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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떻게 보이세요? -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의 빛을 따라서 ㅣ 아우름 30
엄정순 지음 / 샘터사 / 2018년 1월
평점 :
지팡이, 안내견. 부끄럽게도 ‘시각장애인’ 하면 이 두 가지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이런 나에게 ‘세상이 어떻게 보이세요?’는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눈으로 본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나는 비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크게 감사하다고 느껴본 적 또한 없음을 알게 됐다. 그런 나에게 “너 대신 저 아이가 안 보이고, 너 대신 저 아이의 귀가 안 들리는 것이야. 그래서 달리 이유를 찾을 수 없어.(p.48)”라는 글귀는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이 그들을 더욱 슬프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보게 했다.
단순히 컴컴하게 보일 거라고 짐작만 하던 시각장애인들의 시야는 ‘작게 보이기도, 흐릿하게 보이기도, 물건의 형태는 보이지만 글자는 안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차이는 있지만 각자 나름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을 또렷이 볼 수 있는 보통의 우리는 단지 그들보다 좀 더 세밀하게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시각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세상을 살아가며 바라보는 태도와 시선이 저마다 각자 다른데, 그들의 시각은 과연 모두 맞다고 할 수 있을는지.
화가인 저자는 시각장애인학교에서 꽤나 실험적인 미술수업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시선을 찾도록 도와준다. 차이나타운을 다녀온 후 다리가 너무 아팠던 그 느낌으로 지도를 그리도록 안내해주거나, 우리에게는 익숙한 ‘반짝인다’는 느낌을 시각장애인 학생이 포착하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설명해준다. 어둠과 빛만을 볼 수 있는 한 시각장애인 학생은 어렵지만 ‘반짝임’을 조금씩 알게 된다. 장애인 아이들은 보지 못한다고 쉽게 포기하거나 외면하는 법이 없다. 자신이 볼 수 있는 정도 안에서 한 발짝 더 보는 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저자가 시각장애인 아이들을 위해 추진한 코끼리 프로젝트는 실행하는 과정 하나하나에서 아이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느끼게 해줬다. 코끼리 프로젝트라는 모험을 통해 시각장애인 아이들뿐만 아니라 저자 역시도 세상의 편견과 한계에 도전할 줄 아는 용기를 얻게 된다. 평범한 모습으로도 적응하며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서 장애인 아이들에게 그 경험은 삶의 커다란 자산이 되지 않을까? 나는 과연 비장애인으로서 세상을 바르고 충만하게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시각장애인에 대해 너무 무지했음이, 장애인을 향한 편견이 나 또한 컸음이 부끄러웠다. 특히나 시각장애인이 시각예술이라 할 수 있는 미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줄 알게 되고, 미대에 입학하여 예술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는 걸 반성하게 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뒤섞여 살아가는 이 세상은 아직도 너무나 많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장애인을 향한 편견 하나만 내려놓아도 모두가 한결 편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너 대신 저 아이가 안 보이고, 너 대신 저 아이의 귀가 안 들리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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