 아이에게 있어 애착 인형이 어떤 의미인지를...
첫째 아이의 둘째 아이에 대한 질투는 어떻게 다루어야 하지?
몇 살부터 아이한테 "안돼"라고 말해야 하는거지?
대체 우리 아이는 언제 옳고 그름을 알아가지? 손가락 빠는 거 언제 그만두게 해야 하지?
아이를 기르면서 항상 들었던 의문들이고 해결책은 익히 들어 알고 행해 보지만 "이게 옳은가?"하는 불안감은 항상 있었다. 이 책은 행동 지침을 분명하게 제시해 주는 대신 행동에 담긴 아이들의 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보통의 충분히 좋은 엄마들은 그러한 마음을 알고 나서 그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위로가 되었던 것은 엄마의 짜증과 죄책감을 다룬 챕터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이에 대한 짜증과 부모로서의 죄책감을 이 책은 당연하다고 말해주고 조용히 어루만져 준다.
정신분석가의 책이라고 하지만 결코 어렵지 않게 쉽게 읽힌다. 그렇지만 담긴 내용은 그리 가볍지는 않다. 육아 행동 지침의 뿌리는 이 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이의 마음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한 위니코트의 사상이 풍성하게, 그리고 쉽게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